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시로 이사를 간 뒤 나는 명소를 구경하느라 많이 걸어 다녔다.
어느 날,'기다리는 동안 구두 고쳐드립니다'라고 유리창에 쓰인 금빛 글씨가 덕지덕지 일어나고 있는 자그마한 구두수선 가게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늙수그레한 주인영감이 내 구두창을 갈아 주겠다고 했다.
영감이 일을 시작하자 나는 영감에게 어떻게 해서 구두 수선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영감은 그 뒤 30분 동안 내 구두를 완벽하게 고치면서 자기가 이탈리아의 자기 아버지 가게에서 구두수선하는 일을 배우기 시작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 그 후 자기가 지내온 세월을 장황하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구두도 다 고치고 얘기도 끝나 내가 얼마냐고 묻자 영감은 손을 내저었다.
"돈 안 받겠소.당신은 내게 큰 기쁨을 주었소.대부분의 손님들이 나한테 같은 질문을 하는데 내가 얘기를 시작하면 자기네들이 사는 이야기를 늘어놓거든. 그런데 오늘 당신만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단 말이오."

 

 




캘리포니아주 어느 군청에서 자원봉사자로 일을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나는 동남아의 난민들을 다루는 직원들이 동남아 사람들을 유달리 존경하고 애정을 느끼고 있음을 눈치챘는데 고등교육을 받고 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소정의 과정을 밟고있던 한 월남인이 우리들의 통역자로 자원하고 나섰을 때에야 나는 그 까닭을 알았다.
나는 그 사람하고 곧 사이 좋은 친구가 되었고 그 사람은 자기 딸이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해서 나한테 전화를 걸어 자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주에 마지막 시험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바빠서 통역일을 할 수 없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하지만 그 다음 주일에는 나가겠어요. 나는 휴가가 필요 없으니까요."했다.
"왜 휴가가 필요 없지요 ?"내가 물었더니 그 사람은 거침없이 대뜸,나에게는 "미국에서의 생활 하루하루가 모두 휴가거든요"하는 것이었다.

 

 

 


햇살이 아름다운 어느 날,나는 5명의 젊은 여성들과 이웃 호수에 수상스키를 타러 갔었다.
우리는 보트에 시동을 걸고 물 위로 미끄러져 호수 한복판에 이르러서는 스키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터가 꺼지더니 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호수 한복판에서 두어 시간 표류하고 있는데 어부 하나가 우리의 딱한 처지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어부는 우리 보트로 다가와 밧줄을 걸었다.
한참 보트를 끌고 가다가 그 어부는 모두 비키니수영복만 입고 있는 우리를 힐끗 돌아보더니 소리쳤다.
"우리 마누라가 이 월척들을 보면 질겁을 하겠구만 !"했다.

 

 




살이 너무 찐 나의 회사 동료 한 사람이 아무래도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 사람은 자기가 시작한 식이요법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좋아하는 제과점을 피하기 위해 차를 몰고 다니는 길마저 일부러 바꾸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그는 큼직한 커피케이크 하나를 들고 직장에 나왔다.
우리들 모두가 그를 꾸짖었지만 그는 연신 싱글벙글했다.
"이건 아주 특별한 커피케이크야." 그의 설명이었다.
"오늘 아침 우연히 그 제과점 앞을 지나가는데 온갖 종류의 맛좋은 빵이 진열되어 있지 않겠어 ?이건 우연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기도를 했지. '주여,제가 저 맛좋은 커피케이크 하나 먹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저 제과점 바로 앞에 차 세울 장소를 하나 내어 주십시오.'"
"그리고 나서 말이야." 그는 말을 이었다.
"그 블럭을 8번째 돌다 보니까 자리 하나가 딱 비어 있지 않겠어 ?"

 

 




아버지와 나는 둘이 다 이름이 조지다.
어느 날 오후 전화 벨이 울리자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는데 조지를 찾으니까 어머니가 "큰 사람 말예요,작은 사람 말예요 ?"하고 물었다.
상대방은 나를 찾았는데 나는 통화가 끝난 다음 어머니에게 따졌다.
"아니,저를 '작은' 사람이라고밖엔 달리 부를 수 없나요 ?"
다음 번에 어느 사람이 조지를 찾자 어머니는 "늙은이 말예요,젊은이 말예요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약간 화를 내며 "늙은이라니 ? 나를 꼭 '늙은이'라고 해야겠소 ?"하셨다.
바로 그때 전화가 다시 울렸다.
"조지 있습니까 ?"하고 조지를 찾았다.
그러자 어머니는 얼른 "네,있긴 있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 보세요."했다.

 

 




노조 대표단이 철의 장막 안 어느 국가 공장을 방문했을 때.
초청자측이 통역을 통해서 자기들한테 으뜸가는 임무는 노동자들이 미리 정한 생산목표를 틀림없이 달성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방문단은 이상한 표정들이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만약 노동자가 할당받은 작업을 제대로 못해 내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총살당하는 거죠." 통역은 즉각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진 대표단은 호텔로 돌아와 작별파티를 준비하고 있는데 헐레벌떡 통역이 들이닥쳤다.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아까 '총살'이라고 한 것은 제가 '해고'라고 할 걸 잘못 말한거예요."
숨을 헐떡이며 통역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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