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인 남편이 어느날 가게에 가서 분홍색 전구와 노랑색 전구를 하나씩 달라고 했다.
가게 점원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전구 두 개를 가지고 오더니 "이거면 되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남편은 전구들을 살펴보는 척하다가 됐다고 대답했다.
점원이 그 전구들을 종이에 싸려고 하는데 가게 한쪽 구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가게 주인이 참견했다.
"아니 이게 뭐야? 손님은 분홍색 전구와 노랑색 전구를 팔라고 했는데 자넨 초록색 전구와 청색 전구를 가져 왔잖아?"
그러자 점원은 멋쩍든 미소를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실 전 색맹이거든요."






어느 더운 여름낱 고원지대를 차로 달리던 우리는 데리고 간 늙은 개에게 시원한 공기를 마시게 해주려고 차를 세웠다.
개는 혀를 내밀고 근처 풀밭에 앉아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남편은 두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자동차 보넛 위에

펴놓은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자동차 한 대가 와서 멎더니 운전자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몸이 불편한 모양이지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없을까요?"
"아녜요. 괜찮아요."  내가 대답했다.
"늙어서 그래요. 전에는 차 밖으로 뛰어나오면 내게 마구 달려들고 풀밭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었지요."
그 운전자는 나를 쏘아보더니 서둘러 떠나 버렸다.
그는 개를 보지 못했던 것이다.






내 친구인 새러와 마이크는 가끔 그들이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곤 했는데.

집에 올 때면 그들의 어린 두 자녀에게 주려고 커피와 함께 나오는 과자를 싸 가지고 왔다.
어느 날 그들은 시골에서 온 친구 부부와 함께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그들을 호텔에 데려다 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거의 다 와서야 새러는 호텔에 친구를 데려다 줄 때 인사를 하러 자동차 밖으로 나가다가 과자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이크가 곧장 그 호텔로 다시 가서 새벽 1시나 된 늦은 시간에 여기저기 더듬거린 끝에 그 과자를 찾아냈다.
집에 돌아온 마이크는 아이들의 침대 머리맡 테이블 위에 과자를 올려놓고, 흐뭇해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아이들이 일어나서 과자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밤에 개가 방에 들어와서그 과자를 먹어 버렸던 것이다.






딸 린다는 가을 단풍 사진을 찍어서 영국에 있는 친구에게 보내고 싶어했다.
그래서 우리는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갔고, 딸은 나에게 단풍이 아름답게 든 덤불 앞에 있는 벤치에 앉으라고 했다.
나는 벤치 쪽으로 걸어가면서 낙엽을 한 줌 주워 공중으로 던졌다.
땅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찍으면 좋은 사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신이나서 두어 번 낙엽을 공중으로 던지고 나서 린다가 사진을 찍고 있나 보려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딸은 내게 등을 돌린 채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찍고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의 조그만 농장에는 암소 한 마리가 있는데 이놈이 뿔로 외양간의 문을 열고 나가서

할머니가 가꾸는 채소를 다 먹어 치우곤 했다.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모양의 고리나 자물쇠 등을 사용해 보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
그 늙은 암소는 용케 외양간을 빠져나가곤 했다.
할아버지는 궁리 끝에 외양간에 쇠사슬을 칭칭 감고 거기다가 맹꽁이 자불쇠를 채웠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할머니가 물었다.
"그렇게 하면 그 암소가 못 빠져나갈 것 같수?"
"못 나갈걸. 하지만 흑시 모르니까 자물쇠 열쇠를 감춰 놓았지 "






멕시코시티에서 캐나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우리 식구들과 우리가 데리고 간 스코틀랜드 테리어 개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도착할 때까지는 모텔에서 묵는 데

아무런 어려움도 없었다.
오하이오에서는 들르는 모델마다 똑같은 이유로 투숙을 거절하니 난감했다.
애완동물은 사절한다는 것이었다.
지치고 속이 상했지만 우리는 또 한 군데를 들러 보았다.
그 모텔의 접수계원은 종류에 따라서는 애완동물을 받기도 한다고 내게 말했다.
"갭니다."  내가 말했다.
"큰 갭니까 ? 작은 갭니까 ?"
"아주 작은 놈이죠, 스코틀랜드 테리어예요."
"다 큰 놈입니까, 강아집니까 ?"
"8살입니다."
"그럼 됐어요. 손님이 데리고 온 개라면 받을 수 있습니다."
"잘됐군요. 그럼 하루 저녁 묵고 가게 방 두 개만 주세요."
"미안합니다. 손님. 그런데 방이 하나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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