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하루는 전화를 걸어,'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만 적혀 있고 발신인 이름이 없는 카드 한 장과 함께
장미 12송이가 자기 앞으로 배달되었다고 얘기했다.
독신인 여동생의 머리에 우선 떠오른 사람들은 옛 남자친구나 새로 사권 남자들이었다.
아니면 엄마나 아빠일까 ? 혹은 직장동료 가운데 누구일까 ? 머리속으로 한번 쭉 훑어보았다.
결국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는데 그 친구의 말이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재니트, 혹시 네가 꽃을 보내지 않았니 ?" 동생이 물었다.
“그래, 보냈어.”
“왜 ?”
“저 번에 만나 이야기했을 때 네가 너무 침울한 것 같았어. 그래서 네가 하루를 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생각하며 보냈으면 해서 보냈지.”





여러 달째 교제를 해 오면서 샘의 마음이 진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샘은 유난히 수줍은 사람이어서 프로포즈를 할 용기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럴 즈음 그이 어머니가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 자리에는 그이네 집안이 모두 참석했고 시골에서 오신 아저씨 내외분도 계셨다.
다음날 샘은 자기 숙부 내외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참 좋으신 분들이던데요” 했다.
그러자 그이는 “숙부와 숙모도 당신이 아주 맘에 든다고 하시던 걸. 우리가 언제 결혼할거냐고 묻기까지 하시더라구.”
그리고는 잠시 있다,“그럼 언제라고 대답해 드릴까 ?” 했다.





밤 10시 30분. 고등학교 축구팀 코치인 나의 그날 귀가시간은 평소보다 3시간 반쯤 늦어 있었다.
내 팀의 아이 하나가 팔을 다쳐서 그 학생을 차에 태우고 이웃 도시 병원에 데려갔는데 경황이 없어 집에 늦겠다는 전화도 하지 못했다.
깜깜한 집 안에 들어가 전등을 켰다.
식탁 내 자리에는 상이 차려진 채였고 그 옆에는 커다란 그릇이 있었다.
시장기를 느끼며 자리에 앉아 그릇 뚜껑을 열었더니一 그 안에는 모래투성이의 쭈글쭈글 한 축구공만 하나 달랑 들어 있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신경을 쓰는 우리 성당에서는 매 달 한번씩 특별 어린이 미사를 가지는데 이런 때면 네 살짜리 우리 딸애도

딴 아이들과 함께 성찬대 바로 앞에 앉는다.
나는 혹시나 우리 애가 무슨 말썽이나 일으키지 않을까 계속 마음 졸일 밖에 .
하루는 미사 후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부모들쪽으로 줄지어 나오는데 우리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함께 갔던 언니는 그애가 찾아올 테니 염려말라고 했지만 사람들이 모두 나가고 허리를 굽혀 경배하는 신부님만 남을 때까지도

우리 애는 안 보였다.
그러다가 신부님이 어쩐지 너무 오래 허리를 굽히고 계신 듯싶어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신부님 수단자락 바깥쪽으로

우리 아이 발이 빼꼼히 내보였다.
신부님은 딸아이 구두 끈을 매는 중이었다. 





휴가를 함께 하고 나서 집사람은 휴가기간이 끝나 출근하고 나는 아직 기간이 남아 집에 있자니 정말 지겨웠다.
그래서 하루는 궁리 끝에 마누라를 놀라게 할 셈으로 설겆이를 하고 집안청소도 말끔히 해 치웠다.
집에 와서 보면 틀림없이 고마와서 어쩔 줄 모르며 떠받들어 줄 줄 알았는데 웬걸 정작 아내는 칭찬 한 마디 하지 않았다.
나중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불평을 털어놓았다.
“아니, 당신은 오늘 내가 말끔하게 치워 놓은 걸 알아보지도 못하는구려.”
번개처럼 나온 아내의 명답은 나를 놀라게 했다.
“네, 당신 말이 맞아요. 집안 일이란 아무리 해도 생색이 안 난다구요. 이젠 아셨수 ?”








할아버지는 느긋하고 신중하신 성품인 반면 우리 할머니는 성질이 불 같으신 분.
어느 날 밤, 닭장에 소동이 난 듯 시끌시끌한 소리가 나는 바람에 두 분은 잠이 깼다.
할머니가 자리를 박차고 닭장으로 뛰어가서 보니 커다랗고 시꺼먼 뱀 때문에 그 난리였다.
뱀을 잡을 만한 마땅한 것이 없어서 할머니는 맨발로 뱀 대가리를 밟아 눌렀다.
그렇게 하고 족히 15분은 서 있으니 그제서야 영감님이 그리로 오셨다.
흐트러지지 않은 차림으로 단추 하나 빼놓지 않고 채우신데다 회중시계까지도 제자리에 차고서.
엉망으로 헝클어진 모습에 잔뜩 골이나 있는 마나님을 보고 할아버지는 아주 재미있어 하시며,
“그놈을 당신이 벌써 잡은 줄 알았더라면 내 이렇게 서두르지 않았을건데…”라고 놀리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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