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아침 일찍 쇼핑센터에 갔는데 리트리버종인 까만 우리 개 비스트에게 무개차의 뒷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으라고 일러두었다.
그런데 가게에 들어가니 곱슬곱슬한 까만 털이 계산대 저쪽에 보였다. 
나는 그리로 달려가며 소리를 질렀다. “비스트 ! 너, 여기서 뭘 하니 ?"
나는 그제서야 물건들을 카운터 밑에서 정돈하고 있던 점원을 덮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점원은 대경실색하여 얼른 뒤로 물러 섰다. 
나는 그 사람에게 사과하며 내 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점원은 더 멀찍이 물러섰다. 
일이 그 지경이 되니 하는 수 없어서 가게에서 그냥 나오고 말았다.

 





눈보라가 치던 어느 날,우리 고장의 고속도로 위에서 차들이 긴 줄을 지어 엉금엉금 기고 있었다. 
심한 눈보라 때문에 불과 몇 미터 앞밖엔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창을 내리고 어째서 이렇게 밀리는지 내다보았다.
내 바로 앞에 범퍼가 서로 부딪쳐 뒤엉긴 채로 꼼짝달싹 못하는 두 차 옆에 경찰차가 불을 켜고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억세고 젊은 경찰관이 셔츠 바람으로 붉은 회중전등을 들고 뒤 차들에게 우회해서 진행하라고 요령있게 지시하고 있었다. 
내가 그 경찰관 가까이 접근했을 때 반대방향에서 오던 차의 창문이 내려지더니 한 중년부인이 고개를 내밀었다.
“조 ! 웃도리를 입어 !”
부인의 명령에 청년 경찰관이 주춤했다.
“아이참,엄마 !” 그는 항의하려 했지만 어머니의 꽉 다문 입을 보고는 마지못해 순찰차로 가서 제복의 상의를 끄집어냈다.

 

 

 

 




지금까지 집을 떠나 멀리 여행한 적이 없는 우리 어머니가 최근에 고향인 보스턴을 떠나 비행기로 나들이를 하셨다. 
나는 노스다코타주에서 마음을 졸이며 어머니를 기다렸다. 
타고 오실 비행기가 도착했는데도 어머니가 나오시지 않아 걱정이 되어 어쩔 줄을 몰랐다. 
항공사직원에게 물었더니 어머니가 시카고에서 연결편 비행기를 놓쳤나 보다고 했다. 
우리는 여러 번 시카고공항으로 전화를 걸어 구내방송으로 어머니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지만 어머니를 찾을 수 없었다. 
몇 시간 뒤,다음 비행기에서 어머니가 내리셨다. 
“어머니,어디에 계셨어요 ?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요.”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놓쳐 공항에서 기다렸지.”
“어머,어머니를 불러 달라고 그쪽 공항에 여러 번 부탁했었는데 !”
“그래,내 이름 부르는 걸 듣긴 했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도대체 시카고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있어야지.”

 

 

 

 



친구와 나는 함께 긴 산보에 나서는 일이 잦다. 
내 친구는 맹인이라서 산보 도중에 스치게 되는 재미있는 광경이나 행인들의 모습을 내가 설명해 준다.
어느 날은 기가 막히게 미끈한 여자가 우리 쪽으로 마주 걸어오길래 그 여자의 몸매를 이모저모 친구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젊은 여자가 우리 곁을 스쳐가자 나는 뒷모습도 설명해 주려고 얼굴을 뒤로 돌렸다. 
그 순간 나는 전봇대에 꽝 부딪쳤다. 
무엇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은 내 친구는 걸음을 멈추고 놀란 듯이 말했다. 
“전주에 부딪쳤구먼.”
“그래.” 나는 창피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러자 친구는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자 ! 다치기 전에 내 손을 잡지 그래.”

 

 

 

 

 


우리 친구 한 사람은 자기 아버지가 중년이 되면서부터 살이 찌는 것이 걱정되어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시라고 여러 차례 권유했다. 
그러나 친구 아버지는 자신이 나이에 비하면 날씬한 편이라면서 고집을 피웠다. 
그러던 어느 날,임신한 숙모가 아이를 낳는 과정을 지켜 본 친구 아들이 TV를 보고 있던 할아버지에게 다가왔다. 
손자 녀석은 할아버지의 장구통 배를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할아버지, 이 속에 아기가 있지 ?”
“뭐라구 ? 아니다 !” 할아버지가 대꾸했다. 
“어어 ? 그럼 배가 언제까지나 이대로 불룩 할거란 말이에요 ?”
다음 날 그 동네 헬스클럽에는 새 회원이 한 사람 들어왔다.

 

 

 

 



나는 두 주일간의 휴가 중 한 주일을 보내고 나서 두번째 주일도 첫 주와 똑같이 가능한 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느긋하게 보내고 있었다. 
아내는 내가 집안 일을 이것저것 처리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였지만 나는 모르는 체 했다. 
그러다가 나의 그러한 태도가 아내의 마음을 무척 상하게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빨래 건조기가 고장나고 다리미의 휴즈가 끊어지더니, 전기재봉틀의 모터가 과열되어 타버리는가 하면 
마지막으로 진공소제기 마저 플러그를 꽂아도 작동이 되지 않는 사태가 연달아 벌어졌던 것이다. 
아내가 충격을 받은것 같아 나는 위로의 말을 한마디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여보 걱정 말아요. 그래도 내가 있잖아.”
그러자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나를 올려다 보았다.
“맞아요, 하지만 당신도 움직이지 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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