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시골의 겨울은 몹시 춥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남편은 차고 앞길의 눈을 치우느라고 여러 시간 고생을 한다.
이웃사람이 갖고 있는 제설기를 남편이 몹시 탐내길래
어느 해 가을 그 기계가 아주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하나 사서 성탄절을 기다리며 감추어 두었다.
그해 12월 15일 쯤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 나는 더 이상 못 참고 선물을 미리 주었다.
남편은 어린애처럼 무척 좋아하였으며 그날 저녁 기계에 기름을 넣는 등 언제라도 출동할 수 있도록 완벽한 준비를 해 두었다.
그리고 다음 날의 거사를 위하여 방한복도 꺼내어 놓았다.
남편은 하도 흥분하여 밤새 뒤척거리며 잠까지 설쳤다.
다음 날 아침 좀이 쑤신 남편은 급히 옷을 주워 입고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는데
땅에는 틀림없이 눈이 내려 있었지만 유독 우리 집 차고 앞길에는 1cm의 눈도 보이지 않았다.
이웃사람이 우리를 위하여 말끔하게 치워버린 것이었다.





나는 컴퓨터 한 대를 샀을 때 새로운 세상을 발견한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다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현대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사실일까?
하루는 어떤 젊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내가 몇 년전에 우리 고장에 관한 책을 썼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한번 만나 볼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만났는데그 기자가 내 책에 깊은 관심을 보이기에 그 책 한 권을 주기까지 했다.
그의 몇 가지 질문이 있은 후에, 우리는 컴퓨터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다.
그는 책을 잠깐 훑어보더니 "K는 모두 몇이었죠?" 하고 물었다.
나는 그가 그 책을 쓰는 데 몇 개의 컴퓨터 메모리가 필요했는지 묻는 것임을 알았다.
"그 책은 컴퓨터로 쓴 게 아니라 타자를 쳐서 쓴겁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책을 뒤적거리더니 "타자기로 책을 쓰셨다구요?" 하고 물었다.
나는 위대한 작가 토마스 만도 타자기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그는 잉크를 찍어서 쓰는

옛날 펜으로 소설을 집필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럴게 함으로써 펜을 잉크에 담근 다음 원고지 위로 옮겨 글을 쓸 때까지 어휘의 선택을 위해 보다 긴 시간을

생각할 수 있었다는 얘기까지.
하지만 그 젊은이는 내 말을 곧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타자기로 이 책을 쓰셨단 말이죠?" 하고 말했다.
그때 나는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네덜란드 회사의 오스트리아 주재원이 빈의 유명한 미식가이며 포도주 심사원이기도 한 저명인사가

아주 우아한 식당에서 베푸는 만찬에 초대받아 참석했다.
그 만찬의 호스트는 자기가 좋아하는 오스트리아산 붉은 포도주를 대접하려고 하는데 그것은 1956년산 명품이라고 말했다.
웨이터가 술잔을 채우는 동안 네덜란드인 주재원은 포도주병을 싸고 있는 냅킨이 좀 풀어져서 라벨이 드러난 것을 보았다.
라벨에는 양조연도가 1957년으로 되어 있었다.
그는 호스트를 위해 축배를 들고 난 다음 또 한 모금을 홀짝거리면서 "아까 이 포도주가 1956년산이라고 하셨던가요?
제 입에는 1957년산 같이 느껴 지는데요" 하고 호스트에게 말했다.
호스트는 짐짓 점잖은 미소를 지으면서 웨이터를 불러 라벨을 보여달라고 했다.
주위에 있던 손님들이 모두 양조연도를 확인해 보고는 크게 놀랐다
그 일이 있은 후 그 주재원은 보다 훌륭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은 고지대 초원지방의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2인용 침대에 쓸 전기담요를 한장 구입하셨다.
두 분은 함께 주무시면서도 따뜻하거나 서늘한 것에 대한 어느 한 분의 선택을 다른 분에게 강요하지 않도록

담요 양 쪽의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을 고르셨다.
어느 날 밤, 어머니는 좀 추운 듯한 느낌이 들어 온도조절기를 조금 높게 조정하셨다.
그러자 불편할 정도로 덥다는 것을 느낀 아버지는 당신 쪽의 온도를 내리셨다.
어머니는 온도를 올렸는데도 여전히 추워 덜덜 떨면서 조절기를 더 높이 조정하셨다.
아버지는 반대로 너무 더워 온도를 다시 내리셨다.
두 분은 온도조절기를 끝까지 조정해봐도 소용이 없자 무슨 지독한 열병에 걸렸는가 보다고 생각하시고는,

서로 방해하지 않고 밤을 새우는 수밖에 없다고 작정하셨다.
다음날 아침, 밤새 잠을 이룰수 없었던 까닭이 밝혀졌다.
잠자리를 준비하면서 담요를 무심코 거꾸로 펴는 바람에 온도조절기가 침대의 반대편에 놓였고,
그래서 어머니가 아버지쪽 담요의 온도를 계속 올린 반면에 아버지는 어머니가 가련하게도 덜덜 떨만큼 온도를 내리고

계셨던 것이다.






버스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의자 밑에 손가방을 놓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나중에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운전사가 내 가방을 챙겨 두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버스회사로 가방을 찾으러 갔더니 비번인 운전사 몇 명이 내 주위에 모여들었고
그중 한 사람이 내게 그 손가방과 타이프로 찍은 종이 두 장, 그리고 손가방 속에 들어 있던 물건을 담은 상자 하나를

건네주었다.
"분실한 지갑이나 가방은 목록을 작성하도록 돼 있습니다. 댁의 물건이 그 상자 안에다 있을겁니다." 그가 말했다.
내가 그 물건들을 다시 내 가방 속에 넣으려는데 그 운전사가 말을 이었다.

"그 물건을 집어넣는 걸 우리가 좀 봐도 괜찮겠죠? 아무리 해도 우리들 중 그 누구도 그 물건들을 전부 그 가방 속에 넣질 못했어요.
어떻게 그것들이 모두 가방 속에 들어가는지 좀보고 싶군요."





나는 뉴욕시 7번가에 있는 어느 큰 호텔 앞에서 점심 약속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호텔의 문을 열어주는 도어맨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는 길도 안내해주고 질문에 대답하기도 하면서 손님들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 같았다.
어떤 남자가 그에게 다가가서 펜실베이니아역까지 걸어가려면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도어맨이 대답했다. "우선 선생께서 얼마나 빨리 걷는지 알아야 하겠는데요."
그 남자가 아주 신중하게 열다섯 걸음을 걸어갔다가 되돌아왔다.
도어맨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20분 가량 걸리겠습니다."










'웃다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런 일,저런 일 (462)  (0) 2017.08.10
이런 일,저런 일 (461)  (0) 2017.08.10
이런 일,저런 일 (459)  (0) 2017.07.25
이런 일,저런 일 (458)  (0) 2017.07.25
이런 일,저런 일 (457)  (0) 2017.06.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