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목)
100일만에 백두대간을 재개할려니 새삼 감회가 깊다.
그동안 정충언대장의 갑작스런 다리 부상과 혹한기를 동면하다보니 100일이 지났다. 물론 100일을 허송세월만 한게 아니고 작년 12/20 ~ 12/22에는 지리산종주를 하였고 수원 광교산에서 청계산까지 24Km의 종주도 해서 나름대로 실력에 녹이 쓸지않도록 했다.
특히 방교윤대원은 광교산-청계산 코스를 4번이나 주행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7시, 웅길군의 집에서 웅길, 현우, 교윤이 만나고 보정역에서 상옥, 철우가 합세. 빨리 갈려고 기흥으로 빠진게 잘못,
S회사의 출근 바람에 한시간 가까이 지체되어 황간 IC 도착. 아침겸 점심으로 올뱅이 국밥은 꼭 먹고 가야한다는 현우군의 주장에 모두 올뱅이를 맞보다.
담백한 된장국에 쫄깃한 올뱅이가 한두개 씹히는게 먹을만은 하다.
산행 목적지인 추풍령으로 가서 대리기사를 40,000원에 구하고 산행시점인 덕산재로 향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산행시작이 11:45분.
능선으로 차오르는데 2번 주자인 현우군의 발걸음이 무겁다.
최근 50일간을 전혀 산을 타지 않았으니 몸이 많이 망가져, 나오느니 가쁜 숨소리요, 흘리느니 진땀이라, 보충할 것은 애매한 물 밖에.
표시 리번들이 잘붙어있고 웅길군의 고도계와 임시대장(이하 대장)의 나침반으로 큰맥을 짚어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부항령까지는 큰어려움 없이 2시간만에 도착하여(1:45분) 철우군의 어부인이 만들어준 김밥을 먹었다.
부항령에는 터널이 뚫려 김천과 무주간 1089번 도로가 지나간다.
부항령에서 삼도봉까지는 거리도 멀거니와 군데군데 눈이 쌓여있어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를 여러번 반복해야만 했고 특히 북편 내려가는 급경사지에는 얼음과 질퍽거림이 공존하고 있어 여러번 미끄러지기도 했다.
고도는 점점 높아가 이 산에서 저 산으로 갈려면 보통 고도 200M를 내려가서 다시 200M를 치고 올라와야한다.
1030고지에서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가 1170고지에 다다르니 좀 살것 같다.
1170고지에서 내려가면 목장지대 인데 이 일대는 온통 발목넘어 빠지는 눈밭이라 길을 찾을 수없어
한동안 철쭉밭을 헤매어야 했다.
목장을 지나 한참을 가니 삼도봉 이정표가 나타나 반가웠다.
삼도봉 500M, 해인동 500M, 이제는 다 온것 같다.
어두워 해드 랜턴을 켜고 삼도봉을 올라가니 삼도 화합의 비가 우리를 반겨주었다(도착시각 7:40분).
삼도봉 정상에서 오늘 묵을 해인산장에 전화를 걸어 중턱의 주차장까지 차로 마중을 나와 주기를 부탁했으나
주인 양반이 급한 일로 서울가고 없단다.
할 수 없이 이정표 있는 곳으로 도로 내려와 산장쪽으로 하산하는데,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급경사가
어찌나 가파른지 아마도 60도는 되는 것 같다.
경사 하산 거리도 끝이 없어 940M(주행거리로는 2Km)나 내려와서야 주차장이 나왔다. 이 길을 내일 다시 올라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주차장에서 산장까지는 또 2Km의 도로. 이상하다.
이정표에는 분명히 해인동 - 500m로 되어있었는데 2.9Km가 왠말이냐? 하고 불평했더니
현우군 왈 “해인동까지 500m 이지 해인산장까지 500m가 아니다.” 라고 유권해석.
일리있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터덜터덜 걸어 산장에 도착하니 8:20분. 후미는 8:50분 도착. 꼬박 9시간을 걸은 셈이다.
이어서 벌건 숯불에 흑돼지를 지글지글 굽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니 " 아이고! 그 맛이란..... " 평생을 두고도 못잊겠다.
2/23(금)
6시 출발예정 이었으나 주인측에서 잠을 더 자라는 배려로 6:15분에 눈이 떠졌다.
부랴부랴 식사하고 챙겨서 해인산장을 나선 것이 7:20분.
어제의 계단을 피해서 삼마골재로 올라가기로 했다.
물마른 계곡을 올라가는 운치는 어제의 길보다는 훨씬 나았다.
마지막 능선에 올라설 때에 길을 잠간 잃어 힘이 들었다.
1시간 30분이 걸려 능선에 도착했으니 오늘의 머나먼 여정(24Km)에 비추어보면 아침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 같다.
다시 능선길을 걷고 또 걸어 1124고지에서 능선을 크게 270도 돌아 북동쪽으로 진행하여 밀목재를 통과하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다 1175고지에 당도했다.
1175고지의 정상은 넓지않은 바위이고 반대편 내리막길은 경사도 80도에 달하는 절벽이다.
다행히 동쪽으로 내려가는 절벽이라 눈이나 얼음이 없는 것이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조심조심 밧줄을 잡고 내려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이 내리막 절벽에서 오줌께나 싸겠다. 얼마를 더 걸어서 1207m의 석교산 정상에 도착하니 12:17분이 되어 배도 고프고 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을 먹으며 지도를 펴놓고 “황악산에서 직지사로 내려가는 길이나, 궤방령으로 내려가는 길이나 얼마 차이가
나지않는다.“ 고 슬쩍 운을 떼어보았드니 웅길군이 “그러면 원래 계획대로 궤방령으로 가자.” 하고 즉각 응수해 왔다.
어제 저녁에는 황악산에서 직지사로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 이 간단한 토의 한번으로 단번에 상황을 원계획으로
돌려놓았으니 다행 이었다.
다시 걷기를 시작하여 고도를 점점 낮추어가 2:13분에 우두령에 도착했다.
우두령 고개에서는 다리를 놓아 동물의 통과로를 만들고 있었다.
소탑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북으로 방향을 잡아 바람재로 향했다.
1000m 고지에서 사방을 둘러보니 멀리 덕유산 향적봉서부터 온 천지가 산이다.
산과 산을 연결하는 능선들이 종으로 횡으로 연결되어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어 그 위세에 완전히 압도 당하는 기분이다.
바람재를 통과하면서부터 엄청난 바람이 불어댄다. 태풍이 오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뒤에 알고보니 이 지역은 일년내 강한 바람이 분다고 한다.
기온도 떨어져 아무리 걸어도 땀이 나지않아 보행속도에 탄력이 붙어 1114m 인 황악산에 단숨에 올랐다.
도착 시각은 6:05분
정상에 훌라후프 3개가 아무렇게나 나무에 걸려있는 것이 눈에 거슬린다.
사진을 몇장 찍고 해드 랜턴을 켜고 궤방령으로 힘차게 하산을 하는데 웅길군이 브레이크를 건다.
표지 리번에 ‘백두대간’ 표시가 없다고 했고, 상옥군이 직지사 이정표만 있다고 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정상으로 되올라와 나침반과 지도를 맞추어보니 그 길이 틀림없다.
다시 30분을 까먹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오늘 왠종일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를 반복했는데 이 구간도 마찬가지다.
경사면에 눈이 있는 길, 낙옆 아래 얼음이 있는 길, 질퍽한 길등 3가지 길이 있다.
미끄러지기를 계속하며 운수봉을 거쳐 여시골산으로 접어들자 아래의 민가 불빛이 가까이 보인다.
그러나 가깝게 보이기만 할뿐 가도가도 야산이 있고 그걸 후딱 넘으면 또 야산이 있고, 또 야산이 앞을 막고,
표시 리번은 계속 이어지고... 이런상태가 꼭 10번이 계속되었다.
하도 야산이 계속되니까 침착한 상옥군도 “길이 맞나?” 하고 물어올 정도다.
드디어 ‘정말 욕지거리가 나올 구간’도 끝을 드러내고 궤방령 도로에 내려썼다.
밤 9:20분. 꼬박 14시간을 걸었다.
환갑 진갑 다 지난 할아버지들이 무거운 배낭을 매고 1000m가 넘는 산들을 훌훌 넘어 예정대로 오늘의 산행을 마쳤다.
마중오는 차가 참 반갑다.
2/24(토)
오늘은 15Km만 걸어면 되니까 7시에 기상을 했다.
아침을 먹고 짐챙겨 출발하니 8:05분.
이틀간 힘든 산행을 했어도 삼일째도 또 그런데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 전날은 녹초가 되어 밤새도록 잠을 잘것 같아도 막상 자리에 누우면 멀뚱하니 2 ~ 3시간 밖에 못 자면서도
다음날은 거떤히 1000m 고지의 산길을 걸을 수 있는 것은 공기가 좋아서 일까? 아니면 산에 대한 도전의식 때문일까?
능선에 올라서니 마지막날 이라 그런지 기분이 상쾌하다.
산들도 온순해서 급한 오르막도 없고 급한 내리막도 없다.
가성산, 장군봉을 거쳐 눌의산의 경사면을 내려서니 어제와 같은 야산군도 없고 순탄하게 5시간만에 추풍령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추풍령에서 목욕탕을 찾으니 격일로 남녀가 목욕을 하는데 오늘이 마침 남자가 하는 날 이란다. 시설 이라고는 샤워 꼭지와 찜질방이 있을 뿐이다.
오늘은 점심으로 중국요리가 먹고싶어 잘하는 중국집을 물어보니 황간에 중국사람이 하는 정통 중국집이 있단다.
얼씨구나 하고 찾아갔더니 요리 하나하나가 과연 기대한대로 맛도 있고 양도 많아 오래만에 포식을 했다.
삼일동안 산에서 다이어트 한 것이 일순간에 박살이 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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