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가 나에게 수술을 권하면서 그 방면의 권위자를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그 의사와 약속을 한 후 약속 시간보다 좀 일찍 병원에 도착해 보니, 문이 열려 있고 젊은 의사가 무슨 책인가에 폭 빠져 있었다.
사람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책만 들여다보고 있길래 내가 헛기침을 했더니 그는 깜짝 놀라며 보던 책을 덮었다.
그 책은 성경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성경을 읽으시면, 수술 전이나 후에 마음이 가라앉으시나요 ?”하고 물었다.
나는 그 의사의 부드럽고도 짤막한 대답一“하는 동안에요.”一을 듣고 수술에 대한 공포가 싹가시고 말았다 !





아들 빌과 함께 슈퍼마킷에 갔다가 친구를 만났다.
내가 친구에게 빌이 내 아들이라는 소개를 하자마자 그 친구는 우리들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대학에 다니는 자기 아들 우디의 얘기를

늘어 놓는 것이었다
운동을 얼마나 잘 하는지 모른다는 등,얼마나 상을 많아 탔는지 모른다는 등,코치가 뭐라고 칭찬을 했다는 등,심지어 대학을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그 친구와 헤어지고 나니 빌이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 중에 내가 저 아주머니의 아들 우디를 증오하듯 나를 증오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 





어느 날 저녁 나는 아내를 데리고 외식(外食)을 하러 갔다.
나는 진한 감색 양복과 와이셔츠에 흰 넥타이를 매고 양복 웃주머니에는 흰 손수건을 꽂고 있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다가 멋지게 생긴 흑인남자와 마주쳤는데, 그 흑인 남자는 공교롭게도 흰색 양복과 와이셔츠에다 검은 네타이를 매고

검은 손수건을 꽂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서로 시선이 마주친 우리는 서로를 응시하며 잠시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이윽고 그 사람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둘 중의 하나는 실물이고,하나는 그 필름이군요.” 





남편은 집에서 멀지 않은 놀이동산에 처음으로 놀러 갔다가 많은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크고 멋진 닥터 수스(미국 만화의 주인공) 모자를

보는 순간 그 모자를 너무나 갖고 싶어했다.
우리는 곧 그 모자가 그 놀이동산에서 하는 가장 어려운 게임 중 하나의 우승자에게 상으로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날과 그 이후 네번을 더 그곳에 놀러 가서 그 모자를 따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썼지만 한번도 게임에 이기지 못했다.
우리가 다섯번째로 그 공원에 놀러 갔을 때 친구 제라드가 함께 갔다.
그는 그 모자에 얽힌 우리의 사연을 듣고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없어. 내가 하나 구해올테니 잠시만 기다리게.”
남편과 나는 제라드가 자리를 뜨자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몇분 후 그는 정말로 그 귀한 모자를 손에 들고 나타났다.
"믿을 수가 없어.” 남편이 그 모자를 머리에 써보며 말했다.
“자네 전에 그 게임을 해본 적이 있나 ?”
“무슨 게임 말인가 ?” 제라드가 물었다.
“이 모자는 기념품가게에서 산 걸세.”





임신한 내 딸이 빠듯한 예산을 짜내서 임신복을 한 벌 지어 보려고 고심하는 걸 보고 내가 몇 벌 지어주려고 딸에게 전화를 걸어

허리둘레를 물어 보았다.
“어머니,내 허리둘레가 지금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줄자도 없어서 잴수도 없어요.”
“네 지갑에 돈은 좀 있지 ?”
“있지요.”
“그러면 얘야,내가 들은 얘기로는 1달러가 6인치라더구나. 전화기를 내려놓고 한번 재보렴.”
몇 분 동안 딸의 옷 스치는 소리와 킥킥 웃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내 딸이 전화를 받으러 돌아왔다.
“어떻게 됐니 ?” 내가 물었다.
“정확하게 재보았는데 6달러 25센트예요 !”





매년 어버이날이면 우리 교회 목사님은 신도들 가운데서 가장 연세가 높은 아버지를 찾아내곤 했다.
먼저 아버지들을 모두 일어서게 한 뒤 20대, 30대, 40대 순으로 앉혀 나간다.
70대에 이르면 한 살씩 세어 나간다.
작년 어버이날에는 드디어 90대에 이르렀는데 우리 아버지와 다른 한 분이 계속 서 계셨다. 목사님은 외치셨다. “아흔 넷.”
아버지는 실망하신 표정으로 앉으시며 내 딸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저 친구가 매년 날 물먹이지 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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