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박남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嬌態)로

                              사랑을 가식(假飾)하지 않는다.

 

                                          3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신태양>(1959) -

 

 

 

 

 

 

 

                        


.........................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주지적, 문명비판적, 시각적, 상징적, 대립적

◆ 표현 : 감정이 배제되고 이미지로만 제시함.

              인간과 자연의 대립적 관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모르면서 → '무지(無知)'가 아니라, "의식하지 않는다"는 의미임.

    * 새의 노래와 사랑 → 순수함의 본질

    * 노래인 줄도 모르고 노래하고, 사랑인 줄도 모르고 사랑을 나누는 새의 모습

           ⇒ ① 자연(새)의 순수함을 이루는 본질

               ② 의식적으로 이런 저런 행위를 하겠다고 의도하거나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욕구에 의해 나오는 것이

                   새의 행동(노래하고 사랑하는)이고, 이것이 자연 전체의 모습이다.

               ③ 이 모습은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생명의 가장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절실한 표현임

    * 뜻을 만들지 않고 → 새는 그저 울고 싶어 울 뿐이지, 거기에 억지로 뜻을 붙이지는 않는다.

    * 지어서 교태로 가식하지 않는다 → 새들의 사랑은 속으로부터 저절로 우러나와 이루어지는 것이지 억지

                      로 예쁜 모양이나 몸짓을 꾸미어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 포수 →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와 대조

                  자연의 순수성을 파괴하는 비정하고 공격적인 인간 문명의 주체

    * 한덩이 납 → 비정함의 이미지.  '인간의 기계 문명' 상징

    * 순수 → 포수의 총에 맞기 전의 한 마리 아름다운 새에 대한 은유

    *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 → 인간의 손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모습 상징

◆ 주제 ⇒ 자연이 지닌 순수한 가치의 옹호와 추구

              자연의 순수함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의 폭력성 비판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새의 아름다운 노래와 따스한 사랑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

◆ 2연 : 억지와 가식이 없는 자연의 순수함

◆ 3연 :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의 순수성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새의 천진한 아름다움을 노래한 뒤, 그것이 사람의 손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는가를 보여줌으로써 주제를 제시한 작품이다.

즉, 인간의 비정함이 삶의 순수성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날카롭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이미지스트로서의 시인의 면모를 새삼

확인케 해주는 작품이다.

주지적 태도와 문명 비판적인 시각이 바탕이 된 이 시는 '새'로 표상되는 자연적 생명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인위성, 파괴성을 대립시켜

노래하고 있다.

1에서는 노래하고 사랑하는 새의 모습이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고,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럽고 순수한 모습임을 강조하고 있다.

2단락은  1의 내용에 대한 부연 단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구절들의 뒤에는 사람의 생활과 문명에 대한 비판적 눈길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여기까지 사람에 대하여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새의 순진한 아름다움을 말하면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문명 속에 있는

거짓, 억지스런 꾸밈 등에 대하여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3단락에서는 포수의 총에 의해 피를 흘리는 한 마리 상한 새의 모습을 제시해 주고 있는데, 인간과 자연의 대립적 관계를 선명하게

보여주면서, 순수함을 파괴하는 인간 문명의 비정함을 날카롭게 제시해 주고 있다.

3단락의 내용은 단순히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모습만을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의 순수함을 강제로 손에 넣고자

했을 때 도리어 그것은 순수함을 잃어 버릴  수밖에 없음을 말하기도 한다.

곧, 인간이 순수라고 느끼는 자연물이나 상황이나 감각 등은 의도적으로 가공하려거나 가지려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상태를 더욱 자연스럽도록 풀어놓는 해방의 과정에서 획득되는 것임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말하자면 이 시는 본질을 도외시하고 현상에만 집착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질책하는 시인의 뜻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의도된 모든 것은 비순수라는 시인의 생각이 나타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순수를 지향하는 시인의 인생관과 시작 태도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는 분에게


    •                  -원담스님에게



      •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것은 행복입니다.
        그리고 떠날 곳이 있다는 것 또한 행복입니다.
        여행은 사람을 행복하게 합니다.
        여행 중 만나는 약간의 긴장과 막막함이 좋더군요.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지만 남모를 쓸쓸함이
        동행하게 되더군요.
        우리 모두는 지금 지구를 여행하는 여행자라고
        시에도 적었지만
        여행 중에 여행을 떠나는 모호함도 있네요.
        왜 사냐고 다짜고짜 따지듯 물으면 자신있게
        할말이 있으신지요.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을, 별다르지 않은 오늘의 반복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으면
        자신있게 할말이 있으신지요.








    • <꿈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니 축하드립니다. 흐뭇한 여행 되십시요.
      저는 여행 버릇이 몇 가지 있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가지 않는다. 첫 목적지 외에
      다음 목적지는 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치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쉬는 버릇이 있지요.
      산이건 들이건 버스 정류장이건 간에
      길바닥에서 그냥 잡니다. 일종의 노숙자인 셈이지요.
      부시시 일어나 또 걷고 지치면 또 아무 곳이나
      누워버리는 게으름을 맘껏 누립니다.
      살아있다는 것, 그 자체가 아픔일 때도 간혹 있거든요.
      삶이 불현 아프고 버거워지는 현상, 뭐랄까
      어쩌면 어지럼증 같은 무엇이 있더군요.









      <꿈을 향한 환호>


      모처럼 떠났으면 맘껏 즐기십시요.
      여행은 외로운 사람은 더욱 외롭게 하고
      행복한 사람은 더욱 행복하게 만들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은, 특히 실연 당한 사람에게
      여행을 하지 말라고 나는 당부하곤 합니다.
      사람을 시리게 하거든요.
      바다에 나가보면 바다의 넓이에 질리듯
      외로운 사람은 외로움에 질리게 되거든요.
      그렇더라도 여행은 혼자 해야지요.
      진정 잘 결정하셨어요.
      혼자 걷는 행위, 앞 발이 간 곳을 뒷발이 따라가는
      이 무한하고 단조로운 반복 행위에서
      또 다른 무엇을 느끼게 되지요.
      몇 날 며칠을 그냥 걷기만 한 적도 있었지요.
      목적지도 없이 말입니다.









      <소녀의 꿈>


      여행은 버스와 기차로 하는 여행이 최고입니다.
      맨발로 하면 더욱 좋겠지요.
      맨발에 감기는 흙의 체온을 느껴보세요.
      그곳의 체온은 우리가 멀지 않은 날에
      받아들여야 할 온도이기도 하고요.
      맨발로 하는 여행은
      토속적인 사투리와 지방색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여행 중임을 더욱 깨닫게 합니다.
      여행은 남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떠나 본 사람은 알게 되지만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조금은 생소한 자신을 만날 때의 그 기분,
      현기증 같기만 했었지요.

      잘 다녀오십시요. 건강하게.


      -신광철 드림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 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나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 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 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에서 난 땀을 씻어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글 함민복

 



          

        





신이 인간을 빈손으로
이 세상에 내려보낸 이유는
누구나 사랑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신이 인간을 빈손으로
저 세상에 데려가는 이유는
한평생 얻어낸 그 많은 것들 중
천국으로 가지고 갈 만한 것도
오직 사랑밖에 없음을 알게 하기 위함이다

신이 세상 만물을 창조하실 때
제일 먼저 빛을 만드신 이유는
그대로 하여금
세상 만물이 서로 헌신하는 모습을 보게 하여
마침내 가슴에 아름다운 사랑이 넘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 이외수님의 글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What though life conspire to cheat you,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Do not sorrow or complain.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Lie still on the day of pain,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And the day of joy will greet you. 
 
마음은 미래에 살고
Hearts live in the coming day.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There's an end to passing sorrow.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Suddenly all flies away,


지나간 것은 또 다시 그리움이 되리니.
And delight returns tomorrow.

 

 

 Luv / Trojan horse



-= IMAGE 1 =-





누구나
한 이름으로 산다.
삶의 어떤 순간도 '실제상황'이다.

삶에는
'리허설'도
'재방송'도 없다.

삶은
아무도 대신 살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아류와 가짜가
득실대는 세상에서
'나답게' 사는 삶은 아름답다.

'삼행시'는 몇 십 편이나 줄줄 외면서
'윤동주'가 무슨 술 이름이고,
'도종환'이 무슨 약 이름인 줄 안다면

기막힌 삶이다.

조금 더 깊어지자.

한 번 뿐인 삶,
얕은 물에는
술잔 하나 뜨지 못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인다 


달에 갔다온 암스트롱에게 기자들이 물었습니다.
달에 가서 무엇을 보고 왔느냐고.
"지구가 아름답다는 것을 보고 왔다."
우리가 매일 그 안에 살고 있는 지구,
그래서 그 온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지구.
지구가 아름답고 소중한 푸른 별이라는 걸
느끼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달나라까지
가서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던 거죠.

구르는 통 속에서 나와야
통을 마음대로 굴릴 수 있다더니
이렇게 처음으로 멀리 떨어져
내가 살던 산을 바라보니 이제야
산이 바로 보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좁고 작았는지,
닫힌 경험이었는지,
세상이 얼마나 크고 장엄한지...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입니다.
다시 첫마음으로 산으로 걸어갑니다.


- 박노해 <사람만이 희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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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속에서 / 나희덕


    길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터덜거리며 걸어간 길 끝에

    멀리서 밝혀져오는 불빛의 따뜻함을


    막무가내의 어둠 속에서

    누구나 맞잡을 손이 있다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얼마나 새로운 발견인지

    산속에서 밤을 맞아본 사람은 알리라

    그 산에 갇힌 작은 지붕들이

    거대한 산줄기보다

    얼마나 큰 힘으로 어깨를 감싸주는지


    먼 곳의 불빛은

    나그네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걸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 IMAG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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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월에 걸려 온 전화 .....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 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가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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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AG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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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함엽서..


    잘 지내리라 믿습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이곳에 없는 건 당신뿐입니다.
    모든 것이 다 제자리에 있는데 다만 당신만이
    내 곁에 없습니다.
    비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면 창가에 앉아 칼국수나
    먹었으면 좋겠다, 라고 한 그대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나요, 당신만 생각하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고이는 내 헤픈 마음을.

    오후 늦게부터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습니다만
    궂은 우리 사랑엔 언제나 먹구름이 걷혀질까요.
    길을 걷다 무심히 쳐다본 하늘엔 노을이 걸려 있었습니다.
    나는 까닭 모르게 한숨이 났습니다.
    보고 싶다, 라는 말도 저처럼 핏빛 붉은 빛이겠지요.
    탈래도 더 탈 것 없는 가슴,
    쓸래도 더 쓸 수 없는 내 마음의 여백은
    당신이 알아서 헤아려주십시요.
    안녕이란 말조차 나는 가슴저려 못하겠습니다.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석    문 (石門)
                                                                                 

                                                                                 조지훈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만 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 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 <조지훈 전집> (1973)-

     

     

     

     

     

     

     

     

     


     
    ......................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산문적, 고백적, 상징적, 낭만적, 무속적

    ◆ 표현 : 천년 한을 지닌 하소연의 어조.

                 담화의 요소를 갖춤(화자, 청자, 말하는 행위와 내용)

                 설화를 제재로 삼음.

                 서정주의 <신부>와의 비교 읽기.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열릴 돌문 → 임에 대한 지극하고 오랜 기다림.(기다림의 돌문)

        *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 → 화자의 위치를 말함. 전설과 관련시키면 신방(新房)이 될 것이고, 뭇사람과의

                 대비에서 생각해 보면, 화자의 정신적 위상을 드러내는 말이다. 뭇사람들의 조바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의 높이를 드러내는 말이기도함. 이 시가 지니는 나르시시즘적 성격을 드러내는 말.

        * 검푸른 이끼가 앉았습니다. →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임이 오지 않았음을 의미함.

        * 촛불 → 기약없는 기다림의 표상.

        * 천년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 → '한'이 서서히 응결되고 있음을 나타냄.

        *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 → 기다림에 지친 눈물

        * 푸르러 가는 입술 → 화자의 슬픔을 드러내는 모습.

        * 그 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 절개를 지키겠다는 매서운 의지를 나타냄.

        * 열리지 않는 돌문 → 임에게조차 열리지 않을 굳건한 문으로 의미가 변화됨.(원한의 돌문)

        *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년토록 앚아 기다리라고, → 한을 전가하는 심리(보상심리)가 드러남.

    ◆ 주제 : 끝없는 기다림과 한

                 풀리지 않는 원한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당신의 손끝만 닿아도 굳게 닫힌 문이 스르르 열릴 정도로 화자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화자의 사랑은 당신을 일방적으로 향한다. 뭇사람들이 조바심치며 화자를 향해도 임에게만 열어 드릴 문이다.

    그러나 임은 오지 않는다.

    '석벽 난간 열두 층계 위'는 화자가 있는 곳이다. 전설과 관련시키면 신방이 될 것이고, 뭇사람과의 대비에서 생각하면, 화자의 정신적

    위상을 드러내는 말이다.

    뭇사람들의 조바심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의 높이를 드러낸다는 말이다.

    이 시가 얼마간 나르시시즘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도 이것과 관련될 것이다.

    그러나 그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앉고 말았다.

    수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당신은 결코 오지 않았다는 그것이다.

    ◆ 2연 : 영원히 꺼지지 않을 촛불을 밝혀 두고 있다. '촛불'은 기다림을 표상한다. 그러나 그 기다림은 기약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슬픈 영혼'이라 표현했다. '천년'을 기다리겠노라는 데서 한은 서서히 응결되고 있다.

    ◆ 3연 : 기다림에 지친 눈물, 그것을 당신이 남긴 도포자락으로 씻으렵니까?

    세월은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지만 기다림과 한숨에 입술이 푸르러진다.

    '입술'은 화자의 슬픔을 드러내는 말이다.

    ◆ 4연 :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부분이다. 당신의 따스한 손길이 와 닿으면 그때 한 줄 티끌로 사라지겠다고 한다.

    지독한 한의 표출이다.

    당신이 오실 때까지 천년을 기다렸다가는 이내 사라지겠다는 것에서 그리움의 절대성, 그로 인한 원한이 얼마나 사무쳤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 5연 : 한을 전가하는 심리가 드러난다. 위에서의 '돌문'의 의미는 이제 변질된다.

    이제는 당신에게조차 열리지 않을 굳건한 문으로 표상된다.

    화자가 천년을 기다리며 한이 맺혔듯, 이제는 당신이 화자를 기다려 다시 천년을 앉으라고 하는 원한의 전가가 보인다.

    그것은 보상 심리이다. 이렇든 저렇든 당신은 나타나지 않고 화자의 한은 더욱 옹골차게 응결되어 간다.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조지훈이 그의 고향 경북 영양 일월산 황씨 부인 사당에 전해지는 전설(일월산 황씨 부인당 전설)을 소재로 하여 풀리지 않는

    원한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으로 서정주의 <신부>와 매우 흡사하다.

    그 전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일월산 아랫마을에 살던 황씨 처녀는 그녀를 좋아하던 두 총각 중 한 사람에게 시집을 갔다.

    신혼 첫 날 밤 잠들기 전 화장실을 다녀오던 신랑은 신방문에 비친 칼 그림자를 보고 놀라 그 길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멀리 달아나 버렸다. 그 칼 그림자는 다름 아닌 마당의 대나무 그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신랑은 그것을 연적(戀敵)이 복수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려고

    숨어 든 것이라고 오해한 것이었다.

    신부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족두리도 벗지 못한 채 신랑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깊은 원한을 안고 죽었는데, 그녀의 시신은 첫날 밤

    그대로 있었다.

    오랜 후에 이 사실을 안 신랑은 잘못을 뉘우치고 신부의 시신을 일월산 부인당에 모신 후 사당을 지어 그녀의 혼령을 위로하였다.

     

     

     

     

    [감상을 위한 읽을 거리] : 김태형, 정희성 엮음 『현대시의 이해와 감상』에서

    제1연에서부터 제3연까지 격앙되어 오던 정서는 제4연에서 갑자기 톤(tone)을 달리한다.

    제4연부터는 미래에 있을는지도 모를 해후(邂逅)의 뒷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1연과 제5연을 따로 떼어 읽을 때 시상이 상반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어조의 변화에서 온다.

    제3연에서 '어찌합니까?'는 푸념처럼 들리는 한편 제4연에서 '사라지겠습니다.'는 절개를 지키겠노라는 매운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원한'이란 주제의 일관성을 가지면서도 첫째 '자신의 힘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는 하소연, 둘째 '당신이 오면 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상반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제5연에서는 현재까지도 '열리지 않는 돌문'을 보여 줌으로써 그 원한이 신화적 시간대에 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감상을 위한 읽을 거리] :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 현대시 400선』에서
    이 시는 5연으로 이루어진 산문시로서 의미상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앞 단락은 1∼3연으로 풍상에 시달려온 돌문의 모습을 통해 천년의 한을 간직한 신부의 서러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뒷 단락은 4∼5연으로

    미래에 있을지 모를 '당신'과의 해후(邂逅)를 그리고 있다.
    1연에서는 이 시의 핵심적 이미지인 '돌문'이 제시되고 있다.

    검푸른 이끼가 내려앉도록 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오로지 '당신'의 따스한 손끝만을 기다리고 있는 돌문에게서 신부인 화자의

    지극한 사랑과 간절한 기다림을 엿볼 수 있다.

    2연에서는 '꺼지지 않을 촛불'을 통해 '천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신부의 슬픈 영혼을 보여 주고 있다.

    3연에서는 '눈물과 한숨'으로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돌문의 애틋한 모습을 '어찌합니까?'라는 체념 섞인 어조로 나타내고 있다.

    4연에서는 지금까지의 격앙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강한 어조로 절개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당신'의 손길이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는 순간에야 한 줌 티끌로 사라질 것이라는 서러운 비원을 말하는 한편, 그렇게 사라질 자신의

    존재를 눈물 없이는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당신'에 대한 원망을 감추지 않고 있다.

    5연에서는 또다시 천 년을 비바람에 낡아가며 그 자리에 서 있을 돌문을 통해 원한이 사무친 신부의 기다림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므로 1연에서의 돌문이 '기다림의 문'이라면, 5연에서의 돌문은 '원한의 문'으로 신부의 간절한 사랑과 그리움을 열리지 않는

    돌문으로 비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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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잎 물들이는 가을볕이나
    노란 망울 터뜨리는 생강꽃의 봄날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수숫대 분질러놓는 바람소리나
    쌀 안치듯 찰싹대는 강물의 저녁 인사를
    몇 번이나 더 들을 수 있을까

     

    미워하던 사람도 용서하고 싶은,
    그립던 것들마저 덤덤해지는 산사의 풍경처럼
    먼 산 바라보며 몇 번이나 노을에 물들 수 있을까

     

    산 빛 물들어 그림자지면
    더 버릴 것 없어 가벼워진 초로의 들길 따라
    쥐었던 것 다 놓아두고 눕고 싶어라

     

    내다보지 않아도 글썽거리는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Rogier Van Gaal (네덜란드의 신디사이저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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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의 배낭속
    무거운 것들
    하나, 둘 버리면서
    산행길 걷습니다.

    삶의 복통 일으키는
    물질 명예
    자신을 사랑하는
    욕심까지 툭툭 털어

    깊은 계곡 바위틈에 묻고
    발로 꼭꼭 밟았지만
    사랑하는 그대만은
    어찌해 볼 수가 없습니다.

    걷다가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등짝에 달라붙어
    어리광을 부리는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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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아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의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은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 芝 雨
     
     
     
     
     












    황 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꽃새암 / 조지훈


    꽃필 무렵에
    오는 추위


    새촘하니 돌아선 모습이
    素服한 女人 같다.


    반쯤 연 꽃봉오리
    안으로 다시 化粧하고.......


    吉日을 고이 받아
    햇살과 입맞초리


    꽃봉오리 수집은 양이
    시집가기 전 첫색시라.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 피면
    내후년, 내내후년에도
    꽃 피어 만발할 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꽃이 있는 세상 / 이향아


    지상에서
    빛나는 이름 하나 누가 물으면
    꽃이여,
    내 숨결 모두어 낸 한 마디 말로
    그것은
    '꽃입니다'
    고백하겠다
    너와 사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바람 몹시 불어서
    그 사람이 울던 날도
    골목마다 집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이 이별로 얼어붙던 날도
    낮은 언덕 양지쪽 등불을 밝혀
    약속한 그 날짜에 피어나던 너
    꽃이 있는 세상이 가슴 벅차다
     

    간직했던 내 사랑을 모두 바쳐서
    열 손가락 끝마다 불을 켜 달고
    나도 어느 날에 꽃이 피련다
    무릎 꿇어 핀다면
    할미꽃으로
    목숨 바쳐 핀다면
    동백꽃으로.

     

    패랭이 꽃 / 류시화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 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녹두꽃 / 김지하


    빈 손 가득히 움켜진
    햇살에 살아
    벽에도 쇠창살에도
    노을로 붉게 살아
    타네
    불타네
    깊은 밤 넋속의 깊고
    깊은 상처에 살아
    모질수록 매질 아래 날이 갈수록
    흡뜨는 거역의 눈동자에 핏발로 살아
    열쇠 소리 사라져 버린 밤은 끝없고
    끝없이 혀는 잘리어 굳고 굳고
    굳은 벽속의 마지막
    통곡으로 살아
    타네
    불타네
    녹두꽃 타네
    별푸른 시구문 아래 목베어 횃불 아래
    횃불이여 그슬러라
    하늘을 온 세상을
    번뜩이는 총검 아래 비웃음 아래
    너희, 나를 육시토록
    끝끝내 살아.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날마다 상여도 없이

        저놈의 꽃들 또 피었네
        먼저 핀 꽃들 지기 시작하네

        나는 피는 꽃 안 보려고
        해 뜨기 전에 집 나가고,
        해 지기 전엔 안 돌아오는데,

        나는 죽는 꼴 보기 싫어
        개도 금붕어도 안 키우는데,

        나는 활짝 핀 저 꽃들 싫어
        저 꽃들 지는 꼴 정말 못 보겠네

        날마다 부고도 없이 떠나는 꽃들,
        날마다 상여도 없이 떠나가는 꽃들



        * 이성복시인 *

        * 1952년 경북 상주 출생 서울대와 같은 대학 대학원 불문과졸업

        * 1977년「문학과지성」에 시 '정든 유곽에서'를 발표, 데뷔

        *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 수상

        * 작품 -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남해 금산>,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정든 유곽에서>,
        <꽃핀 나무들의 괴로움>,
        <사랑으로 가는 먼 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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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 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 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할 거야
     
    이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 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쩌면 그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백화점에 가서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살거야
     
    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 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 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황정순

               

       

                                                         죽음의 완성

     

                                                                                                    정끝별

     

     

     백년이나 이백년 후면

     이백 살까지 살아야 한다는데 그렇다면 그때

     

     백이른살된 당신 아들과 백마흔살된 당신 손자와 백스무살된 당신 증손자와

    살된 당신 고손자와 여든살된 당신 현손자와

     (두루 둘러봐도 쭈글쭈글한 껍질들뿐이고

     나는 육대 이후의 호칭을 알지 못하나니)

     이윽고 쉰살된 당신 육대손자와 서른살된 당신 칠대손자와 이제 갓태어난 당신 팔대손자가

     

     노거수(老巨樹)가 그렇고

     오래된 큰 구름이 그렇고

     그렇게 오래된 것은 비어가기 마련이라고,

     당신이 죽어가는 침대맡을 비워둘 텐데

     

     살았으되 서로 기억하지 못하고

     살았으되 서로 비워두었던

     당신 유전자의 진화와 그 변종의 역사를

     오래오래 회억하신 후 당신은

     

     잇고 잇고 또 잇다보니 뒤끝이 멀도다

     종언하실까 아니면

     비고 비고 또 비었으니 죽기에도 가볍도다

     

     

    <황해문화>2008 봄호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저녁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그대는 담배 연기처럼... / 이정하


      인이 박혔다는 말들을 하지요.
      그래서 끊을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생각나는 것이 담배라고.

      그랬습니다.
      그대 또한 내 가슴 깊숙이 인이 박힌 것이어서
      잊을려고 하면
      외려 더욱 생각나곤 했습니다.

      하기사 담배를 끊은 적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나절을 끊었다 치더라도
      온 신경이 부르르 떨리고야 마는 금단현상 때문에
      결국엔 두 손 들고 말았었지요.

      그랬습니다.
      내 목을 댕강 쳐버리기 전에는
      결코 끊을 수 없는 담배처럼
      그대 또한 내가 죽기 전까지는
      결코 끊을 수 없는 인연인가 봅니다.

      참으로 내 가슴 깊숙이 인이 박힌 것이어서
      새벽녘, 잠 깨었을 때
      그대부터 찾게 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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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들이 놀다

     

                                                                                             장대송

     

     

     

     

    빈 벽에서 먼 바다의 섬들을 보았다

     

    섬들이 놀고 있다

     

    우울했다가 심심했다가 깔깔대다가 눈물 흘리다가

     

    사는 게 노는 것이라고 했다

     

    집이 되었다가 용이 되었다가 상여가 되었다가 구름이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즐겁게 노는 게 곧 비가 오려나보다

     

    비 오면 떠날듯한 사람이 그립다

     

     

                                                                                          <창작과 비평사,  2003>

     

     

     

     

     

     

                                                                                              

     

     

     



     

     

     

    소녀를 위하여


                                                    김남조


    그가 네 영혼을 부른다면
    음성 그 아니,
    손짓 그 아니어도
    들을 수 있으리

     

    그가 네 이름의 글씨 쓴다면
    생시 그 아니,
    꿈속 그 아니어도
    온 마음으로 읽으리

     

    그가 너를 찾을 땐
    태어나기 전
    다른 별에서
    항시 함께 있던 습관
    예까지 묻어온 메아리려니

     

    그가 너를 부른다
    지금 그 자리에서
    대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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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눈짓)가 되고 싶다.

     

     

     

     

     

     

     

     

    ..........

     

     

     

    <개관 정리 >

    ▶ 성격 : 인식론적(철학적), 관념적, 상징적, 주지적

    ▶ 표현 : 의미의 점층적 확대(나 → 너 → 우리)

    ▶ 중요시구   

       * 이름을 불러줌.( 명명(命名)행위 ) → 대상의 인식, 대상에 대한 의미 부여, 관계 형성

       * 이름 → 누군가가 사물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것을 다른 것들로부터 구별하고자 해서 붙이는 것.

       * 하나의 몸짓

             → 단순히 움직이기만 할 뿐, 그 어떤 인격도 의미도 없는 존재

                 사물이 본질적으로 존재하기 이전의, 즉 사물에 이름을 붙이기 전에 즉자적으로 놓여 있는 상태  

       * 꽃 → 의미있는 존재   

       * 빛깔과 향기 → 그에게 인식되기 전에 내가 지닌 나의 본질

       * 무엇이 되고 싶다

            → 존재론적 소망

                사물은 홀로 존재하므로 고독하다.

                이 고독함이 존재의 허무를 부르고 연대의식을 낳고 초월이나 초인적 상황을 갈망하게 되는데,

                시인은 인간의 고독이 이 같은 연대의식을 낳는다고 말한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것은 이러한 연대의식의 확산이며, 존재의 보편적 삶의 질서에 대한 시적 자아의 의지다.

               김춘수 시인은 이후 이 시를 개작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눈짓'으로 바꾸게 되는데, 시는 무의미의 순수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의미'라는 용어 자체도 배제한 셈이다.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 김춘수 시인의 "꽃"에 대해서

         ㉠ 조남현 - '생명의 극치와 절정(존재론적 고뇌와 불안에 떨 게 만드는 지순지미한 세계)'     

         ㉡ 이형기 - '단순한 사물이 아닌 필경 관념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의 본질     

         ㉢ 이승훈 - 시·공간적으로 한정되지 않는 개념 

       ⇒ 한국 시사에서 꽃을 제재로 한 시는 적지 않지만, 대부분이 이별의 한을 노래하거나 유미주의적인 관점에서 심미적인 대상으로

              노래한 것이다.

              이에 반해 김춘수의 꽃은 '형이상학적 존재론의 시각에서 보다 관념적인 실재의 표상'으로 처리되는 주지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시상의 흐름(짜임) >

    ▶ 1연 : 이름을 불러주기 전(무의미한 존재)

    ▶ 2연 : 이름을 불러준 후   (의미있는 존재)

    ▶ 3연 : 의미화(인식)되기를 갈망하는 화자

    ▶ 4연 :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우리의 소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이 시는 시인이 교사로 재직할 무렵, 밤늦게 교실에 남아 있다가 갑자기 화병에 꽃힌 꽃을 보고 시의 화두가 생각나서 쓴 것이라고 한다.

    꽃의 색깔은 선명하지만, 그 색깔은 금세 지워질지 모른다는 사실이 그의 존재론적 위기를 충동질했는지 모른다.

    이 시는 '꽃'을 소재로 '사물'과 '이름' 및 '의미' 사이의 관계를 노래한 작품으로,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을 깔고 있어서

    정서적 공감과 더불어 지적인 이해가 또한 필요한 작품이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물들이 늘려 있다. 

    이것들이 이름으로 불리워지기 전에는 정체불명의 대상에 지나지 않다가, 이름이 불리워짐으로써 이름을 불러준 대상과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구체적인 대상으로 인식이 되어진다. 

    이름이라는 것은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리워진다는 것은 최소한 그에게만큼은 내가 의미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기에,

    시적 화자 역시 자신의 참모습에 어울리는 이름을 불러줄 그 누군가를 갈망하고 있다.

    단순히 작위적이고 관습적인 이름이 아니라,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기를 원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존재론적 소망이 되는 것이다.

    이 시의 의미의 전개 과정은 아주 논리적이다.  이러한 의미 전개의 논리성은 우리 인식의 과정과 관련되는 것이라 하겠다.

    1연에 제시된 그의 '몸짓'은 '명명'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2연에서 '꽃'으로 발전되고, 여기서 확인된 논리적 흐름을 근거로 하여

    3연에서 '나'의 경우로 의미가 전이된다.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고 말한 후, 4연에서 우리 전부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는 보편적 맥락으로 시를 종결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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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비내리고........도종환 


                                                            오늘 밤 비 내리고

                                몸 어디인가 소리없이 아프다

                                빗물은 꽃잎을 싣고 여울로 가고

                                세월은 육신을 싣고 서천으로 기운다

                                꽃 지고 세월 지면 또 무엇이 남으리

                                비 내리는 밤에는 마음 기댈 곳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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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도 종환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꽃이 돌아갈 때도 못 깨닫고 

                                   꽃이 돌아올 때도 못 깨닫고

                                    본지풍광 그 얼굴 더듬어도 못보고

                                    속절없이 비 오고 바람 부는

                                    무명의 한 세월

                                    사람의 마을에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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