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박남준


 



겨울 햇볕 좋은 날 놀러가고 
사람들 찾아오고 
겨우 해는 드는가 
밀린 빨래를 한다 금세 날이 꾸무럭거린다 
내미는 해 노루 꽁지만하다 
소한대한 추위 지나갔다지만 
빨래줄에 널기가 무섭게 
버쩍버썩 뼈를 곧추세운다 
세상에 뼈 없는 것들 어디 있으랴 
얼었다 녹았다 겨울 빨래는 말라간다 
삶도 때로 그러하리 
언젠가는 저 겨울 빨래처럼 뼈를 세우기도 
풀리어 날리며 언 몸의 세상을 감싸주는 
따뜻한 품안이 되기도 하리라 
처마 끝 양철지붕 골마다 고드름이 반짝인다 
지난 늦가을 잘 여물고 그 중 실하게 생긴 
늙은 호박들 이 집 저 집 드리고 나머지 
자투리들 슬슬 유통기한을 알린다 
여기저기 짓물러간다 
내 몸의 유통기한을 생각한다 호박을 자른다 
보글보글 호박죽 익어간다 
늙은 사내 하나 산골에 앉아 호박죽을 끓인다 
문밖은 여전히 또 눈보라 
처마 끝 풍경소리 나 여기 바람 부는 문밖 매달려 있다고 
징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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