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편지
           박세현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기다림의 사립문을 밀고 싶습니다 


겨울밤 늦은 식사를 들고 있을 당신에게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하고 싶습니다 


우리들 해묵은 안부 사이에 
때처럼 곱게 낀 감정의 성에를 
당신의 잔기침 곁에 앉아 녹이고 싶습니다 


부당하게 잊혀졌던 세월에 관해 
그 세월의 안타까운 두께에 관해 
당신의 속상한 침묵에 관해 
이제 무엇이든 너그러운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첫눈을 맞으며 
세상의 나이를 잊으며 
저벅저벅 당신에게 걸어가 
당신의 바람벽에 등불을 걸고 싶습니다 

 


............................
1953년 강원도 강릉 출생  
관동대 국어교육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1983년 [문예중앙]에 시 <오랑캐꽃을 위하여>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 <길찾기>, <오늘 문득 나를 바꾸고 싶다>,
<정선 아리랑>, <치악산>, <사경을 헤매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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