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0일

 

 날씨도 맑고 기온도 적당히 포근한게 산행을 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다.


차를 몰고 6:35에 웅길군의 집에 도착하니 현우군도 와있어 대장정을 축하하며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상옥군과 철우군이 기다리는 보정역으로 향했다.


지난 16일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내려 18일 아침까지 입산통제가 되었다 해제가 된 이후라 과연 어느 정도의

 

눈이 왔는지 뱀사골 산장에 알아보았드니 평균 20cm가 쌓였고, 많은 곳은 30cm가 쌓였다고 했다.  

 

그래서 산행시간도 약간 여유를 두어서 첫날(12/20)  은 뱀사골 산장에서 자기로하고,  

 

둘째날(12/21)은 세석산장에서 자기로 계획을 짰지만  눈에 푹푹 빠지면 어느정도 힘이들고  시간이 걸릴지

 

예상이 안되어 마음이 답답한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보정역에 도착하니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들 짐들이 많아져서 차뒤이 배낭 들로  가득 찼다.  

 

우선 급한 겨울 장비들인 아이젠과 각반, 선그라스를 체크해 보니 다행히 다들 가지고 와서 안심을 했다. 

 

이때 웅길군이 고급 고도계를 하나씩 선물하는게 아닌가.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명해서 아버지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공수해 오게한 것 이라나. 

 

물건도 좋고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구나.   정말 좋은 친구다.

 

어쩌면 그런걸  다 생각했나.  

 

도로 사정도 좋아 금새 금산휴게소에 도착하여 간단한 아침을 먹고 하산  종착점인 백무동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를 성삼재로 태워갈 대리기사를 구하고 막 출발할려는데 웅길군이 스틱이 없어졌다며 난리다. 

 

최근들어 기억력이 현저히 감퇴되어 고민 이라고한다. 

 

참 똑똑했던 친구였는데 남의일 같지않군.  





 

차가 뱀사골 입구를 지나 가자 도로에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다. 

 

대리기사는 연신 기어를 바꾸고 차는 진행이 되지않고 점점 난감해진 우리는 내려서 체인을 달기 시작했다.   

 

체인이 조금 짧아 장정 6명이 머리를 짜내고 밀고 당기고 해서 겨우 매다는데 성공을 했다. 

 

 

 

 

 

 

                                       

대리기사의 실력을 간파한 웅길군이 스스로 기사를 자청하여 차를 몰고가는데   그 실력이 만만찮고

오히려  " 이런곳에서는 기어를 바꾸지말고 정속으로 가야한다."  며 한수 가르켜 주는데 상황은

단번에 S자 코스의 도로 연수장이 되어버린다. 

35,000원 이나 준 대리기사 인데 실력이 뭐 그렇담....    

웅길군의 덕택에 안전하게 성삼재에 도착하여 짐을 내리는데 대리기사비를 달랜다. 

3일 동안 자기집 앞에 차를 세워두고 차열쇄도 자기가 보관할 처지에 기사비를 선불로 달라니

돈앞에는 염치도 없는가 보다. 

각자가 산행채비를 하는데 각반을 차고 아이젠을 신고 하는데, 각반은 처음 차보는 것이라 가관이다.

보다못한 대장이 손수 각반을 챙겨주는데 이것은 여기에 매라, 이것은 이리로 돌려라 하고 일일이 보아주는데

막상 대장 것은 좌우가 바뀌었네.  

모든 체비를 마치고 비장의 각오로 사진 한컷을 하고 1시 정각에 노고단으로 출발을 시작했다. 

 

 

 

 

노고단 가는 도로는 돌포장 위에 3 ~ 5cm의 눈이 덮여있어 아무 문제없이 걸을 수가 있었다.  

저만치 앞에 30쯤 되어보이는 아가씨가 태산 같은 짐을지고 혼자 가고 있구나.     

웅길군이 놓칠세라 바싹붙어, 힘드는데 같이 가자고 공손히 수작을 부리는데, 아가씨는 천천히 혼자 가겠단다. 

우리가 노고단 산장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 아가씨가 도착을 했고, 웅길군이 간식을 권하자 다시 또 정중히 거절, 

아! 나이 앞에는 옛날의 그 좋던 실력도 영 맥을 못추는 모양.   

 

 

 

 


지리산 전체로 보아 성삼재에서 벽소령까지는 눈이 많이 왔고 벽소령에서 천왕봉까지는 약간 적게 왔는데, 

능선길에는 2일 동안에 몇명이 밟고지나간 발자욱들이 다져져서 돌이나 너들길이 적당히 덮여있어 오히려 걷기가 편했다.

혼자 겨우 지나갈 정도의 오솔길에서 약간만 벗어나도 무릎까지 푹 빠져버린다. 

한 친구는( 이름은 "안 갈카주") 자기 평생에 이만큼 많은 눈을 밟아 보기도  처음이고 아이젠을 신어 본 것도

처음이라나? 

이런 대원을 대리고 눈 덮인 지리산을 종주한다니 대장 골때리는 짓이지... 

 

그래도 다들 잘 걸어 단숨에 임걸령에 당도하여 약수 한잔씩 들이키고  한번 걸었다하니 삼도봉이라 

애초에는 반야봉을 갔다가 뱀사골 산장에서 자기로 했는데, 여자 엉덩이는 올라가서 보는 맛보다 멀리서 보는 맛이

제맛이 난다는 모 도사의 말을 옳다 여겨 발걸음을 토끼봉으로 재촉했다.

 

 

 

 

 

 

 

토끼봉까지 오는 동안 선두의 대장은 착실히 대장의 직분을 잘 지켜, 대원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만하면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해서 전 대원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잘 이끄는 폼이 아마도 단단히 작심을 한 모양이다. 

그러나 토끼봉에 도착하자 특유의 그 "질주 본능"이 발동했는지 대원들에게  " 내가 이 토끼봉을 한번도 쉬지않고

정상까지 올라갈 테니까 정상에서 만나자." 하고 양해를 구하고 냅다

달려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양해를 구하는 에티?은 생겼는지 원.... 

대장의 뒤를 웅길군이 따르고 그 뒤를 현우군, 상옥군, 철우군이 뒤 따른다.  

오늘은 철우군이 컨디션이 영 아니다. 

가쁜 숨을 헉헉 내뿜으며 대장이 정상에 도착하니 25분, 이어 웅길군이  27분만에 도착, 현우군이 31분만에 도착,

상옥군이 36분, 철우군은 40분이 넘었다. 

현우군 왈 "묻어버렸는데 어떻게 기어나왔네." 

상옥군은 벌써부터 입에 재갈을 물렸고 철우군은 연신 연하천 산장이 다와가느냐고 묻는데,

웅길군은 "다왔다. 저 모퉁이만 돌고 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한다.  

그러나 토끼봉 다음 봉우리도 만만치 않구나.  

웅길군과 현우군은 7월의 그 악몽같은 종주를 떠올리며 "그때 비하면 우리의 실력도 늘었고해서 이번은 아주

수월타." 한다.  

아무렴 그래야지. 그동안 흘린 땀과 돈이 얼만데?

 

 

  
연하천 산장에 도착하니 정확하게 오후 6:30분, 성삼재에서 연하천 산장까지 꼭 5시간 30분만에 주파한 셈이다. 

눈밭에서 좋은 기록이다.  아니 눈이와서 더 빨리 왔는지 모르겠다.
정충원대장에게 도착 보고를 했더니 날라다니느냐고 깜짝놀란다.  아무턴 대단한 젊은 노인들이다.

과연 우리 백두대간 팀원들이 자랑스럽다. 

햇반을 찌고, 빼갈에 흑돼지 삼겹살이라, 캬!  고소한 그 맛은 산을 안다녀본 사람들은 모르리라.

 

 


  12월 21일

오늘은 여유가 있어 늦어막히 기상했다. 

늦잠을 잔 것이 아니라 누워서 딩굴다가  천천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행장을 꾸려 출발하니 9:20분. 

여전히 각반옆을 스치는 눈은 무릎까지 온다. 

이 눈밭을 아이젠도 없이 가는 아가씨들이 있다. 

연하천에서 자고 비슷한 시간에 출발한 4명의 20대 초반의 아가씨들,

젊음이 부럽다. 

 

이들을 본 웅길군, 부성앤지 낀지 모르지만 하여튼 발동하여 비상용 아이젠을 선뜻 주어버린다.  

웅길군 옆을 몇년 따라다녀 보았지만 아직도 배울게 많다. 

서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하는데 철우군은 인터넷 주소를 적어주면 사진을 보내주겠다는 30년전의 낡은 수법으로

어프로취 해보았는데 아니나 다르랴 묵묵부답, 어색한 분위기를 나이 탓으로 돌릴 수밖에.....

오늘도 여전히 맑은 날씨에다 포근하기까지 하니 정말 복받은 산행이다. 

철우군은 생기를 좀 회복한 것 같은데 상옥군은 어제보다 더 상태가 안좋은가 보다. 

다행히 오늘 주파할 거리가 10km 밖에 안되니까 잘 견뎌내겠지. 

어제 뱀사골에서 자지않고 연하천까지 온 것이 잘한 것 같다.   이런때 경험 많은 대장의 능력이 표가 나지. 
여유있게 걸어서 벽소령에 도착하였고 행동식으로만 배를 채우기로 했다. 

쉬고있는 등산객은 우리를 포함해서 12명.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좋다.  

다시 걷기 시작하여 덕평봉을 지나자 주변 경관도 점점 수려해지고 오르락 내리락도 많아진다.

 

 

 


세석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3:00,  여유있게 걸어 5시간 40분이 걸렸다. 

식탁을 하나 차지하고 고기를 굽고 술을 한잔씩 하던중에 갑자기 대장이 막 산장에 도착하는  묘령의 여인을 향하여

반가운 소리를 지른다. "아이구 이제 오세요. 어서 이리와서 술한잔 하세요."
그러자 그 여인도 "예" 하며 배낭을 내려놓고 우리 자리에 합석을 하는게 아닌가. 

모든 대원들은  대장이 아는 사람을 만난 것으로 착각하고 어리둥절해 하는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지 않은가. 

대장이 객기가 발동해서 지나가는 사람을 불렀는데, 그 사람도 척 응하니 일이 재미있을 수 밖에.

서로 어디 왔느냐 누구와 왔느냐고 면을 튀우니, 산청에 사는데 대학 친구와 등산왔단다. 

그러자 웅길군이 산청에는 내 첫사랑 여인이 사는데 아직도 살고있는지 궁금하다는둥, 찾아보고 싶다는둥 하면서

좌중의 분위기를 서서히 자기 페이스로 끌고가 버린다.  역시 난 재주꾼.

  
12월 22일

촛대봉에서 일출을 보기위해서 5시에 기상,  취사장에서 아침을 먹었다. 

일출 시간이 7시라고 하니까 6:20분에 촛대봉을 향해 출발했다. 

오르면서 주변을 살피니 온통 안개와 구름 투성이라 포기해야만 할 것 같다. 
안개와 바람이 몰아쳐 추워서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다. 

산행 3일중 오늘이 체감온도 영하 15도 정도되어 가장 춥다. 

 

 

 

 

그대로 장터목 산장을 향해서 가는데 7시를 지나자 점점 주위가 훤해지고  안개도 차츰 걷혀갔다. 

7:15분이 되자 멀리 수평 운해위로 태양이 고개를 갸웃 내밀며 뜨는 것이 보였다.

 

 

 

 

 일출!  비록 수평 운해위로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그것은 정녕 하루를 시작하는 대자연의 장엄한 태동이었다.  

우리 대원 각자가 모두 어지고 3대에 걸쳐 덕을 쌓았나보다. 

잠시 나름대로 소원들을 비는지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다가 다시 힘찬 발걸음을 옮겪다. 

마치 모든 삶의 풍파를 모두 떨쳐버릴 기를 잔뜩 품은 것 처럼.

 

 

 

 

 

 

 

장터목 산장에서 아침을 먹고 배낭을 풀어놓고 천왕봉을 향했다. 

제석봉 고개가 만만찮아 아침뒤 등정이 벅찬가보다.  뒤에서 연신 천천히 가잔다.  

주변 경관이 점점 수려해지고 기암괴석들이 계속 나타나자 사진들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도무지 천왕봉으로의 진도가 진척이 없다.  가까스로 10:40분에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또 연신 사진찍기다.  

사진찍기에는 노소가 없나보다.
 

 

 

 

아쉬움을 달래고 하산, 장터목에서 짐을 챙겨 11:50분에 백무동으로 향했다. 

북쪽은 눈이 많아 역시 하산하기가 수월해 발걸음들이 가볍다.  

그러나 2.5km를 남겨놓은 너들길에는 눈이없어 아이젠을 벗었다 신었다 하면서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오후 2:40분에 백무동에 도착하여 2시간 50분 만에 하산 완료하였고 이렇게 해서 그 웅장한 지리산은

5인의 돌아이들에 의해 여지없이 정복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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