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에드몬튼 국제공항에서 보안검사를 받기 위해 줄어들 줄 모르는 긴 줄에 서 있던 나는 등뒤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남자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를 반복하면서 계속 앞으로 밀치고 들어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하거든요."
나는 이 얌체에게 새치기를 당하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때 나는 호되게 꾸짖을 태세를 갖추고 휙 돌아보았다.
그런데 내 얼굴 앞에는 조종사가 싱글싱글 웃으며 서 있었다.





프리랜서 사진사로 일하는 나는 한 잡지사로부터 야생 들꽃들이 가득 찬 손질되지 않은 어떤 교회 정원의 사진을 찍어오라는

일거리를 얻었다.
나는 수십 곳의 교회를 뒤졌지만 정원이 모두 깨끗이 손질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목사가 그런 정원이 있는 교회의 주소를 알려 주었고 나는 방문을 예약했다.
이튿날 그 교회에 도착해보니 잔디깎는 기계 소리가 들렸다.
목사가 눈앞의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손질해놓았던 것이다.
그가 나에게 설명했다. "우리 교회 정원의 사진을 찍으러 오신다기에 좀 치워놓는 것이 좋을거라고 생각했죠."





플로리다주에 사는 필리스 부샌스키는 공직에 처음 출마했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한 표를 부탁한다는 것이 여간 부끄럽지 않았다.
어느 날 슈퍼마켓에 간 부샌스키는 자기 뒤에 서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저, 실례합니다. 저는 필리스 부샌스키라는 사람인데 이번에 군행정위원회 선거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한 표 찍어 주시겠습니까 ?"
그러자 계산대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대답에 귀를 기울였다.
그 남자는 고개를 서서히 저으면서 "안되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좀 머쓱해진 부샌스키가 그 이유를 묻자 그가 대답했다.
"저는 몬태나주에서 왔거든요."





레지던트 수련기간중 내가 수술실에 들어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마취사는 자기가 환자에게 마취를 너무 약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환자는 몸부림을 쳤고 외과의사는 불평을 해댔다.
마취사가 한 간호사를 향해 고함을 쳤다.
"내게 데머롤 근육주사 100밀리그램을 얼른 줘요."
간호사는 마취약을 병에서 주사기로 뽑아다가 다짜고짜로 마취사의 팔에 곧바로 찔러 넣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간호사를 바라보는 마취사의 눈동자가 위로 말려 올라갔다.
이윽고 마취사는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방금 풋내기 간호사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도 모른 채.





어느 날 산책을 하고 있던 우리 가족은 길가에 세워진 지방 상수도 회사의 팻말을 보았다.
"이 곳은 식수원이므로 오염 시키지 마시오."
"오염이 무슨 뜻이야 ?" 한 아이가 물었다.
환경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설명을 하다가 얕은 물속에 병이 한 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저걸 봐라 ! 저게 바로 오염이란다"
그때 바위 뒤쪽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만 그건 우리가 피크닉에 가져갈 포도주인데 차게 해서 마시려고 물속에 넣어둔겁니다."





아일랜드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내 친구와 내가 길가의 작은 선술집에 들렀다.
아일랜드에서도 규모가 가장 작을 것 같은 그 선술집에서 우리는 나이 든 바깥주인의 시중을 받았다.
우리가 주문한 맥주를 가져다준 그 노인은 바로 어정어정 되돌아가서 높은 의자에 앉더니 눈을 감았다.
방안의 정적이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나는 우리 뒤쪽에 열려 있는 문 안쪽에 진짜 벽난로와 안락의자들을 완벽하게 갖춘

아늑한 라운지 바가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맥주잔을 들고 그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가 편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후 주인영감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문간에 나타났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 ?" 내 친구가 물었다.
"그렇소." 주인이 차분히 대답했다.

"우리집 거실에서 나와 선술집으로 되돌아가주시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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