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결혼한 내 친구 트레이시는 집에 돌아와서 남편이 자기를 놀라게 해주려고 세탁을 해놓았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 옷을 아주 세심하게 손질하는 그 친구는 처음에는 옷을 다 망쳐 놓았겠구나 하고 생각 했으나,물에 빨아입는 자기의 고급 옷이 욕실 커튼 걸이에 가지런히 널려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
이튿날 트레이시가 그 옷을 입어보니 몸에 꽉 끼었다.
“여보,이 옷을 건조기에 넣고 돌린 거 아녜요 ?” 트레이시가 남편에게 물었다.
“그랬지.” 남편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당신이 하는 것처럼 욕실 커튼 걸이에 널었다구.”
집안에 갖가지 동물들이 침입해 성가시게 굴어 한참 약이 올라 있는데 조경사가 전화로 정원 손질을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관심없어요.”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이웃집 고양이가 와서 피튜니어 꽃 나무를 뽑아버리고 너구리들이 와서 잔디를 파헤치고 두더지들이 앞마당을 마구 파헤쳐놓았는데 무슨 정원 손질이에요 !”
그러자 그 사람이 대꾸했다.
“그럼 나중에 혼자 계실 때 연락해주세요.”
우리 부부는 딸들과 얘기할 때마다 남편감을 고를 때는 어떤 점을 주의해 보아야 하는지 일러주곤 했다.
“돈이나 재산만을 보아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그 사람이 마음씨 좋은 사람인지 또 장차 큰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충고는 잘 먹혀 들어가지 않는 것 같았다.
하루는 동네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가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차에 같이 타고 있던 16살 된 딸이 창밖의 자동차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머나 ! 저기 내 친구 베스와 데이트하던 자동차가 있네.”
차량들로 몹시 붐비는 고속도로에서 차 한 대가 갓길로 매우 천천히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나는 혹시 그 차가 고장이 난 게 아닌가 해서 차를 세우고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보았다.
그 차의 운전자는 젊은 성직자였는데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인근 주유소까지 차로 태워다주면서 이런 농담을 던졌다.
“아니,목사님이 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져 어쩔 줄 모르다니요. 저 위에 계신 분이 보살펴주시지 않나요 ?”
“도와주시죠. 그분이 아마 당신을 내게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목사가 대답했다.
결혼식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내 친구는 이혼의 슬픔에서 벗어난 자기 생모가 결혼식날 입을 멋진 드레스를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몹시 기뻐했다.
그런데 이틀 후 이번에는 자기의 젊은 계모가 역시 생모와 똑같은 드레스를 샀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자기 어머니가 벌써 그 드레스를 샀으니 다른 드레스를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계모에게 사정해봤지만 계모는 그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내 친구의 생모는 두 주일 동안 이 가게 저 가게를 뒤진 끝에 먼저 산 드레스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쓸 만한 옷을 살 수 있었다.
친구들이 먼저 산 드레스는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친구의 생모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결혼식 전날 만찬때 입기로 했지.”
오랜만에 친정에 간 나는 거실에서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책도 읽고 텔레비전도 보았다.
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책장에 꽂힌 낯익은 책들을 죽 훑어보았다.
그런데 그 책들 대부분은 오래돼서 색깔이 바랬고 책장도 너덜너덜했다.
“엄마, 여기 이 책들을 보니 모두 너무 초라하네요. 죽 훑어보고 버릴 것은 골라서 버리는 것이 좋지 않아요 ?”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가더니 책 몇 권을 뽑아서 잠깐 훑어보더니 다시 책장에 꽂았다.
어머니가 자리에 돌아와 앉으면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이 책들은 아직도 훌륭해. 아직도 내용은 그대로 담겨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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