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련 북부도시에서는 꽃이 생활의 필수품이다.
결혼식이나 연회에는 물론이고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손님을 맞을 때,좋아하는 연극 및 발레 스타에게 던지기 위해,개학 첫날 선생님에게 줄 선물로,입원중인 친구들에게 가지고 가기 위해,수요는 엄청나지만 물량이 달리므로 상술에 밝은 그루지아인들은 장미나 글라디오러스를 송이당 최소한 2500원씩에 팔아 횡재를 하고 있다.
봄이면 중앙아시아나 코커서스지방으로부터 모스크바로 운항하는 항공기는 모두 화원을 방불케 한다.
꽃장사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비행기 납치범들이 그루지아로부터 모스크바로 비행중인 여객기를 공중납치,파리로 가자고 했다.
별안간 승객 두 사람이 달겨들어 납치범들을 때려눕힌 다음 조종사에게 모스크바로 계속 항진하라고 얘기했다.
모스크바에 착륙하자 두 그루지아 승객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나중에 한 친구가 그들에게 꿈에 그리던 파리로 갈 수도 있었을 터인데 왜 못가게 했느냐고 물어 보았다.
"우리가 파리에 갔다 한들 나팔수선화 2000송이를 가지고 거기서 뭘 하겠어 ?"
그 중 한 사람이 대답했다고 한다.

내 친구는 기다란 오렌지빛 깃털이 달린 연초록 모자를 샀다.
며칠 뒤 레스토랑에서 친구는 자기가 산 것과 똑같은 모자를 쓰고 저쪽에 앉아 있는 여인을 보았다.
친구는 흥분하여 손가락으로 그여인을 가리킨 다음 자신을 가리키며 턱만 움직이며 소리를 내지 않고 말했다.
"댁과 나는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군요."
친구는 자기 머리를 가리키고 뒤이어 머리 옆쪽으로 큰 원을 그려 보이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 여인은 꿈쩍도 않았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친구는 다시 한번 몸짓으로 의사전달을 했으나 여전히 차디찬 시선만 받고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 그래,어떤 사람은 유머감각이 전혀 없다구'
레스토랑을 떠나며 친구는 출입구 옆에 있는 거울을 흘낏 보았는데.....
쯧쯧 그날은 모자를 쓰지 않고 외출했던 것이다.

내 친구 마지는 꽃꽂이 강습에 등록했다.
마지는 꽃꽂이를 즐겼지만 자기가 공들여 만들어놓은 꽃꽂이를 강사가 비판하며 다시 손질하는 게 질색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강습을 받던 날 마지는 의기양양하게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이렇게 자랑했다.
“오늘은 강사가 내 작품에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았어요 !”
“축하해요. 작품이 완벽했던게로군.” 남편이 말했다.
그러자 마지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그래요. 엉겅퀴로 만들었거든요.”

임신하고 나서 처음 초음파검사를 받던 날 남편 마크는 일이 바빠 병원에 나와 함께 갈 수가 없었다.
그날 오후 내가 가진 아기가 아들이라는 진단이 나오자 나는 굉장히 흥분이 됐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남편을 놀라게 하려고 풍선을 몇 개 사 가지고 갔다.
집에 돌아가니 남편은 벌써 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남자 아기임'이라 쓰인 풍선들을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남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이 풍선에 쓰인 글을 읽고도 기분이 안 좋으세요 ?”
그러자 남편은 이렇게 대답했다.
“기분은 좋지. 그러나 당신이 풍선을 세 개나 사 가지고 와서 걱정이 되는걸.”

네 아들의 아버지인 나에게는 언제나 아버지날이 특별한 날이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그날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작년에 가족들이 또 그날을 잊고 지나쳐 버릴 것에 대비해서 나는 내 스스로 아버지날 선물을 준비했다.
큼직한 금속 헤드 골프채를 하나 사놓았던 것이다.
과연 아버지의 날이 됐는데도 가족들은 아무 선물도 주지 않았다.
우리가 교회를 향해 출발할 때 비로소 한 아들이 이렇게 외쳤다.
“아니,이럴 수가 ! 오늘이 아버지날이잖아 !”
아내와 아들들이 나에게 사과했다.
나는 그들에게 괜찮다고 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나는 몰래 집으로 와서 새로 산 골프채를 현관에 놓았다.
그런 다음 가족들을 데리러 다시 교회로 갔다.
현관에 들어선 아내와 아들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날 축하해요.” 아내가 자랑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잊은 줄 아셨죠 ?”

내가 친구 폴라와 함께 길가에서 잡담을 하고 있는데 전에 우리 동네에서 살았던 테드가 새로 산 구식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났다.
그가 차를 태워주겠다고 했다.
우리가 좌석이 두 개뿐인데 어떻게 세 사람이 탈 수 있느냐고 했더니 테드는 “끼어 타면 돼”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폴라는 테드 옆에 타고 나는 문 옆에 탔다.
스포츠카가 얼마나 부드럽게 잘 달리는지 보여주기 위해 테드는 동네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차문이 열려 밖으로 튕겨져 나갈까봐 문에 달린 전깃줄 같은 것을 꽉 잡고 있었다.
나는 테드가 골목길을 돌 때마다 그 줄을 더욱 꽉 쥐고 앉아 있었다.
마침내 테드의 자동차 자랑이 끝나고 차에서 내릴 때가 되자 나는 자동차 문을 여는 핸들을 찾았으나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테드가 말했다.
“그 전깃줄을 잡아당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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