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에서 좌석 30석의 소형 국내선 항공기편으로 여행을 하면서 나는 프레드릭 포사이드의 최신작 소설에 몰두하고 있었다.
객실을 둘러보던 조종사가 내가 책을 거의 다 읽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는 그 책을 자기에게 넘겨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공항이 시야에 들어왔는데도 나는 아직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조종사는 기필코 그 책을 넘겨받을 심산이었다.
그는 인터콤을 통해서 침착한 목소리로 안내방송을 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비행기가 잠시 공항을 선회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몇 페이지를 마저 읽고 나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걱정스러워하는 승객들에게 문제가 해결되었으므로 이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아내가 준비하고 있는 맛있는 소고기 요리를 보고 "어떻게 양념을 했지 ?" 하고 물었다.
아내는 얼른 포크를 내려놓더니 자기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또 내가 없었더라면 절대로 지금 같지 않았을거라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그러다가 아내는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보고 나에게 물었다.
"뭐라고 물어 봤었는데요 ?"
내가 무엇을 물어보았는지 말하자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난 당신과 결혼한 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본 줄 알았지요"
잠시 후 아내가 부엌에서 그릇을 정리하고 있을 때 내가 큰소리로 물었다.
"여보, 다시 나와 결혼할 생각이 있어 ?"
아내가 얼른 대답했다.
"식초하고 바비큐 소스요."
여러해 전 내가 아직 젊은 주부였던 때, 우리는 로디지아 샤바니광산 근처에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찬장을 닦으랴, 마루를 훔치랴, 음식을 만들랴, 유난히 바빴다.
그러다보니 한낮이 되자 그만 지쳐 버렸다.
목욕을 한 다음 나는 머리를 컬러에 말고 아이들한테 점심을 차려 주었다.
그리고나서 한숨 잘 터이니 오후 3시가 되기 전에는 '영국여왕이 전화를 걸어오더라도' 절대로 깨우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일러두었다.
한참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누가 어깨를 살짝 건드리면서 속삭였다.
"미안해요,엄마, 여왕이 전화를 걸더라도 깨우지 말라고 그랬죠. 그런데 수상이 오면 깨워도 괜찮은 거예요 ?"
아들이 놀리는 줄로 알고 잠이 덜깬 상태로 거실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가던 나는 당시 로디지아 수상 가필드 토드가 거기 웃음을 띠고
서있는 바람에 그만 기절초풍을 했다.
수상은 그 지역 출신 국회의원이기도 했으므로 선거구민을 방문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가족은 15년 이상 미국에서 살고 있으므로 나는 미국 시민권을 얻기도 했다.
충성서약을 하러 가게 된 날 나는 다섯 살배기 아들 프라나브에게 나도 이제 미국 시민이 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프라나브를 친구 폴라의 집에 대려다 주었을 때 그애가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있던 나는 폴라에게 그애를 달래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돌아오자 폴라가 아이가 운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프라나브는 폴라에게 "엄마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싫단 말야" 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프라나브는 내가 미국 시민이 되면 금방 피부색은 하얗고 눈은 푸르며 금발머리를 가진 사람으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친구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분이 집에서 귀여워하던 푸들 강아지를 몰래 데려다 보여드리면
무척 즐거워하실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작은 아기포대기에 그 강아지를 싸서 팔에 안고 혹시 간호원에게 들킬까봐 조심조심 복도를 지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다행히 강아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입원실이 있는 층에 다 올라왔을 때 강아지가 포대기 밖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더니 내 옆에 서 있던 점잖은 신사의 얼굴에 대고
숨을 할딱거렸다.
그 신사가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아빠를 닮았군요."
중학교에 다니는 이들녀석이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여자친구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런데 그 여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아들녀석을 칭찬하는 편지를 받고서 나는 안심이 되었다.
그 편지 끝부분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그애가 우리 집에 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아내는 즉시 고맙다는 내용의 답장을 썼다.
아내는 그 편지 끝부분에 이런 재치있는 말을 덧붙였다.
"그애는 우리 집에 와도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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