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 농사꾼] <1> 전남 광양 나종년씨
- “칼슘 많고 위염 균 억제성분”
年3억원대 소득 富農 만들어 성수기
지나면 썰렁하던 마을 체험관광 단지로 새 활력얻어 - 광양=김홍수기자 hongsu@chosun.com
입력 : 2005.04.11 18:12 / 수정 : 2005.04.12 05:18 -
- 나종년씨가 고로쇠나무 수액으로 만든 간장과 된장이 들어 있는 장독을 살피고 있다. 나씨 뒤로 펼쳐진 1000여평의 농장 마당에는 수백개의 장독과 메주 덩어리들이 봄햇살 아래 도열해 있다. 김영근기자 kyg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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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광양 옥룡면 백운산 휴양림으로 향하는 좁은 지방도를 달리다 보면 ‘고로쇠 간장·된장, 나종년 농장’이란 간판이 눈길을 끈다.
- 깔끔하게 정돈된 1000여평의 농장 마당에는 수백개의 장독과 메주 덩어리들이 봄 햇살을 쬐고 있다.
농장 주인 나종년(47)씨. 그는 농림부가 선정한 신지식농업인이다. 마을 주변에 지천으로 널린 고로쇠나무 수액을 이용한 간장·된장을 개발해 연간 3억원대의 소득을 올리는 ‘벤처농사꾼’이다.
예부터 백운산 일대는 통일신라시대 말 고승인 도선국사 수도처와 고로쇠나무 자생지로 유명한 곳이다. 도선국사가 오랜 참선 수행 끝에 마침내 득도했으나 오랜 좌선 탓에 다리뼈에 이상이 생겨 걷지를 못하다 고로쇠 수액을 먹고 일어섰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해마다 우수~경칩 사이 고로쇠 수액 성수기가 되면 옥룡면 일대 마을은 고로쇠 수액을 찾는 관광객들로 빈방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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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엔 고로쇠물은 18ℓ한 통에 5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싼 가격대를 형성한다. 하지만 4월만 지나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남은 고로쇠 수액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다.
나씨는 폐기 처분되는 고로쇠 수액을 재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고로쇠 수액으로 간장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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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씨는 메주를 쑤어 간장을 만드는 과정에 물 대신 고로쇠 수액을 넣고 발효시키는 시도를 해봤다. 결과는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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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간장보다 뒷맛이 훨씬 깔끔한 고로쇠 간장이 탄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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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성분 분석 결과, 고로쇠 간장에는 일반 간장보다 칼슘 성분이 훨씬 더 많이 함유돼 있고, 특히 고로쇠 된장에는 위염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는 항균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 광양보건대학 연구팀의 임상실험 결과 밝혀졌다.
고로쇠 간장·된장에 대한 특허를 취득한 그는 제품 양산체제를 갖추는 한편 인터넷 홈페이지(n ajongnyeonfarmmoa.com)를 만들고, 간장 담그기 등 농촌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 ‘테마관광’으로 연결시켰다.
예전 같으면 그냥 버렸을 고로쇠 수액을 그의 농장이 소화해 줌으로써 농외 소득이 늘어났고, 마을은 ‘농촌관광 테마마을(도선국사 마을)’로 지정돼 새로운 관광수요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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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사꾼의 아이디어가 마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불씨가 된 셈이다.
그는 지금 마을에서 없어선 안 되는 대표 일꾼이 됐지만, 한때 고향을 등진 시절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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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향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한 그는 1993년 노모가 계신 시골로 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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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로쇠 수액이 마을 소득의 큰 몫을 차지하면서도 ‘한철 장사’에 그치는 점을 어떻게 개선할지 궁리하다 고로쇠 가공식품 개발이란 아이디어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에겐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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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판로 개척으로 매출을 크게 늘려야 하고, 10%선에 머물고 있는 콩 자급도도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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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씨는 “콩 재배면적을 현재 2000평 수준에서 1만평 수준으로 늘리고, 포장을 고급화해 품질에 걸맞은 제값을 받는 게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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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고로쇠 간장·된장은 값비싼 고로쇠 수액을 주원료로 하고 있지만 소비자가격은 간장(0.9ℓ기준), 된장(1㎏ 기준)이 각각 7000원, 1만원 정도로 일반 간장·된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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