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의 문, 운문산(雲門山). 이름대로 구름이 많은 산이다.

수시로 낮고 짙게 깔리는 구름은 숲속 생명체들을 포근하게 감싸안는 듯하다.

천년의 세월을 지켜온 대가람 운문사가 이 산에 있고, 삼국을 통일한 화랑정신도 여기서 발원했다.

청두 지룡산성쪽에서 본 운문산.


해발 1188m의 운문산은 경북 청도군 운문면과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계에 있다.

태백산맥이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남하하다 ‘영남알프스’를 형성한 높이 1000m급의 7개 산 가운데 하나다.

영남알프스란 이름은 유럽의 알프스처럼 산세가 빼어나고 아름답다해서 붙여졌다.

운문산은 이들 산 가운데에서도 자연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힌다.

운문산은 고승대덕의 정신과 손길이 밴 천년 가람(伽藍) 운문사와 화랑의 세속오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운문사 북쪽의 북대암.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쪽에 있는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됐다.

고려 충렬왕 때에는 삼국유사를 쓴 일연선사가 주지를 맡기도 했다.

1958년에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됐고, 260여명의 비구니들이 수학하는 국내 최대의 승가대학으로 유명하다.

30여채의 건물과 금당 앞 석등 등 7점의 보물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

뜰에는 수령 500년쯤 되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현세의 업보를 놓으려는 듯 가지를 모두 내린 모습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180호다.

500여m에 이르는 울창한 솔숲길을 지나 운문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운문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신라 진평왕 때에는 이 일대에서 원광국사가 화랑도인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오계를 내렸다. 화랑의 수련장도 들어섰다.

운문산은 신라가 국력이 강해 낙동강 유역으로 진격할 땐 전초기지였고,

물러설 땐 천혜의 요새였다.

화랑들은 운문산하를 내달리며 세속오계를 가슴에 새겼을 것이다.

 

운문산은 전체적으로 듬직하고 중후한 모습이다.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천황산 억새밭이 물결치고 동쪽으로는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용틀임한다.

석골·선녀·학소대폭포와 정구지·치마바위 등이 절경을 이룬다.

정상 아래 상운암의 지도바위는 마치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겨 눈길을 끈다.

 

산세는 정상 남쪽(밀양쪽)으로 급하고 능선이 짧은 반면 북쪽(청도쪽)으로는

능선이 길고 완만하다.

정상에서 청도 천문지골로 내려가는 길은 원시림과 8㎞에 이르는 계곡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 있다.

청도군이 1991년부터 운문사를 중심으로 이 일대 10.30㎢에 대해 2008년까지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 덕에 투명한 계곡물과 오염되지 않은 땅에서만 자라는 털말발도리와 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이 곳곳에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가 됐다. 운문산을 비롯해 산과 등산 코스 등에 관한 정보는 산림청 산림휴양문화 포털 사이트인 ‘숲에on’(www.foreston.go.kr)에서 얻을 수 있다.

 

〈최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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