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여제(女帝)'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출신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Argerich)는 레퍼토리에 대해서는
입맛이 까다롭기로 악명 높습니다.
모든 피아니스트가 경전처럼 떠받드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도 아직 협주곡 4번을 연주하지 않았지요.
지난 2008년 아르헤리치와의 대담에서 전 남편이자 동료 피아니스트인 스티븐 코바셰비치가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르헤리치는 "어린 소녀였을 때 베토벤은 내게 신(神)과 같았다.
진정 사랑하는 건 손대지 않는 편이 현명하기 때문 아닐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아르헤리치는 '저녁의 대화(Evening Talks)'라는 인터뷰에서 베토벤의 협주곡 4번을 처음 들었을 당시를 회상합니다.
6세 때 클라우디오 아라우(Arrau)가 연주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듣다가 깜빡 졸고 있었는데
"2악장에서 트릴(trill)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율과 같은 충격이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아르헤리치의 까다로운 음악 취향은 스승인 명(名)피아니스트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Michelangeli)에게
물려받은 것입니다.
스승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극히 일부밖에 연주하지 않았으며 쇼팽과 슈만, 드뷔시와 라벨 등
한정된 레퍼토리를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한번 고른 곡에서는 완전무결할 만큼 빼어난 기량과 해석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1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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