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장만한 워드프로세서가 자랑스럽기만 한 나는 아들에게 편지를 쓸 때도 그 기계를 쓰곤 했다.
"이 기계는 정말 기가 막히단다. 밑줄을 칠 줄 알 뿐만 아니라 활자도 볼드체,이탤릭체까지 써내거든." 하고 나는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랬더니 아들에게서 회답이 왔다.
"새로 사신 기계가 정말 희한하군요. 그런데 제가 전에 이런 말씀 드린 일이 있던가요 ?
제게 10년 전에 산 볼펜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밑줄도 칠 줄 알며 볼드체에다 이탤릭체도 쓰고 더구나 글씨를 '거꾸로' 쓸 줄도 안다고 말예요."

 

 

 


살던 동네를 떠난 지 1년이 지나서 다시 고향에 돌아온 나는 내가 좋아하는 어떤 젊은 아가씨하고 팔을 끼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전에 어디서 본 듯한 기억이 희미한 어떤 여자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거는 것이었다.
"아이구 노엘 아녜요 ? 이렇게 고향에 다시 돌아오니 반갑군요.그런데 당신 바지 한 벌은 아직도 우리집에 보관하고 있어요."
내가 움찔 놀라는 것을 알아차렸던지 그 여자는 얼른 말을 이었다.
"저 모르시겠어요 ? 쇼핑센터에서 세탁소를 하고 있어요. 오래 전에 당신이 우리 가게에다 바지를 맡겨 놓은 일이 있었죠."

 

 

 



기숙사에 새로 학생이 들어왔는데 매일 오후에 2시간씩 바이얼린을 연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이얼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면 같은 층의 학생들 전부가 벽을 쾅쾅 두드리고 난리였다.
그러던 하루,기숙사 입구에 있는 책상 위에 사발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그릇 속엔 귀마개가 여러 개 담겨져 있고 쪽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필요하신 분은 가지고 가시오.나는 매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연습합니다."

 

 

 



미국 「퍼시픽」전기회사에 소비자로부터 이런 편지가 왔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느닷없이 뛰어든 사슴과 부딪쳐 고장이 나버린 차 앞에서 망연히 서 있는데 마침 귀사의 전공이 지나가다가 고속도로 순찰대원을 무전으로 불러주었습니다.
그날 밤은 몹시 추웠습니다.
그 전공은 자기 웃도리를 벗어서 내게 입혀 주고 자기 픽업트럭에 태우고 히터도 틀어 주었습니다.
고속도로 순찰대원이 도착하자 그 사람은 나를 아내가 걱정하고 있는 집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 전공은 그렇게 고맙고도 자상스러울 수가 없었고 뭣인가 답례를 하려 해도 받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고맙다는 인사편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추신 : 나로 말미암아 귀사가 부담해야 했던 휘발유와 기름값,그리고 트럭의 감가상각비용에 보탬이 될까 해서 그날 밤은 밤새껒 우리 집 현관의 외등을 켜놓고 잤습니다."

 

 

 



겨울 들어 처음으로 큰 눈이 내리자 아버지는 우리들을 보고 집앞의 눈을 치우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나중에 바깥으로 나와서 좁고 꼬불꼬불한 길이 하나 나 있는 것을 보시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우리가 돈을 몇 푼 받고 치워 준 옆집 앞길은 눈이 아주 말끔하게 치워져 있는 것을 아시고는 아버지가 너희들은 돈 몇 푼 받고 남의 집 눈은 저렇게 잘 치워주면서 제 집 앞은 이렇게 엉망으로 치운단 말이냐며 꾸짖자,열두 살짜리 동생이 깜찍하게 대답했다.
"아버지,그게 바로 자유기업과 독재의 차이라는거예요."

 

 

 


메리는 아침나절 내내 장난을 치며 소란을 피웠다.
참다 못해 화가 난 엄마가 버릇을 고쳐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네 방에 가 있어 ! 거기서 네가 오늘 어떤 못된 짓을 했나 생각해 보고 기도를 드려 !"하고 야단을 쳤다.
잠시 후 메리가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와서 "엄마 나 생각도 해보고 기도도 드려 봤어."했다.
엄마가 "그래 ? 그러면 이제 착하게 굴겠구나" 하니까 메리가 으쓱하며 하는 말.
"오해하지 마세요.하느님께 내가 얌전히 굴도록 해달라고 기도한 게 아니라 엄마가 더 참도록 해달라고 빌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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