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세 아이 중 막내인 팀이 자동차 운전면허를 따던 날, 그애는 우리 세 식구를 차에 태우고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애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고 있기로 했다.
팀은 가장 좁고 꾸불꾸불하고 험한 산길을 골라 차를 모는 것 같았다.
그런데도 세 아이는 아무 걱정도 없는 듯 자동차의 그 수리방법 등에 관해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마침내 차가 집에 가까이 왔을 때 나는 내가 잔소리 한번 하지 않고 참 잘 참았구나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딸아이가 소리쳤다.
"얘, 팀,자동차 의자에 떨어져 있는 엄마 손톱을 치울 때 넌 뭘 사용할거니 ?” 

 

 

 

 

여름방학을 맞은 나는 판촉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우리는 판매에 나서기 전 30여 분 동안 교육을 받았다.
주고객층이 여성인 까닭에 고객에 대한 호칭은 '손님'이며 어머니나 언니, 주부님 등으로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9시간에 걸친 근무를 마치고 버스를 타려고 영등포역으로 갔는데 우리 집으로 가는 버스가 근처 어느 정거장에 서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인자해 보이는 한 아주머니를 붙들고 물어보았다.
“손님,부천 가는 버스 어디서 서는지 아세요 ?”

 

 

 

 

워싱턴시 교외에 살다가 버지니아주 남서 쪽에 있는 조그만 시골마을로 이사한 우리 부부는 시골생활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남편은 자동차 운전면허를 갱신하느라고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인 아침 일찍 차량등록사무소를 찾아갔다.
남편이 사무실에 들어서니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고 카운터에 세 사람의 직원만 앉아 있었다.
남편은 들어가다 말고 걸음을 멈추고 이렇게 물었다.
“아니,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지요 ?”
그러자 직원 한 사람이 대답했다.
“원하신다면 제가 나가서 손님 앞에 서겠습니다.” 

 

 

 

 

우리 언니에게는 11살짜리 딸과 9살짜리 아들이 있다.
아들 정환이의 꿈은 택시 운전기사가 되는 것이다.
언니는 정환이의 꿈을 바꿔주려고 “정환아,김영삼대통령은 어렸을 때부터 ‘미래의 대통령’이라 써붙여놓고 열심히 공부해서

지금 대통령이 되신거란다. 그러니 너도 좀더 큰 꿈을 갖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하고 말해주었다.
이튿날 학교에서 돌아온 정환이의 필통을 열어보니 거기에 '큰 꿈'이 쓰여 있었다.
'미래의 버스 운전기사'라고.

 

 

 

 

텍사스주 오렌지에 살고 있는 아들 내외의 집에 머물고 있던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콜로라도주의 조그만 마을에서는 살 수없는

몇 가지 물건이 마음에 들었다.
내 말을 들은 아들 내외가 그 물건들을 사주었다.
내가 돈을 내겠다고 했으나 아들 내외는 받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아들 집을 떠나기 전에 수표 한 장을 끊어 부엌 찬장 속에 넣어두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온 후 아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찬장에 있는 수표를 꺼내서 쓰라고 했더니 아들은 그 수표를 절대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어머니, 그 수표에다 사인하는 것을 잊으셨더군요.”

 

 

 


우리 아들이 치과의사와 약속을 해놓고 병원에 가기 며칠 전에 감기에 걸렸다.
그런 데 남편이 자기도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아야겠다고 하기에 내가 치과에 전화를 걸어 예약된 시간에 아들 대신 남편이 갈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병원에 가야 할 날 남편도 몸이 아파 못가게 되었다.
나는 치과에 다시 전화를 걸어 그 다음 주로 약속을 연기했다.
그러나 연기한 예약일 바로 전날까지도 남편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치과에 또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남편 대신 아들이 갈거라고 말했다.
치과접수계원이 약속시간을 확인해 주었다.
아들이 치과에 가기로 한 날, 집으로 치과 접수계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치과의사가 몸이 아파 안 나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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