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버지는 누나한테 헌 의자 하나를 보내기로 했다.
아버지는 그것이 들어갈 만한 큰 상자를 찾다가 마침내 어떤 가게 밖에서 냉장고를 넣었던 빈 상자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상자는 너무 커서 아버지의 자동차 안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집에 가지고 오기 위해서 자동차 지붕 위에 붙들어매야 했다.
아버지가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차에 타고 있던 여자가 차창을 내리며 이렇게 물었다.
"여보세요, 댁의 냉장고가 빠져 나간 걸 아세요 ?"





간호사 실습을 받던 나는 어느 병원의 산부인과에 배치되었다.
교수가 퇴원하는 산모에게 주의할 점을 일러주라고 나에게 지시했다.
교수는 신생아에게 옷을 입혀 퇴원 준비를 시키는 내 모습을 멀찍이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교수의 시선을 의식하면시 마지막 주의사항으로 아기의 할례 부위에 신경을 쓰라고 산모에게 자신만만하게 일러주었다.
그러자 산모는 내가 건네주는 아기를 받으면서 말했다.
"할례라니요 ? 내 아인 딸인데요 !"





스페인을 여행하던 내 친구가 편두통이 생겨 산세바스티안에 있는 한 약국을 찾아갔다.
그녀는 아프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 머리를 가리키며 얼굴을 찡그렸다.
약국 점원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작은 병을 건네주며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호텔로 돌아온 내 친구는 호텔 관리인에게 병에 붙어 있는 라벨을 자기 대신 읽고 얼마만큼의 양을 써야 할지 말해달라고 했다.
관리인은 글을 읽어보고 나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병 다 써야 할 것 같은데요."
두통을 없애기 위해서 내 친구는 병마개를 따고 병을 입술에 갖다 댔다.
그러자 관리인이 깜짝 놀라 병을 빼앗아 들며 소리쳤다.
"안돼요, 안돼 ! 이건 머리 염색약이에요."





간호사가 혈액 채취를 위해 아들의 팔뚝에 주삿바늘을 찔러넣으려 하자 아들이 "잠깐만" 하고 말했다.
"주삿바늘을 찌르기 전에 심호흡을 한번 하고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싶어요."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요. 지금 심정이 어떤지 내가 잘 알아요.
딸애가 차고에서 후진으로 승용차를 뺄 때 나도 바로 그런 심정이거든요."





일요일 아침 일찌감치 일어난 나는 밀린 빨래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세제를 찾아 여기저기 뒤지다가
같은 방을 쓰는 친구의 세제통을 발견했는데 그 통에서는 비누 같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어쨌든 두 시간 동안 세 통쯤 되는 빨래를 열심히 한 뒤 방으로 돌아왔다.
그때 친구가 잠이 깨어 있었으므로 나는 세제통을 던지면서 잘 썼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구가 침대 밑으로 손을 쑥 넣어 다른 통을 꺼내 나에게 던지면서 말했다.
"다음 번에는 이걸 쓰라구"
그제야 나는 두 시간 동안 분유로 빨래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혼피로연장으로 가는 길에 내가 나의 신랑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당신 어머님과 아버님이 그렇게 서로 정답게 지내시는 모습은 남다르신 데가 있어요.
특히 아침마다 아버님께서 아직 잠자리에 계신 어머님한테 따뜻한 커피를 타다 드리는 것은 아주 보기 좋아요. 집안의 내력인 모양이죠 ?"
"그렇고말고 ! 난 어머니를 닮았지." 남편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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