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신문기사의 조판작업을 하고 있는데 입덧으로 인한 구역질이 시작되어 나는 휴가를 얻어 그날 하루를 쉬어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신문사에서는 나 대신 작업을 할 사람을 불러왔는데 그 사람은 내가 독감에 걸려 쉬는 줄 알고 감염을 막으려고 수술용 장갑을 끼고 입에 마스크까지 하고 작업을 했다.
그것을 보고 동료 한 사람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한다고 입덧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 날 저녁, 내가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몹시 붐비는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손님이 계산서와 돈을 내게 주며 잔돈은 가지라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낸 돈에는 나에게 주는 팁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음식값도 4달러나 모자랐다.
그래서 마침 식탁을 치우고 있던 동료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그는 싱긋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걱정할 것 없어. 그 손님은 다시 돌아올테니까.”
그의 손가락 끝에는 그 손님이 놓고 간 자동차 열쇠가 매달려 있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에 어느 날 한 어머니가 두 아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아이들은 밀크셰이크와 바나나 스플릿을 시키고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께선 무얼 드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저는 먹지 않겠어요. 다이어트중이거든요."
그러자 아들 하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엄마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 또 내 것을 뺏어먹으려고 그러는거지?"

물리치료사로서 일을 시작한 나는 수줍음을 타는 편이다.
나는 손님들을 치료해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 좋아했지만 손님이 혹시 내 사생활에 대해 물어오면 당황하는 때가 종종 있다.
하루는 100살 먹은 할머니가 치료를 받으면서 내가 결혼한 여자라는 걸 알고 아이가 있느냐고 묻길래 없다고 대답했더니 "왜 어린애를 안 갖지?" 하고 다시 묻는 것이었다.
"우리는 둘 다 결혼해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처지라 시간이 없어요." 내가 대답했다.
할머니가 아무 말이 없어서 나는 이제 됐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머리를 좌우로 흔들더니 내 손을 툭 치면서 말했다.
“이봐요, 젊은이. 불과 15분밖엔 안 걸려."

붐비는 식당 안에서 종업원들 몇 사람과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삐삐 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본능적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삐삐로 손이 갔다.
그때 우리 옆 식탁에 앉은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모두 총을 다시 집어넣으시죠. 총은 내가 먼저 뽑았으니까요."

보안요원인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경비원들이 근무를 제대로 하고 있나 감시하는 일이다.
어느 날 새벽 3시에 한 경비초소를 불시에 찾아갔더니 경비원이 책상에 앉아서 두 팔을 포개고 그 위에 머리를 얹고 있었다.
나는 그를 깨우려고 헛기침을 하기도 하고 메모판을 떨어뜨려 보기도 하고 쓰레기통을 덜거덕거려 보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마 후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더니 "아멘" 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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