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처음으로 야생화 트레킹 여행을 시작했다.
사장님을 따라 답사를 갔고 산길을 유심히 봤다.
갈림길은 어디고, 그곳을 찾기 위한 이정표 등등. 그리고 다음 주에 손님을 모셨다.
산세와 계곡이 좋다고 손님들께 자신 있게 설명했는데 손님들은 전혀 다른 질문만 했다.

"이 야생화는 뭐예요?" "저 꽃의 이름은?"


  

야생화…난 전혀 이름을 알지 못했다.
연속 이틀 그런 망신을 겪고 가이드로서 좌절했다.
그리고 바로 서점에 가서 야생화도감을 샀고, 야생화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외워지지 않는 머리로 노트에 적어가며, 사진을 보며 외우고 또 외웠다.


  
다음 주 손님들 앞에서 장담했다.
어느 위치에 어느 꽃이 있는지 다 알고 있으니 질문들 하시라고.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
이전 주에 폈던 꽃들은 거의 지고 다른 꽃들이 엄청나게 피어 있었다.


  
그 후로 몇 년간 야생화 도감 2권씩 배낭에 넣고 여행을 갔다.
당시에는 창피한 일이라 생각하여 몇 년 동안 야생화 이름을 외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을 한 것 같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야생화 이름을 아는 순간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
아름다운 야생화를 보면 그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야생화 이름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란다.


  

요즘은 많은 단체에서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 다닌다. 물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주변에 땅을 파헤치거나 심지어 자기가 찍은 야생화를 남이 찍지 못하게 발로 밟는 등

몰지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번쯤 그 조그만 꽃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고 이토록 아름답게 피어났는지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우리도 자연 속에서는 한갓 미물일 뿐이니까.(100408) 이원근-승우여행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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