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농사꾼]

<4> 전남 장성 강용씨
친환경 농법으로 年매출 25억

 

    발행일 : 2005.04.15 / 경제 B4 면

     

    30여개의 대형 비닐하우스가 똬리를 틀고 있는 전남 장성군 남면 분양리.

    이곳 비닐하우스촌을 지나다보면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철골구조의 단층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대졸 출신 젊은 농사꾼 10여명이 모여 상추·치커리·양파 등 채소 재배로 지난 해에만 25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학사(學士)농장’ 본부다.

    하지만 겉보기엔 농장이라기보다 공장에 가까웠다.

    자동 포장기계로 가득찬 포장실, 저온 저장창고, 서류뭉치와 컴퓨터로 가득한 사무실은 제조업체 내부를 연상케 했다.

    학사농장이 농장 같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농장은 장성군, 강원도 고랭지, 제주도 등 전국 각지의 30여 농가와 손잡고 공동 생산을 한다.

    기획과 판매는 강용 사장 등 본부에서 맡고, 생산은 제휴 농가가 맡는 분업 체제다. 전국 농장을 합치면 무려 40만평을 넘는 규모다.

    97년 설립 때부터 무농약 친환경 농법과 다품목 소량 생산을 고수했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백화점·할인점 판로를 단시간 내에 뚫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이와 함께 다양한 현장교육·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객들에게 무농약 생산 현장을 공개했다.

    매달 소식지를 발행해 농장의 시시콜콜한 소식까지도 모두 공유했다.

    불만이 있으면 100% 환불해 주고, 품질 보증기간을 정해서 1주일 이내에 채소가 상하면 군말없이 반품을 받아줬다.

    강 사장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가 확산되면서 8000여명의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단 ‘신뢰’가 쌓이자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단골고객이 늘자 대형 바이어들이 제 발로 찾아왔고, 신세계·현대백화점(1998년)을 시작으로 이마트(2000년)에까지 제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기 시작한 웰빙 바람 덕도 톡톡히 보았다.

    그러나 학사농장의 시작은 초라했다.

    강 사장은 대학생이던 92년 선배의 비닐하우스에 놀러갔다 파릇파릇 솟아난 무순의 아름다움에 반해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아버지는 “대학까지 공부시켜놨더니 겨우 농사라니, 차라리 호적을 파가라”며 반대했지만, 뜻을 꺾지 않았다.

    겨우 광주 망월동에 20여평의 채소밭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지만 폭설과 태풍에 비닐하우스가 통째로 날아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7번 망하고, 8번 일어섰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3년 (주)유기데이를 설립, 가공식품 제조업에도 진출했다.

    빵·야채수프·선식·만두·떡 등 60여종의 가공식품을 만든다.

    “다음 번에는 농촌문화사업과 외식산업에 진출한다”는 그의 꿈의 한계는 어디까지일지 궁금했다.

    장성=송동훈기자

    (블로그)dh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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