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등록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세 살짜리 아들에게 조용히 책을 읽어주고 있었다.
아들이 수스박사가 쓴「거북이 여틀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있는 동안 기다리는 줄이 차츰차츰 짧아져 갔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니 내 앞에 한 노인이 서 있었고 내 뒤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 노인 앞으로 나가 있었다.
그래서 그 노인에게 왜 앞으로 나가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노인은 빙긋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차례가 온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거북이 여틀’이 어떻게 되나 궁금했거든요.”
우리 집에는 아마추어 무선사가 네 명이나 있고 원거리 송수신이 가능한 비싼 휴대용 송수신기가 두 대 있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장인과 함께 그 송수신기들이 제값을 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개발해 냈다.
장인과 나는 둘이서 쇼핑하러 나가면서 우리가 사야 할 물건을 적은 목록을 두 장 만들어 각기 한 장씩 가지고 두 슈퍼마켓을 골라 각기 한 군데씩 갔다.
슈퍼마켓에 가서 물건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값이 얼마인지를 서로 비교한 다음 물건을 사기로 했다.
그런 식으로 두 슈퍼마켓 중에서 값이 싼데서 물건을 사고 있는데 어떤 사람 둘이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그 사람들을 관찰해 보았더니 그들은 내가 어떤 물건을 쇼핑수레에 집어 넣으면 그들도 같은 물건을 자기네 수레에 넣었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싼 물건을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시카고 시내로 출근할 때마다 오래된 교회당 앞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구걸하는 건장한 중년 여인과 마주쳤다.
그 아주머니는 누구에게나 미소를 지으며 상냥하게 인사했고 나는 늘 얼마간의 돈을 그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1년쯤 후에 그 아주머니가 나타나지 않자 나는 웬일일까 하고 궁금해했다.
어느 화창 한 날,그 아주머니가 다시 교회당 앞에 나타났다.
허름한 옷차림 그대로였다.
내가 전처럼 돈을 꺼내려고 지갑을 뒤지자 그 아주머니가 말렸다.
“전에 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직장을 구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절 만나지 못할거예요.”
이렇게 말하며 그 아주머니는 봉지에서 뭔가 종이에 싼 것을 꺼내 내게 주었다.
그날 그 아주머니가 전의 그 자리에 와서 사람들을 기다린 것은 구걸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에 신세진 사람들에게 도너츠를 한 개씩 나누어주기 위해서 였다.
몇 년 전 변호사인 우리 아버지가 뉴욕시의 어느 고급 식당에 나를 데려간 적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보니 빵과 버터 값으로 1달러 50센트가 계산돼 있었다.
아버지가 아무 말 않고 빵과 버터 값까지 그대로 지불하셨다.
이튿날 아버지는 그 식당에 편지를 써 보내 빵과 버터 값은 잘못 청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같은 편지봉투에 변호사 수임료조로 500달러를 청구하는 청구서를 동봉했다.
그러자 그 식당에서 즉시 전화를 걸어 따졌다.
“도대체 이 500달러 청구서는 어떻게 된겁니까 ? 우리는 법률서비스를 부탁한 일이 없는데.”
“나도 빵과 버터를 주문한 적이 없었소.” 아버지가 대꾸했다.
그 식당에서 즉시 1달러 50센트를 보내왔다.
어느 날 아침 10대인 내 딸들이 동네의 공원에 갔다가 길잃은 개를 만났다.
딸들이 집에 오는데 그 개가 따라왔다.
개의 안전을 걱정한 딸들이 개의 목걸이에 적힌 주소를 보고 개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개주인이 집에 없었기 때문에 딸들은 이웃집의 초인종을 눌러 개주인이 언제 돌아오느냐고 물었다.
“글쎄, 곧 돌아오겠지요. 방금 공원에 갔으니까.”
이웃집 사람이 대답했다.
어느 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꽃집 밖에 금방 딴 싱싱한 장미꽃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중 10여 송이를 골라 가게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더니 젊은 여점원이 나를 맞았다.
“부인에게 주실건가요 ?” 그 여점원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부인 생신인가요 ?” 그 점원이 다시 물었다.
“아뇨.” 내가 대답했다.
“그럼 결혼기념일인 모양이군요.”
“아뇨.” 내가 다시 대답했다.
내가 거스름돈을 받아 가지고 가게를 나오려는데 그 점원은 이렇게 말했다.
“부인께서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웃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일,저런 일 (718) (0) | 2020.07.21 |
---|---|
이런 일,저런 일 (717) (0) | 2020.06.22 |
이런 일,저런 일 (715) (0) | 2020.06.22 |
이런 일,저런 일 (714) (0) | 2020.04.15 |
이런 일,저런 일 (713) (0) | 2020.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