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거나 머물거나
박승미
집채만한 고래도
난파 당한다는 걸
장생포에 와서 처음 알았다
쇠가죽 구두에 발을 밀어 넣고
세상을 헤매다 보면
구두에 납치당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고래도 바닷물 속에 떠밀리다 보면
난파라도 당하고 싶었던 게지
물결에 밀리고 밀려
포구에 정착하고 싶었던 게지
유화공단 부둣가에서
축제라도 열린 듯
난파 고래를 잡던 날
큰 칼잡이, 작은 칼잡이들이
고래를 해체할 때
소금기에 절은
쇠가죽 구두 속에서
나를 빼내고 싶었다
발가락을 바닷바람에 말리고 싶었다
'(詩)읊어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20]묵집에서 / 장석남 (0) | 2023.02.22 |
---|---|
[3119]읍내 형수 / 송경동 (1) | 2023.02.16 |
[3117]겨울 편지 / 박세현 (0) | 2023.02.01 |
[3116]너와집 한 채 / 김명인 (0) | 2023.01.23 |
[3115]마디 / 김창균 (0) | 2023.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