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품은듯 어머니의 山-
지난해 봄 모악산에서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렸다.
전북 완주군이 마련한 ‘기(氣)찬 아이 낳기 등산대회’.
“똑똑하고 건강한 아기를 갖도록 ‘어머니 산’의 기운을 듬뿍 받아가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걸렸다.
예비·신혼부부와 불임부부, 늦둥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행사는 호응을 얻었다.
많고 많은 명산 중에 왜 모악산에서 이런 행사가 열렸을까.
전북 김제·전주시와 완주군에 위치한 모악산은 높고 큰 산을 뜻하는 ‘엄뫼’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순수한 우리말이던 산 이름은 한자가 들어오면서 바뀌었다.
금산사지(金山寺誌)에는 ‘엄뫼’를 어머니 산이라는 뜻으로 의역해서 ‘모악(母岳)’이라 적었다고 했다.
모악산 꼭대기에 흡사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 모습 같은 큰 바위가 있어 모악산이라 했다는 얘기도 전한다.
어떤 이는 모악산이 한반도의 자궁 자리에 해당한다고 해석한다.
모악산은 북한 김일성의 시조묘 논란으로도 화제가 됐다.
전주 김씨 시조 김태서가 모악산 명당 터에 묘를 썼기에 김일성의 운(運)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만큼 모악산은 기(氣)가 세고 영험(靈驗)이 크다는 게 속설이다.
그래서인가. 모악산은 전북권의 유수한 산행길 중 백미로 꼽힌다.
기(氣)를 품고 있으면서도 험하지도 그렇다고 만만치도 않다.
천년 고도 전주와 호남평야를 품에 안고 있다.
마름모꼴로 물·불·바람 등 삼재(三災)를 막아주는 형세다.
연중 이곳을 다녀가는 등산객은 100만여명에 이른다.
이는 전북 도민의 절반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주 이용층인 전주 시민은 전체가 연중 두번쯤은 찾았다는 얘기다.
모악산 대원사 |
모악산은 노령산맥의 중봉이다.
금만평야의 동쪽에 우뚝 솟아 평야와 산지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금만평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대대로 우리 민족을 먹여 살린 곡창지대다.
이처럼 넓은 들 한쪽에 해발 793m로 우뚝 솟았으니 일대에서는 대산일 수밖에 없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관개시설의 대명사로 꼽혀 온 벽골제의
물도 그 근원을 모악산에 두고 있다.
너른 곡창을 일컫는 ‘징게맹경’의 젖줄은 시발이 모악산인 셈이다.
모악산을 중심으로 불교의 미륵사상이 개화한 것도 주목된다.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도 금산사에 유폐된 견훤을 빌미로
후백제를 점령했다.
동학혁명의 기치를 든 전봉준 역시 모악산이 길러낸 인물이다.
모악산 일대를 신흥종교의 메카로 만든 강증산(姜甑山)은 이산 저산 헤매다가 모악산에 이르러 천지의 대도를 깨우쳤다고 한다.
모악산에는 증산교 본부 등 각종 신흥종교들이 집산해 현존하는 대원·귀신·수왕사 등 사찰 외에도 한 때 80여개의 암자가 있었다.
산 아래 금산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아예 모악산의 원래 이름은 금산이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엄뫼’는 ‘큰 뫼’라고도 불렸는데 큼을 음역하고, 뫼를 의역해서 금산(金山)이라고 칭했다고도 전해진다.
〈박용근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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