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산’이고 ‘숲’이다. 숲을 질러 산에 오르는 묘미. 등산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5일은 식목일. 경향신문은 국민 최대 여가활동으로 자리잡은 등산문화 정착에 일조하기 위해
산림청과 공동으로 ‘한국의 명산’ 시리즈를 매주 목요일 싣는다.

 

‘달 뜨는 산’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월출산은 그 이름처럼 달이 뜨는 모습이 아름답다.

때문에 예부터 이 산에는 늘 ‘월(月)’자가 붙어다녔다.

백제·신라 때에는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에는 월생산(月生山), 조선시대부터 월출산(月出山)이라 불렀다.
구림마을 쪽에서 바라보는 월출 장면은 그야말로 비경이다. 때문에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전남 영암군과 강진군 사이에 걸쳐 있는 월출산은 한반도 최남단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소백산맥이 목포 앞바다 쪽으로 흘러내려 가다 평지에 돌출된 모양을 하고 있다.
최고봉인 천황봉의 높이는 809m로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산 전체가 ‘바위전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천황봉 정상에 오르면 300여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평평한 암반이 있지만
천황사는 경사가 가파르다.

천황·향로·양자·시루·문필봉 등 정상은 모두 바위로 형성돼 있다.
월출산의 주인공은 바위인 셈이다.
이 바위들은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고 무엇인가와 닮아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음굴·남근바위·통천문 등 다양한 이름을 지어줬다.

구름다리를 걷는 재미는 월출산 산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120m 높이에 건설된 길이 54m, 폭 1m의 구름다리는 공중에 걸쳐놓은
다리 중 한국에서 가장 길다. 봄은 월출산의 계절이다.
만발한 진달래는 월출산의 달빛마저 주눅들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무리진 진달래를 찾기는 어렵지만, 산길 곳곳에는 붉은 꽃길이 이어진다.

시원한 폭포수와 천황봉에 항상 걸려있는 안개는 월출산의 여름을 한 폭의 산수화로 만든다.
사자봉 왼쪽 산 중턱 계곡에서는 폭포 물이 무려 일곱번이나 떨어지는
‘칠치폭포’의 장관을 볼 수 있다. 현재는 출입이 금지돼 있다.
도갑사와 무위사로 내려가는 길목에 펼쳐진 미왕재의 억새밭은 사람들을
가을 월출산으로 향하게 하는 이유중 하나다.

월출산의 산줄기 위로 펼쳐지는 일출과 진홍빛으로 서해를 물들이는 일몰을
일컬어 산 마니아들은 ‘호남 제일의 장관(壯觀)’이라고도 평가한다.

백제의 왕인(王仁)박사와 신라말 도선(道詵)국사의 탄생지이기도 한 월출산에는 문화재들이 많다.
천황봉을 중심으로 남쪽에는 단아한 모습의 무위사, 서쪽에는 도갑사가 있는데 도갑사의 해탈문, 무위사의 극락전, 마애여래좌상 등 국보급 문화재들이 잘 보존돼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마애여래좌상(국보 144호)은 문화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천황사 입구, 도갑사 뒤편 등산로 입구, 무위사 뒤편 숲에는 각각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있어 탐방객들은 자연스럽게

월출산의 자연생태계와 문화자원을 학습할 수 있다.
공원관리사무소의 전문가가 이끌어가는 해설프로그램도 곁들여져 다양한 형태의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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