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물건을 포장하는 데는 영 서투른 사람이다.
한번은 새로 부임한 사장집에서 조출한 파티가 있어서 가게 되었는데 내가 가지고 간 선물의 포장이 그렇게 엉망인지는 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내가 산 선물은 모양이 이상하게 생겨 포장하기가 까다로웠는데 그래도 포장을 하고 나서 나는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사장도 무척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는 그 선물을 집어들더니 세 살짜리 아들을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선물이 누가 내게 주는 건지 짐작이 간다.”

어느 해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고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두 시간이나 걸리는 퇴근길을 달려오면서 집에 가서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제2차전이나 보면서 푹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 우리 집의 오래된 지붕을 뜯어내고 새로 지붕을 이는 일이 어느 정도 진행 됐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당에는 빈 맥주깡통과 지붕에 깔았던 널빤지가 널려 있고,나뭇 조각들이 수북이 쌓여 현관을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화가 나서 카폰으로 지붕 수리공을 불러서 호통을 쳤다.
사무실에서 힘들게 일하고 고속도로에서 고생을 하며 집에 와보니 현관 앞에 빈 맥주깡통이 수북이 쌓여 있고 더구나 야구경기도 못 보게 되었다고 나는 화를 냈다.
그러자 지붕수리공은 조용한 목소리로 “오늘 저녁에 야구경기는 없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어떤지 오늘 사무실 일도 제대로 잘 안되더라구. 그런데 비 때문에 연기된거요 ?”
그가 말했다.
“그게 아니구요,내가 처마끝을 만지다가 그만 텔레비전 케이블을 끊어버렸거든요.”

영화구경을 가려고 택시를 예약해놓은 남편과 나는 고양이를 밖으로 내놓았다.
그런데 택시가 도착해서 우리가 나가려고 현관문을 열자 고양이가 집안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2층으로 쓴살같이 올라가 버리고 말았다.
남편은 나에게 먼저 택시를 타라고 하고 자기는 고양이를 찾으러 집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택시기사에게 이렇게 둘러 댔다.
“남편은 곧 나올거예요. 어머니에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하러 들어갔어요.”
잠시 후 남편이 나와 택시에 올라타면서 중얼거렸다.
“그 미련한 늙은 것이 2층 침대 밑에 숨어 있지 뭐야. 그래서 옷걸이로 찔러서 끌어냈어.”

남편은 내가 텔레비전의 홈쇼핑채널을 보고 상품 주문하기를 좋아하는 것을 빈정대곤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아주 현명하고 알뜰하게 쇼핑을 한다고 생각하며 내가 쇼핑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날 금팔찌를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남편이 수화기를 건네주면서 말했다.
“당신한테 온 거야. 로버트라고 하는군.”
전화를 건 사람은 홈쇼핑채널의 직원이었는데 그는 나에게 자기 회사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구독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들의 상품이 무척 마음에 든다고 칭찬하고 나서 남편이 빈정대는 바람에 이틀 동안은 물건을 사지 못했지만 지난 2,3주 동안에 물건을 대여섯 가지나 샀다고 말했다.
“아,그렇군요. 실은 부인께서 지난 48시간 동안 아무것도 주문하시지 않아서 우리들은 혹시 부인께서 병환이라도 난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었답니다.”

나는 유명한 유원지에 놀러 가서 선물가게에 들러 물건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8살짜리 아들녀석과 10살짜리 딸아이가 눈에 띄는 대로 물건을 사달라고 졸랐다.
나는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얘들아,그건 모두 쓰레기 같은 것들이야”라고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도 계속 졸라대서 나는 할 수 없이 아이들에게 20달러씩 주고 마음에 드는 것을 사라고 했다.
그리고는 “어떤 물건이 마음에 드니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애들은 돈을 꽉 쥐고 합창하듯 대답했다.
“이건 모두 쓰레기 같은 것들이야.”

나는 첫아기를 낳으려고 진통을 시작한 아내와 함께 분만실에 있었다.
조산원이 아기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고 여의사가 침대 맞은편에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나는 아내를 안심시키느라고 이불 밑으로 손을 넣고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잠시 후 여의사가 나를 바라보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지만 제 손을 잡아야 부인에게는 별도움이 될 것 같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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