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저녁 친구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인도에서 온 이웃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말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소리를 엿들었다.
그들의 부엌 창문 옆으로 지나가면서 우리들은 그집 주부가 입고 있는 영롱한 사리에 마음이 끌렸고,
또 무슨 이국적인 음식을 장만하고 있을까 궁금한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뒷마당에 있는 누군가에게 지르는 고함 소리에 우리의 황홀한 상상은 산산조각이 났다.
“야,얘들아 ! 너희들 햄버거 어떻게 해주련一살짝 구울까, 바싹 익힐까 ?” 



<대형 선박 진수식>



결혼초에 남편은 남의 집을 개조하는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었다.
하루는 그이가 일을 하고 있는 어떤 노부부의 집에 우리 내외가 들렀더니,
할아버지가 반가이 맞아주며 그날이 결혼 50주년 기념일이니까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좀 들고 가라고 부득부득 권했다.
“50년이라구요 ! 할머니하고만 그렇게 사셨다니 정말 오랜 세월이군요 ! ” 내가 감탄했다.
“저 사람이 없었다면, 그 세월은 훨씬 더 길었을거요.”
할아버지의 대꾸였다.



<미국 생방송>



어느 날 밤, 남편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우리 세 사람이 그 영화를 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아주 노골적인 정사 장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나는 내심 당황하면서 시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하게 여겼다.
바로 그때 나는 내 손을 만지는 다른 손을 느꼈다.
시어머니가 시선을 스크린에 그대로 고정한 채 말했다.
“저 멋진 침대 시트 좀 봐. 저 여자는 저걸 어디서 샀을까 ?"



<뻘쭘한 무단횡단>



우리 읍에서는 해마다 가을 축제가 열린다.
공예품 전시회가 열리는가 하면, 특별시장도 서고, 연예행사도 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벼룩시장인데 거기서는 골동품에서 분재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싸게 살 수 있다.
벼룩시장에서 빡빡이 들어찬 사람들 틈을 빠져나가려고 진땀을 빼고 있는데

어떤 부인이 마술이라도 부린 듯 앞길이 탁 트인 가운데 경쾌하게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부인 뒤에 바싹 가까이 가서야 비로소 그 비결을 알았다.
부인은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흉칙하게 생긴 선인장을 들고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었다. 



<전투기 기동 능력>



새로 산 여성잡지의 표지를 흘끗 보니 유독 흥미를 끄는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이 남에게 밝히지 못하는 두려움'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들쳐 볼 것도 없이 직접 남편의 생각을 떠보기로 하고

“당신,내가 직장에 다니는 데 대해 속으로 제일 걱정되는 게 뭐죠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얼른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야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면 어쩌나 하는거지.” 



<주차공간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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