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돈을 매트리스 밑에 숨겨놓던 시절을 보낸 구식 분이시다.
단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속옷을 넣어두는 서랍에다 돈을 숨긴다는 점이다.
어느날 나는 아버지에게 약간 특이한 개인용 금고를 사드렸다.
그것은 바닥이 이중으로 된 스프레이식 페인트 깡통이었다.
그게 있으면 아버지가 작업실에 돈을 보관하실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아버지가 그것을 잘 사용하고 계시느냐고 어머니께 여쭈어보았다.
"그럼, 받으신 그날 거기 돈을 넣으셨단다."
"작업실 선반을 뒤질 도둑은 없을거예요 !"
나는 자못 만족스러워 이렇게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겠지. 네 아버지는 그 페인트통을 속옷 넣는 서랍에다 두시니까 말이다."
어머니가 대꾸하셨다.
아이를 낳은 지도 얼마 안되고 차를 구입한 지도 얼마 안됐기 때문에 남편과 나는
우리의 첫번째 결혼기념일에 선물을 주고받을 돈의 여유가 없었다.
우리는 아직 몇 달 남은, 우리가 처음 만난 기념일까지 기다렸다가 선물을 주고받기로 했다
남편은 내 생각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남편은 주머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첫 결혼기념일은 지혼식(紙婚式)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이 선물을 그리 좋아할 것 같지 않구려."
나는 종이를 펴보았다.
그 안에는 작은하트가 그려져 있고 작은 글자로 '차용증서'라고 쓰여 있었다.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걷기대회에 참가한 내 친구와 나는 '무료식수'라고 써 있는 음료대의 어린 두 여학생에게로 다가갔다.
워낙 무더운 날이어서 우리는 물을 실컷 마시고 나서 고마워서 여학생들에게 돈을 좀 주려고 했다.
"아닙니다.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물은 무료입니다."
한 여학생이 말했다.
그들의 봉사정신이 하도 기특하게 생각되어 함께 참가했던 동료들은 잔돈을 모아 여학생들에게 3달러 25센트를 주었다.
우리가 돈을 주고 돌아설 때 여학생들이 자기들끼리하는 얘기가 들려왔다.
"이제 15달러 25센트가 됐어."
우리 집 개 랠프의 개훈련소 졸업을 준비하기 위해 나는 남편 에드와 함께 랠프를 데리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야영장으로 여행을 떠났다.
비가 왔기 때문에 랠프와 나는 저녁시간을 텐트 안에 갇혀 지내면서 개조련사가 강조했던 명령을 계속 연습했다.
"랠프, 앉아" "랠프,서." "랠프,이리 와."
이튿날 아침 우리가 짐을 싸고 있는데 옆에서 야영중인 남자가 장작을 패기 위해 우리의 도끼를 빌리러 왔다.
에드가 도끼를 건네주자 그 남자는 나를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니 남편을 향해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고마워요, 랠프."
우리 집 전화번호는 전기회사의 고장신고센터 전화번호와 끝자리수 하나만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정전이 될 때마다 전화를 자주 받는다.
받기 난처한 때에 전화가 걸려 와도 나는 항상 예의바르게 전화를 받으려고 노력한다.
어느 날 새벽 3시경 전화벨 소리가 울려서 전화를 받아보니 어떤 남자가 자기 집의 전기가 나갔다고 알려왔다.
나는 한 자리를 잘못 돌려 엉뚱한 번호가 나왔다고 예의바르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 깜깜한 방에서 더이상 어떻게 하란 말이오 ?"
댈러스-포트워스 공항에서 화물을 운반하는 회전식 컨베이어 벨트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하고
가방들이 밀려나오자 사람들은 서로 밀치며 우르르 앞으로 나갔다.
그때 나는 커다란 마분지 상자가 불쑥 솟아오르더니 컨베이어 벨트 위로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상자가 열려 내용물이 사방으로 쏟아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병들과 캔류, 작은 단지 등 잡다한 물건들이 사람들앞으로 굴러나왔다.
한 여자가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고 군중속 여기저기서 안타까워하며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가 상자를 바로 세우고 겨우 작은 단지 하나를 집어담자마자 상자는 그 여자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때 그 여자를 전혀 모르는 낮선 사람이 몸을 앞으로 숙이더니 물건을 한 개 집어 상자 안에 담았다.
앞줄에 서 있던 다음 사람도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고 그같은 동작은 계속 이어졌다.
컨베이어 벨트가 한바퀴 돌았을 무렵 거의 모든 물건들이 상자속에 담아졌다.
한 남자가 그 육중한 상자를 컨베이어 벨트에서 들어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람들은 잘했다고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고 그곳을 나올 때 우리는 모두 유쾌한 기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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