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살 된 우리 아들이 임시운전면허증을 받게 되었으므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그애에게 안전벨트 착용을 잊지말라고 일러주었다.
어느 날 그애가 모는 차를 타게 된 나는 다시 설교를 시작했다.
"친구들이 네 차를 탔을 때 전원 안전벨트를 착용하기 전에는 출발하지 말아라 알겠니 ?"
그런데 아들은 평소처럼 "알았다니까요" 하고 말하지 않고 "엄마,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하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경고를 되풀이 했다.
"친구들이 네 차를 타고 갈 때는 차에 탄 사람 전원이 안전벨트를 매기 전에는..." 같은 잔소리를 세 번 더 되풀이해달라기에 나는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이가 대답했다.
"엄마가 ‘네 차'라고 말하는 것이 그냥 듣기 좋아서요."

항공요금이 저렴하기로 유명한 여객기로 여행을 하면서 나는 그 이유를 금방 알게 되었다.
좌석은 짐승이나 앉을 만큼 지저분하고 소다수는 깡통째 건네주고 승객들이 동물원의 곰이라도 되듯 땅콩을 던져주었다.
한 시간쯤 비행했을 때 술을 판매하던 승무원이 승객들에게 소리쳤다.
"20달러를 잔돈으로 바꿔 주실 분 안 계십니까 ?"
"웃기고 있구만. 20달러 바꿀 잔돈이 있으면 누가 이런 여객기를 타겠어 ?"
우리 부모 옆에 앉아 있던 부인이 투덜거렸다.

마른 장작 한 단을 패서 운반까지 해주는 노임으로 60달러를 받겠다는 광고를 본 조카 어니는 전화로 인부를 불렀다.
가져온 장작이 한 단이 못되는 것을 본 어니는 화가 나서 항의 했다.
"이것은 한 단이 아닙니다."
"그럼 한 단이 아니고 두 단이란 말이오 ?" 그 사람이 따졌다.
마지 못해서 어니는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그 사람에게 내밀었다.
"여보시오, 잠깐만."
그 장작 패는 인부가 돈을 세어본 후에 불만을 터뜨렸다.
"30달러밖에 안되잖아요 ?"
그러자 어니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게 나한테는 60달러요."

사람의 글씨를 가지고 그 사람의 성격을 알아맞히는 글씨 분석에 관한 책을 읽은 나는 직장동료들을 상대로 그 책에서 배운 글씨 문석법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러자 글씨 분석에 대해 회의적인 한 여직원이 자기 딸 글씨를 가져올테니 분석해주겠느냐고 했다.
"물론이죠" 하고 나는 대답했다.
이튿날 그 여직원이 봉투를 하나 건네주었다.
나는 그 봉투를 열고 내용을 읽어본 다음 점잖게 말했다.
"댁의 딸은 열네 살로, A학점만 받는 우수한 학생인데, 음악과 말을 좋아하는군요."
그러자 그 여직원은 깜짝 놀라며 자기 친구들에게 내가 기가 막힌 글씨 분석가라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내가 말릴 틈도 주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가 손에 든 쪽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열네 살로 A학점만 받는 학생입니다. 음악과 말을 좋아하죠. 그런데 우리 엄마는 선생님이 엉터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남편이 밤에 비디오 한 편을 보겠느냐고 묻기에 나는 "그러죠"하고 대답했다.
저녁 8시 30분쯤 아기가 잠든 뒤 남편은 VTR에 테이프를 넣었다.
"무슨 영화예요 ?" 내가 물었다.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
남편이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런 다음 남편은 초 한 자루에 불을 붙이더나 포도주 한잔을 내게 건네주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줄리아로버츠가 화면에 나오는 대신 친숙한 얼굴들이 화면 가득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여덟 해 전 우리 결혼식을 찍은 비디오였다.

이혼하고 혼자서 세 명의 아이들을 키우는 나는 직장까지 다니느라고 항상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직장도 만족스럽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가끔 혼자서 환상에 잠기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14살 먹은 딸아이가 그릇을 닦고 있는 부엌으로 덩실덩실 춤을 추며 걸어 들어갔다.
"이렇게 춤추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됐으면 좋겠다." 내가 말했다.
그러자 딸아이는 어깨 너머로 나를 보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이렇게 대꾸했다.
"그 남자를 접시 잘 닦는 남자로 바꿀순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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