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젊었던 시절의 연애기분을 다시 맛보려고 '우리가 늘 만나던 벤치에서 8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할아버지는 꽃을 한아름 들고 약속장소로 갔다.
그러나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8시 15분이 지나고 9시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홧김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서 '매정스런 젊은 아가씨'에게 따졌다.
"하지만 엄마가 밤에는 밖에 못 나가게 한다는 걸 당신도 아시잖아요 ?"

 

 

 


레코드가게의 선반에서 내가 사려던 모차르트의 컴팩트 디스크를 찾아낸 나는 그것을 카운터로 가지고 가서 점원에게 수표를 한 장 써 주었다.
점원은 요즘 유행하는 머리 스타일에 달랑거리는 귀고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점원이 내 은행잔고를 확인하기를 기다리며 계산대 옆에 서 있었다.
그랬더니 점원이 내게 그냥 가라고 손짓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다리실 필요없어요.모자르트 디스크를 사는 사람은 부도를 내지 않으니까요."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여름,남편과 나는 딸에게 일자리를 얻어서 돈도 벌고 경험도 쌓도록 하라고 말했다.
7남매의 막내인 그애는 책임이 따르는 일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었다.
그애는 하루에 5시간씩 세 어린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일자리를 얻었다.
그 일을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그애는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오더니 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엄마,엄마는 세 아이들과 하루에 5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모를거야."

 

 

 



어떤 사람이 일본에서  약 한 시간에 걸쳐 강연을 하게 되었는데 청중들은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통역을 쓰기로 했다.
연사는 15분 동안 강연을 한 후 말을 끊었다.
그러나 통역은 대여섯 마디 하고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연사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강연을 계속했다.
그가 다시 15분쯤 강연을 하고 나서 말을 멈추었더니 통역은 또 대여섯 마디만 하고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마침내 연사가 강연을 끝내자 통역은 단 네 마디만 하고는 머리를 조금 숙여 절을 했다.
더욱 어리둥절해진 연사가 영어를 할 줄 아는 동료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처음 당신이 말을 끊었을 때 그는 '지금까지 새로운 얘기는 아무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했고,두번째로 말을 끊었을 때 그는 '별로 새로운 얘기가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으며 맨 마지막으로 그는 '내 생각이 딱 들어맞았습니다'라고 말했지요."

 

 

 


결혼기념일이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전에도 그랬듯이 나는 남편에게 그에 대해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남편이 스스로 기억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런대 바로 그날이 돌아왔는데도 남편은 아무 말도 없고 그걸 기억하고 있는 눈치도 보이지 않았다.
나도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주일이나 지난 다음 남편이 꽃다발과 캔디,그리고 시내에서 하루 저녁을 보내자는 초대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아니,오늘이 무슨 특별한 날이기도 한가요 ?"
내가 시치미를 딱 떼고 묻자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결혼한 지 11년 하고도 1주일이 넘어 아흐레째가 됐다는 것을 잊었단 말요 ?"

 

 

 


막내아들의 성적표를 보고 나는 그애에게 급제점수를 준 몇 안되는 선생들 가운데 한 사람인 컴퓨터 담당 교사를 만나 보기로 했다.
그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머리는 아주 명석합니다.컴퓨터에 특히 관심이 많구요.가정용 컴퓨터를 이용해서 다른 과목의 숙제를 할 수 있으면 성적이 좋아질 수도 있을겁니다."
그낭 저녁 우리는 대학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서로 얘기를 하다가 내가 "얘,닉의 중학교 2학년 성적이 엉망이지 뭐니.그래서 그 녀석한테 컴퓨터를 하나 사주기로 했단다."하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한참 대답이 없던 딸이 이렇게 말했다.
"엄마,만일 내가 은행을 털면 나한테 자동차 한 대 사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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