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번잡한 대로변에 있는 집을 팔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 적이 있다.
복덕방 사람은 혹시나 하여 거의 매일같이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와 둘러보게 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집에 대해서 누구한테든지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일러두었다.
어느 날 저녁, 나이 든 남자가 찾아와서 일곱 살 된 우리 딸을 붙잡고 이 집에 혹시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지 알려고 이것저것 캐물었다.
딸애는 웃으며 못들은 체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자꾸만 물으니 딸애는 비밀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말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옳지, 좀 풀리는군. 그 비밀을 말해 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께.”
데비는 그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비밀을 가르쳐 주었다.
"있잖아요, 우리집 하수구에는 도깨비가 있다구요.”





친구를 만나러 전에 가본 적이 없는 어느 대학교에 갔다.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화장실의 위치를 몰라 이리저리 찾아헤매던 나는 '화장실'이라는 표지가 붙은 문을 발견하고 황급히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
웬 안경 쓴 할아버지가 책으로 뒤덮인 책상 앞에 앉아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황하여 엉겁결에 인사를 꾸벅 하고 나와서 문에 붙은 표지를 다시 보니 그 방은 '학장실'이었다.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으려고 주유소에 간 누이동생 조앤이 잘 모르고 셀프서비스 주유기 앞에 자동차를 세웠다.
기계 만지는 일에 서투른 조앤은 자기가 쥐고 있는 호스를 어떻게 조작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다가 근처에 서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
“여보세요,어떻게 기름을 넣는거죠 ?”
그러자 그 남자가 대답했다.
“그건 기름 넣는 호스가 아네요. 그건 진공청소기라구요 !”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어머니께서는 항상 내 도시락 반찬 걱정을 하셨다.
그래서 내게 이렇게 묻곤 하셨다.
“태정아,네 친구들은 도대체 도시락 반찬으로 어떤 걸 싸오니 ?”
대학생이 된 나는 이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요즘 어머니께서는 내게 이렇게 묻곤 하신다.
“태정아,요즘 기숙사에서는 무슨 반찬을 주니 ?” 





우리 집 세 아이 중 막내인 팀이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던 날, 그애는 우리 세 식구를 차에 태우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애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있기로 했다.
팀은 가장 좁고 꾸불꾸불하고 험한 산길을 골라 차를 모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세 아이는 아무 걱정도 없는 듯 자동차의 그 수리방법 등에 관해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마침내 차가 집에 가까이 왔을 때 나는 내가 잔소리 한번 하지 않고 참 잘 참았구나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딸아이가 소리쳤다.
"얘, 팀,자동차 의자에 떨어져 있는 엄마 손톱을 치울 때 넌 뭘 사용할거니 ?” 





여름방학을 맞은 나는 판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우리는 판매에 나서기 전 30여 분 동안 교육을 받았다.
주고객층이 여성인 까닭에 고객에 대한 호칭은 '손님'이며 어머니나 언니, 주부님 등으로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9시간에 걸친 근무를 마치고 버스를 타려고 영등포역으로 갔는데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가 근처 어느 정거장에 서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인자해 보이는 한 아주머니를 붙들고 물어보았다.
“손님,부천 가는 버스 어디서 서는지 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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