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새 치과의사와 약속을 한 나는 아파트와 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건물 10층에 있는 그의 진료소를 찾아갔다.
내가 의자에 올라가 눕자 젊은 치과의사는 창을 등지고 선 채 치료에 열중했다. 바로 그때였다.
맞은편 아파트의 커튼 하나가 열리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멋진 몸매의 여인이 약 5초 가량 나타났다.
그녀는 두 팔을 위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켜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나는 이 희한한 광경이 벌어지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창쪽에 등을 돌리고 있던 치과의사는 무엇인가가

나를 자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렇게 물었다.

"그 여자가 방금 일어났나 보죠 ?"





나는 수줍은 성격이라 택시운전사에게 좀 천천히 달리라는 말을 못한다.
그러나 내가 탄 택시가 신호등을 세 번이나 무시하고 차가 기울어질 정도의 빠른 속도로 커브를 돌자 침묵을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죄송하지만 좀 천천히 가실 수 없어요 ?” 내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뭐가 잘못됐나요 ?" 택시운전사가 뒤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나는 두 번이나 택시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단 말예요."
"그건 아무것도 아니죠. 나는 100번도 넘게 사고를 당했는걸요."
택시운전사가 자랑스럽게 대꾸했다.





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슈라이버에서 9년간 성직자 생활을 하면서 날씨를 고약하게 만드는 사람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당에서 야유회를 갈 때면 어김없이 비가 추적추적 내려 모두 기분을 잡쳤고 또 옥외에서 성탄절 바자회를 여는 날에는

심한 폭풍이 휘몰아쳤으니 말이다.
이런 꼴을 당한터라 서인도제도의 교구로 새로 부임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내릴 때, 한창 건조한 시기임에도 폭풍우가 휘몰아쳤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마중나온 교구의 신자를 처음 만난다는 사실에 적잖이 긴장했다.
그런데 나에게 제일 먼저 다가온 신자가 비에 흠뻑 젖은 채 나를 와락 끌어안으면서 무어라고 외쳐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 신자는 흥분된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이렇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성직자를 모시게 되다니 ! 신부님과 함께 온 이 고마운 비를 보세요 !"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학급의 학생들이 생일을 맞은 나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준비를 했다.
내가 어두컴컴한 교실로 들어서자 학생들이 일제히 "생일 축하합니다 " 하고 환성을 올렸다.
나는 요란하게 치장된 의자에 앉아 학생 4명이 들고오는 큼직하고 꽤 무거워 보이는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은 끙끙대면서 그 커다란 상자를 내 무릎 위에 올려놓으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 상자 안에 들어 있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학생들이 내 주위에 둘러서자 나는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아무것도 없잖아 " 속이 빈 것을 보고 내가 말했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학생들이 우겼다.
"그 속에는 평화와 침묵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뒤이어 학생들은 입을 다물고 일제히 침묵으로 들어갔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40년 전 결혼하실 때나 지금이나 늘 금슬이 좋으셔서 우리 오빠가 결혼하던 날,

두 분이 연회장을 누비면서 다정하게 춤을 추셔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었다.
아버지가 활기차게 어머니를 리드하며 춤을 추시는 것을 보고 있으려니 내 눈에는 눈물마저 고였다.
더구나 누가 어머니와 춤을 추려 하면 손을 저으며 제지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처음으로 음악이 멎었을 때 내가 물었다.
"엄마, 아버지가 아직도 엄마를 끔찍히 아끼시는 것을 보니 정말 멋져요. 아버지는 내내 엄마하고만 춤을 추셨잖아요 ?"
"그게 아니란다, 얘야." 어머니는 태연하게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가 오늘 늘 나가시던 체조시간에 빠지셨거든. 그래서 대신 30분 동안 운동을 하려고 하신 것뿐이야."




내 아들은 18세가 되려면 아직 1년이 남았을 때부터 문신을 하겠다고 나에게 조르곤 했다.
나는 물론 완강하게 거절했었다.
그애의 논리에 따르면 자기는 이제 곧 성인이 될 것이니 성인으로서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내 18세 생일을 지낸 지 며칠 만에 아들은 당연하다는 듯 문신을 하고 돌아왔다.

나는 내심 언짢았지만 그애가 어떤 심벌을 새기고 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애의 어깨에는 5cm 크기의 미키 마우스가 앙증맞게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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