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여행 중에 있더라도 다이어트를 계속하기로 한 나는 공항식당에 앉아 칼로리가 계산된 소형 책자를 꺼내 열심히 들여다 보며

내 앞에 펼쳐진 메뉴판에 적힌 요리와 차례대로 모두 대조 점검했다.
그리고 마침내 뭘 주문할까 결심했다.
웨이터에게 신호를 보내려고 몸을 돌리자 웬 멋진 신사가 일어나서 내 테이블로 왔다.
"안녕하십니까 !’’ 신사가 한마디 한마디에 주의를 기울여 똑똑히 발음하면서 인사했다.
"아가씨가 메뉴를 보고 곤란을 겪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제가 도와드리고 싶습니다만.’’
신사는 더 가깝게 몸올 숙이고 다이어트를 위한 음식 이름이 잔뜩 적힌 내 책을 슬쩍 엿보면서 말했다.
“어느 나라 말을 하실 수 있는지요 ?” 





남편은 자기 차를 타고 출장을 떠나는 길이었고 나는 내 차를 타고 직장에 나가는 길이었다.

남편의 차는 내 차를 바짝 뒤따르고 있었는데 길 한복 판에서 무슨공사를 하고 있어서 나는 왼쪽으로 차를 꺾어 멈췄다.
남편은 내가 선 것을 늦게야 알았기 때문에 내 차의 뒤범퍼를 들이받았다.
놀라서 뛰어 나온 우리는 차를 살펴 보았지만 사고가 별로 크지 않은 것을 알았다.
나중에야 나는 공사현장에 있던 인부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들의 예상대로 싸우는 대신에 우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서로 부둥켜 안고 오래도록 아쉬 운 듯한 키스를 나눈 다음

서로 차를 몰아 뿔뿔이 헤어졌으니까. 





나는 동료와 함께 변호사사무실을 경영하는데 우리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때면 상호는 적지 않고 우리 두사람의 이름만 적어넣은

카드를 고객들에게 보낸다.
어느 해에 카드가 많이 남게 되어, 우리는 옛날 고객에게도 보냈다.
카드를 받은 어떤 고객은 우리 이름을 완전히 잊어버렸던지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선생님들,당신들께서 보낸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무엇하는 사람들이고 왜 같이 사나요 ?"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 아내가 돈다발을 흔들어대며 신이 나서 반겨 주었다.
"오늘 두 개가 팔렸어요, 여보. 우리 오늘 저녁은 밖에 나가서 먹어요.” 아내의 발표였다.
아내는 스스로 1년을 기한으로 정해 놓고 그 안에 작가로 성공해 보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러나 지난 11개월 동안 쓰고 또 고쳐 쓰고 해서 원고를 여기저기 투고해 보았지만, 그 피나는 노력의 대가로 돌아온 것은

산더미 같은 거절 편지뿐이었다.
아내의 글이 팔린 것이 너무도 기뻐서 흥분한 나머지 나는 음식을 시켜놓고 나서야 겨우 무슨 글이 팔렸느냐고 물어 보았다.
아내는 바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타자기하고 책상을 팔았어요.”





우리 둘째 아이가 태어난 것은 바로 내 생일날이었다.
남편은 그날밤 야구경기의 특석권이 있었지만 문병시간이 끝날 때 까지 점잖게 있다가 가도 경기가 끝나기 전에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문병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남편은 ‘인제 됐다’ 하고 일어나서 쏜살같이 병실문을 향했지만,

그만 생일축하 케이크를 들고 들어오는 간호원과 마주치고 말았다.
간호원은 생긋 웃으며 말했다.
“경사스런 날이 많아요. 반시간만 더 계시도록 하겠어요.’’






첫애를 가졌을 무렵 내가 즐겨하던 얘기꺼리는 주로 여권(女權)에 관한 것이었다.
기회있을 때마다 남편에게 여자의 능력과 여자들이 최근에 이룩한 업적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날 저녁 남편이 우리집 고물차를 고치려고 몇시간이나 애를 쓰다가 들어 왔을 때 나의 여권 강의가 좀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의 기분을 전환시켜 보려는 생각에서 “여보, 사내아이가 좋겠어요,계집아이가 좋겠어요 ?”하고 물었더니,
"사내아이가 좋겠는 걸.” 남편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놈이 자라 어른이 될 때면 집안에서 집안 일이나 보고 저따위 자동차는 그놈하고 결혼한 여자가 고쳐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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