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델학교는 졸업기념 패션쇼의 막바지 준비로 한창 바빴다. 
특수효과를 내기 위해 드라이아이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교장은 우리 고장에 단 하나밖에 없는 판매점에 전화를 걸어 그 용도를 얘기하고 2kg짜리 드라이아이스를 보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판매점에서는 최소한 100kg은 돼야 주문을 받을 수 있고,또 그렇게 촉박하게 물건을 주문하면 배달이 불가능하다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교장은 얼른 머리를 써서 이렇게 대꾸했다. 
“이것 봐요. 150명이나 되는 미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걸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겠지요 ?”
그 결과 20분도 안되어서 드라이아이스 한 덩어리가 공짜로 배달돼 왔다.

 

 

 

 




병원의 원무과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환자들로부터 치료비를 제때에 못 내고 있는 데 대한 별의별 변명을 다 듣고 있다. 
어느 날 내가 어떤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치료비를 독촉했더니 그 여자는 이렇게 말했다. 
“치료비 지불이 늦어서 죄송해요. 지난번 회오리바람으로 가재도구가 모두 박살나고 말았지 뭐예요.”
나는 지금 내가 건 전화번호가 그 여자의 집 전화번호가 맞느냐고 물었다. 
그 여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네, 그래요. 우리 집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이 전화기 한 대뿐이에요.”

 

 

 

 




승용차를 탄 고객을 상대로 하는 은행의 드라이브인창구 행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나는 개를 데리고 오는 고객들에게가 비스킷을 주었다. 
어느 날 저녁 어떤 여자 손님이 창구 앞에 차를 세웠다. 
나는 입금 계산을 다하고 나서 영수증을 봉투에 넣어 돌려주면서 뒷좌석에 웅크리고 있는 
흰 털 복숭이 잡종개에게 주라고 그 속에 비스킷 한 개를 넣었다.
그 여자손님은 영수증을 확인하더니 봉투에 든 비스킷을 들여다보았다. 
그 여자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차를 몰고 나갈 때 자동차 뒷좌석을 자세히 보니 내가 개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개가 아니고 흰색의 보풀거리는 털이 달린 커다란 욕조매트였다.

 

 

 

 




나는 백화점의 옷 입어보는 방 부근에서 경비근무를 하고 있었다. 
폐점시간이 다 됐을 때,어떤 여자손님이 옷가지 몇 점을 들고 그 방 앞으로 다가왔다. 
“이 방이 왜 잠겨 있죠 ?” 그 여자손님이 물었다. 
나는 그 방은 폐점 15분 전에 문을 닫는다고 알려 주었다. 
그러자 그 손님은 짜증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잘됐네 ! 당신 덕분에 100달러를 안 쓰게 됐어요 !"

 

 

 

 




나는 가축병원을 하고 있는 수의사인데 어느 날 어떤 부인이 예방주사도 맞히고 구충제도 먹이기 위해 사냥개 강아지들을 데리고 왔다. 
모두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들이 상자 안에서 뒤엉켜 꼬물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주사를 맞힌 강아지와 
맞히지 않은 강아지를 구별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수돗물을 틀어 놓고 손가락에 물을 묻힌 다음 주사를 맞힌 강아지의 머리를 적셨다.
내가 네 마리째 강아지의 머리를 물로 적시자 그때까지 수다를 떨고 있던 그 부인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내가 마지막 강아지의 머리에 물을 뿌리자 그 부인이 내게로 몸을 숙이며 이렇게 속삭였다. 
“강아지들도 세례를 받아야 하는지는 미처 몰랐어요.”

 

 

 

 




나는 도쿄에서 일본인 실업가들과 상담을 벌이고 있었는데 오전 상담의 성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회의를 주재하던 사람들이 어떤 식당의 방 하나를 예약했다. 
일본인 실업가들은 그들의 습관대로 모두 신발을 벗었고, 카우보이 구두를 신고 있던 나도 구두를 벗었다.
그런데 우리가 방석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순간 일본인 실업가들이 그날 처음으로 나를 보고 미소를 짓더니 이어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한 사람이 내 양말을 가리키면서 “미키 마우스 !” 하고 말했다.
그 양말은 우리 집 아이들이 내 생일선물로 준 것이었다. 
아이들이 내 짐 속에 그 양말을 넣어 주었고 나는 구두를 벗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그 양말을 신었던 것이다. 
식당에서의 그 순간이 분수령이 되어 나는 무사히 계약을 맺고 일본을 떠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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