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둥피둥 살찐 사나이가 그 고장 최고급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몇 해만에 처음 그를 본 친구 한 사람이 다가와 물었다.
"그래 요즘 재미가 어떤가?"
괴롭다는 듯이 끙끙거리며 뚱보가 대답했다.
"아주 형편없어. 돈이 없어서.''
‘‘형편없다니 ? 그렇게 뵈질 않는데. 값 비싼 바닷가재를 먹고 최고급 포도주를 마시고 있지 않나?

아무리 봐도 돈 없는 사람 같지 않은걸.''
"그게 아닐세, 이 사람아. 전엔 마누라까지 여기 데려올 수 있었거든"





우리 동네 가축병원 주최로 개 컨테스트를 했는데, 가 보니 잘생긴 개도 많거니와 멋장이 주인도 많았다.
그중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조그마한 잡종 개를 데리고 온 11살쯤 돼 보이는 소년이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리는 동안 소년은 줄곧 정성껏 자기 개를 쓰다듬어 모양을 내 주다 껴안다 했다.
마침내 이름이 불리우자 소년은 두 손으로 개의 머리를 살포시 감싸주며 사랑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개를 보며

말하는 것이었다.
"너, 만일 네가 상을 타지 못하더라도 기분 나빠 하지 마. 저 사람들은 나만큼 널 잘 알지 못하니까 말야."





내 개는 언제나 자동차 여행을 즐기는데 날씨가 더운 때에는 좌석보다도 바닥에 드러눕는 걸 더 좋아한다.
어느 더운 날, 좀 가파른 언덕길에 차를 세웠다.
문을 잠그면서 나는 늘 그러듯이 준엄하게 "가만히 있어야 돼 ! " 했다.
아마도 남이 보기엔 빈차에 대고 하는 말 같았을 것이다.
저만치에 있던 나이 지긋한 양반이 웃긴다는 듯이 지켜 보더니 한 마디 했다.
“핸드 브레이크도 아예 걸어 두지 그러슈 ?"





얼마 전 식품냉동기를 산 몇몇 친구들이 하루는 소의 옆구리 살덩이를 사서 직접 잘라 냉동시키기로 했다.
그들은 부엌식탁을 말끔히 치우고 푸주한이 쓰는 큰 식칼과 톱 등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소의 거대한 시체와 한창 씨름을 하고 있는데 부엌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새로 부임해온 교구목사가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냥 인사를 드리려고 들렀습니다. 차를 들고 계시는 데 방해가 될 것 같군요. 나중에 다시 들르지요."
목사가 하는 말이었다.





친구와 야영을 갔었다.
우리는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밤늦게 나탈의 줄룰랜드에 있는 자연보호지에 도착했다.
야영할 자리를 먼저 찾고, 신고는 아침에 가서 하기로 했다.
자동차로 주위를 돌다가 진흙길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는데 그곳은 참으로 아름다운 목초지였다.
전조등 불빛에 놀라 쳐다보는 수사슴의 눈이 비쳤다.
야영하기에는 안성마춤인 장소였다.
다음날 아침 천막 밖에서 “안녕하십니까?" 하는 소리가 나 우리는 깜짝 놀랐다.
인사한 사람은 그곳의 감시원이었는데 우리는 그의 집 뜰 한가운데 티없이 깨끗한 잔디밭에다 천막을 쳐 놓았던 것이다.





내가 잡화점에서 일하던 때의 일.
어떤 말쑥한 신사가 와서 실크손수건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 사람은 내가 내어놓은 여러 개의 손수건들을 서로 비벼 보고 똘똘 뭉쳐 보고 허공에 탁 쳐 보는 등 온갖 방법으로

조사했다.

나는 보다 못해 그중 하나를 골라주며 말했다.
"이게 제일 주름이 안 갈꺼에요."
그러자 그 사람이 설명했다.
"주름은 문제가 아닙니다. 마술하는 데 쓸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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