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중서부의 어느 작고 보수적인 대학에 다녔는데 그 학교는 해마다 늦가을이면 정해진 날짜가 돼야만 기숙사에 난방을 해주었다.
어느 해는 겨울날씨 같은 추위가 일찍 닥쳐 우리는 난방을 해달라고 학교당국에 백방으로 건의를 했지만 헛수고였다.
냉방에서 며칠을 덜덜 떨며 지낸 우리는 비상대책을 강구했다.
여학생기숙사와 마주보고 있는 남학생기숙사도 역시 냉방인 것을 알고 기숙사 3층 창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난방을 해주지 않으면 남학생들의 체온을 빌리겠음.”
그러자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히터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한 내 남동생은 룸메이트를 고르는 데 참고로 삼기 위한 질문서에 답을 써넣고 있었다.
그는 '당신은 매일 침대정돈을 합니까?'라고 묻는 항목과 ‘당신은 자신이 깔끔하다고 생각합니까?' 라는 항목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아는 어머니가 그것을 읽어보시고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묻자 동생이 말했다.
“뭐라구요? 그러면 내가 깔끔하지 못한 녀석하고 짝이 돼도 좋단 말예요?”
지사학(地史學) 수업중에는 몇 시간에 걸쳐 화석을 다루며 공부해야 했다.
학생들은 누구나 화석을 조심스럽게 다루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날 아침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아주 오래된 양치류 화석을 다루다가 그만 그것을 떨어뜨려 박살을 내버렸던 것이다.
내가 당황해서 사과를 하자 교수는 내 어깨를 두드려주며 이렇게 말했다.
“그 화석은 100만 년이나 된걸세. 새것을 하나 살 때도 됐지!”
어느 날 저녁 문화인류학 교수가 두 개의 원시문화에 대해 거의 두 시간에 걸쳐 따분한 강의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때 새로 아빠가 된 한 학생이 조용히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수가 그 학생을 지적하며 방금 강의한 두 문화의 공통된 특징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 학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졸린 음성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두 원시사회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새벽 3시 반에 아내가 남편에 게 아기 기저귀를 사오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미시간주 칼라마주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하루는 나이지리아에서 유학온 한 학생이 강의를 들으러 왔다가 생전 처음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무척 즐거워했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좀 수줍어하면서 “지금 눈을 소재로 시를 쓰고 있는 중입니다” 하고 말했다.
다음날은 눈이 더 많이 내렸다.
그는 부츠를 한 켤레 사 신었지만 쉴새 없이 미끄러지고 자빠지는 통에 여간 애를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후 또 한번 폭설이 내렸는데 이리저리 미로와 같이 파놓은 눈길을 따라가던 나는 그 나이지리아 학생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몹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라이터선생님, 전 오늘 지난번에 쓴 그 시를 찢어버렸습니다."
지난 봄 우리 대학교 학생회장 선거때, 입후보자들을 잘 모르는 나는 입후보자들이 내건 슬로건을 보고 내 마음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갖 가지 슬로건을 보니 그중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 눈에 띄었다.
“제게 한 표를! -우리 어머니가 우리 동네에 이미 내가 당선됐다는 소문을 퍼뜨려 놓았습니다!”
개표 결과, 그 슬로건을 내건 사람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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