“쌀 10kg에 3000엔(약 3만원)밖에 안 하는 거 아니야? 정말 싸다!”

 


<지난 24일 오전 11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쌀코너. 

저렴하다는 소문을 듣고 마트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쌀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일본으로 돌아가기 직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쌀 코너를 찾은 일본인 관광객 구로다(49)씨가 가격표를 보고 감탄했다. 
그가 휴대폰으로 영상 통화를 하면서 쌀 포대에 적힌 가격을 가리키자 가족이 “꼭 많이 사 오라”고 했다. 
구로다씨가 고른 건 이천 쌀 4kg짜리 한 봉지. 2만4000원으로 일본 쌀값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는 “짐이 많아 더 못 사는 게 아쉽다”며 “도쿄에서는 마트에서 쌀 5kg에 7000엔(약 7만원)꼴인데 많이 사는 게 이득”이라고 했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잇따라 대형 마트를 찾아 ‘쌀 쇼핑’을 하고 있다. 
쌀 생산 감소, 외국인 관광객의 쌀 소비 증가 등으로 일본 쌀값이 전년 대비 2배로 폭등한 반면, 한국 쌀값은 일본의 반값 이하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행 대신 쌀만 사러 마트만 갔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한국 쌀 찍턴(turn)족’도 나타났다. 
일본으로 수출되는 쌀도 작년보다 약 115배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일본으로 반출된 쌀 물량은 총 6470kg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56kg보다 1만1454% 증가했다.


본지가 24~26일 사흘간 만난 일본인 관광객들은 “일본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단연코 한국 쌀”이라고 입을 모았다. 
마쓰오카 히나코(52·나고야)씨는 2박 3일로 한국을 찾았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 쌀 구매였다. 
그는 “5㎏에 4000엔(약 4만원) 수준의 쌀값을 보다가 반값도 안 되는 한국 쌀 가격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며 “쌀알 크기도 일본이랑 비슷하고 입맛에 잘 맞는다”고 했다.


해외 출장 중 잠시 시간 내서 쌀 가격을 점검하러 오는 일본 정치인도 있었다. 
이와테현 의회 의원 하기노(62·남)씨와 하쿠세루(50·여)씨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3박 4일 출장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자유 시간에 한국 대형 마트의 쌀 코너를 찾았다. 
하기노 의원은 “한국 식당에 와보니 쌀이 일본 못지않게 너무 맛있었다”며 “마음 같아서는 쌀을 왕창 사 가고 싶지만 가방에 여유가 없어 못 사 가는 게 아쉽다”고 했다.


일본인들이 농산물인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려면 공항에서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식물 검역 증명서’를 일본 공항의 검역 카운터에 제출하면 쌀을 반입할 수 있다”며 “쌀이 무겁긴 하지만 이 정도면 ‘근육 운동’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2504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