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면서 아이들과 나는 이사짐센터에서 온 대형트럭의 운전석에 끼어 타게 됐다.
그런데 우리집에서 기르는 덩치가 엄청나게 큰 검은색의 그레이트데인종 개가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임시변통으로 우리집에서 타던 픽업트럭을 이사짐 트럭 뒤에 매달고 그 픽업의 운전대에 개를 앉혔다.
그런데 큰 길을 한참 달리는데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길래 뒤를 돌아보니 우리 개가 그 큰 앞발을 클랙슨에 올려 놓은 채 짖어대고 있었다.
그래서 트럭을 길가에 멈추게 하려고 하는데 어떤 차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이거 봐요. 아주머니 ! 개를 먼저 보내지 그러세요 !"





정장을 하고 참석해야 할 파티가 있어서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길에 마침 쓰레기통과 자루걸레를 치워야겠다 싶어

들고 내려갔다.
그런데 그때 현관에서 초인종 소리가 나길래 자루걸레와 쓰레기통을 든 채 문을 열어주었더니 밖에 서 있던 어떤 젊은이가 내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집사람하고 제가 이 근처에 집을 한 채 살까 했는데 집을 청소할 때도 모두 그런 복장을 해야 한다면 이 동네에선 살 생각이 없는데요.” 





우리는 뉴욕주 북부에서 나이 많은 수녀 두 사람이 살던 헌 집을 한 채 샀다.
겨울이 금방 닥치게 되자 그 집의 벽체에 단열재가 안 들어 있는 게 좀 걱정이 돼서 얘기를 꺼냈더니
남편은 "그 노인들이 여기서 그렇게 오랫 동안 견뎌왔는데 우리라고 못 견딜 게 뭐 있어 !” 하며 자신만만해했다.
11월에 들어서 기온이 영하 20도로 급강하한 어느 날 밤 자다가 깨어 방안을 둘러보니 벽에 성에가 잔뜩 끼어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그 노수녀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겨울철에 어떻게 난방을 했었느냐고 물었다.
남편은 그들과 몇 마디 얘기를 주고 받더니 전화를 끊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난 30년 동안 겨울이 되면 따뜻한 플로리다주로 가서 지냈대.” 





내 친구 한 사람은 개의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떠벌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바쁜 가운데에서도 리빙스턴이라는 자기집 개에게 운동을 시키기 위해 매일 개를 끌고 나가 달리기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친구의 몸매가 그리 날씬한 편이 아니어서 나는 그의 말을 곧이들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내가 긴 언덕길을 따라 조깅을 하고 있는데 자동차 한 대가 천천히 내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차 안을 보니 내 친구가 앉아서 열심히 사이드 미러를 들여다보고 있었고 차 옆에는 튼실하게 생긴 리빙스턴이 헐떡거리며 따라가고 있었다. 





우리 시댁은 같은 농장에서 3대째 살아오고 있다.
그런데 남편의 중학교 졸업 20주년을 기념하는 동창회에 참석했을 때에야 비로소 나는 그 고장에서 그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동창생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학교를 졸업한 후 이제까지 자신들에게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남편은 자기 차례가 오자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나에게는 별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내가 태어난 그 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지금은 다른 여자와 잔다는 것뿐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 장내가 떠나갈 듯한 요란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우리 동네에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80대의 할머니 한 분이 있는데 아들 식구들과 같은 거리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배달되는 우편물이

엇갈릴 때가 자주 있다.
어느 날 대학에 다니는 손자가 잠시 집에 와 있을 때 그 손자의 여자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는데 기분나쁘게도 누군가가 편지를 뜯어

보고 나서 다시 테이프로 봉해 놓은 흔적이 보였다.
겉봉을 살펴보니 할머니의 글씨체로 다음과 같은 말이 씌어 있었다 :
“잘못 배달됐슴. 모르고 뜯어 봤슴. 아주 재미있게 읽었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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