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지식Q] 바티칸 공식 언어는 뭘까

로마서 많이 쓴 라틴어 사용

 

새 교황 레오 14세는 18일 취임 미사에서 라틴어로 성호경(聖號經·성호를 그을 때의 기도문)을 외운 뒤 이탈리아어로 취임사를 했다. 
지난 13일엔 소셜미디어에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하길 바란다”는 첫 글을 영어·스페인어·독일어 등 7개 언어로 올렸다. 
바티칸의 공식 언어는 무엇일까.

 

 

<12일 바티칸 바오로 6세 알현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레오 14세 교황.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사용했다.>

 


교황청의 공식 언어는 라틴어다. 오랫동안 추기경 회의와 공식 문서, 미사에 라틴어를 사용했고 지금도 공식 문서는 모두 라틴어로 먼저 작성된 후 다른 언어로 번역된다. 
콘클라베(교황 선출 투표)의 주요 절차도 라틴어로 진행된다. 
초기 그리스도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면서, 로마의 언어였던 라틴어가 교회의 공식 언어로 굳어졌다. 
로마가 이탈리아 중부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이 지역을 이르던 ‘라티움’이라는 지역명에서 라틴어라는 말이 나왔다.


교황청은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바티칸뿐 아니라 전 세계 교회에서 라틴어로 미사를 드리도록 했다. 
하지만 사용자가 줄다 못해 거의 사라진 라틴어를 고수하는 것이 포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에서 미사 때 현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추기경들도 일상 대화에선 여러 언어를 자유롭게 쓴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전 교황도 접견 때 모국어인 스페인어를 주로 썼다. 
프란치스코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2014년 10월 ‘시노드’(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 공식 언어를 (라틴어보다는 사용자가 많은) 이탈리아어로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바티칸에선 ‘라틴어가 신성한 언어’라는 인식이 강하다.


라틴어는 여러 서구권 언어의 근간이 됐다. 
미디어(매체), 비토(거부권), 페르소나(인격) 같은 영 단어는 라틴어를 그대로 가져온 경우다. 
이력서를 가리키는 ‘CV’도 삶의 궤적을 뜻하는 ‘Curriculum Vitae’의 약자다. 브랜드 이름에도 자주 사용된다. 
자동차 브랜드 볼보(Volvo)는 굴러간다는 뜻의 라틴어 ‘volvere’에서 왔다. 
라디오·녹음기로 번창한 일본 소니(Sony)도 소리를 뜻하는 라틴어 ‘sonus’에서 따온 것이다.(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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