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마종기 <바람의 말> 발췌 인용
'광화문 글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년 3월~2006년 5월 (0) | 2011.02.05 |
---|---|
2005년 12월~2006년 2월 (0) | 2011.02.04 |
2005년 6월~2005년 8월 (0) | 2011.02.01 |
2005년 3월~2005년 5월 (0) | 2011.01.31 |
2004년 12월~2005년 2월 (0) | 2011.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