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앞에는 차가 많이 다니는 가파른 언덕길이 있다.
그래서 트럭들이 힘겹게 언덕을 기어올라가며 내는 소음 때문에 베란다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가끔 있다.
그런데 최근 어느 날 도로 재포장공사 때문에 그 길을 막아버렸다.
그날 아침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추워서 몸이 떨리길래 아내에게 소리를 질렀다.
“여보, 베란다의 문을 왜 열어 놓았어? 오늘 바깥 날씨가 영하15도나 되는데.”
“문을 닫아 놓으면 바깥의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없잖아요 ?"
뉴잉글랜드지방 토박이인 우리 아버지는 돈을 헤프게 쓰는 딸들에게 북부 사람들의 근검 절약정신을 가르치시느라고 무척 애쓰셨다.
한번은 내가 캠핑지도자로 근무하고 있을 당시 집에 편지를 쓰면서 여봐란듯이 얇은 나무 껍질에다 글을 써 보냈다.
그리고 편지지를 사는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껍질을 이용하는거 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또 한번 나보다 더한 구두쇠 솜씨를 발휘하셨다.
아버지는 내가 써 보낸 나무 껍질을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그 위에다 다시 이렇게 써 보내셨다.
“얘야,무슨 일을 하든 네가 갖고 있는 것의 반만 가지고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않도록 해라."
때가 벌써 3월 중순이어서 눈이 많이 내리던 긴긴 겨울이 지났건만 아직도 봄기운은 찾아 들지 않고 있었다.
겨울 내내 어디 다니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답답한 생활을 하다보니 식구들에게 신경질을 부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하루는 밖에 나갔다 돌아와 보니 희한한 것이 눈에 띄었다.
식탁 위에 튤립,수선화, 국화 등 봄에 피는 꽃들이 한 다발 놓여 있었다.
남편이 꽂아 놓은 카드를 집어서 읽어 보고 나서 나는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다.
“겨울의 우울중에서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비오. 사랑하는 남편 리"
내 친구가 취직을 하게 되자 그 친구의 남편이 집안 일의 일부를 도와 주기로 했다.
그런 데 사내아이들이 여기저기 어질러 놓는 것을 쫓아다니면서 줍고 정리하며 집안을 깨끗이 치우다 보니
일이 보통 많은 게 아니어서 그만 질려버렸다.
그래서 아내한테 진공청소기를 하나 새로 사러 가자고 했다.
판매원이 최신형 청소기를 꺼내 보이면서 사용법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는 “이 기계는 최신 장치를 골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하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친구 남편은 청소기가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지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 판매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타고 다니면서 청소하는 기계는 없소 ?”
아침마다 남편을 깨우자면 이만저만 힘드는 게 아니다.
한번은 주말을 이용해서 남편과 함께 시댁에 다니러 갔을 때 시어머님께 그 오랜 세월 동안 아침마다 어떻게 아들을 깨우셨느냐고
여쭤 보았다.
“공기돌로 했지 !" 시어머니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씀하셨다.
“냉장고에다 항상 공기돌을 한 봉지 넣어 두었단다"
난 무슨 말씀인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아 “공기돌을요 ? 냉장고에요 ?” 하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던 남편이 고개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가 당신 침대 속에다 차디찬 공기돌을 한움큼 굴려 넣었던 적 없소 ?"
바로 얼마 전에 읽어 본 스파이 소설에 주인공이 워싱턴 시내에 있는 어느 동상 밑에 편지를 숨겨 두었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마침 워싱턴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놀기삼아 정말 작가가 묘사한 대로 화병 같은 것을 놓아두는 곳이
동상 좌대에 있는지 알아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곳에 가서 보니 놀랍게도 정말 그런 것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속에는 셀로판지로 싼 편지까지 한 통 놓여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 편지를 꺼내서 펼쳐 보고 나는 한바탕 웃었다.
어떤 이름모를 독자가 이렇게 적어 놓았던 것이다.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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