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동생이 편지와 함께 사진 몇 장을 보내 왔다.
거기에는 자신이 만든 책꽂이, 역시 직접 만든 매듭걸이, 스스로 세웠다는 뒤컨 현관이 나와 있었다.
나는 동생의 솜씨에 감동함과 동시에 나의 무능을 절감했다.
저녁에 남편이 돌아왔을 때, 나는 사진을 보여주며 한탄했다.
“나는 무얼 할 수 있나요 ?”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소 ?”
그이의 말이었다.
<따라쟁이>
할아버지가 낚시를 갔다가 돌아오시자 가족과 친지들이,
평소 낚시 가서 별로 재미를 못보시는 할아버지가 잡아오신 고기를 보고 할아버지를 놀려 댔다.
한 사람이 이죽거렸다. “할아버지,그 고기는 잡은 게 아니죠 ? 수퍼마켓에서 사오신거죠 ?”
할아버지가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며느리가 성원을 나서, “저는 아버님 말씀을 믿어요. 직접 잡으신 걸 알고 있다구요.”
할아버지가 좋아서 빙그레 웃으며 좌중의 사람들에게 왜 자기를 믿는지 말하라고 하니까
며느리는 대뜸, “저렇게 작은 물고기는 수퍼에서 팔지 않거든요” 했다.
<그래 어여 가~>
지난 성탄절날, 우리들은 모두 시부모님 댁에 모였다.
후식까지 배불리 먹은 다음, 시어머니가 식탁을 떠났다가 종이 조각들이 담긴 주발 하나를 들고 돌아와서는
어른들만 각기 하나씩 집으라고 하셨다.
우리들은 도대체 무슨 놀라운 선물을 마련하셨길래 이러실까 하고 궁금하게 여기면서 시키는 대로 했다.
내가 집은 쪽지에는 접시를 말리라는 지시가 적혀 있었다.
어떤 사람은 그걸 씻으라는 쪽지를 뽑았다.
또 다른 사람은 냄비와 프라이팬을 닦아야 했다.
설것이를 하기 위해 어른들이 모두 자리를 뜨자,시부모님은 거실로 들어가 손자 손녀들과 어울려 즐겁게 노셨다.
<누군가 내 밥을 뺏어 먹는 것 같다>
겨울 들어 큰눈이 오리라는 일기예보가 들려 오자
수퍼마켓에는 영하 20도의 추위를 무릅쓰고 생필품을 사두려는 손님들로 몹시 붐비고 있었다.
쇼핑용 수레의 수가 모자라고 계산대에 늘어선 줄들이 길어져 각 통로마다 많게는 10대까지 늘어서자,모두 신경이 날카로와졌다.
나보다 대여섯 수레 앞에 있는 한 노인은 두어 가지 물건을 사고도 그 북새통 속에서 아무런 불평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노인의 차례가 오고 계산원이 물건값을 금전 등록기에 치자 부근에 서 있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노인은 큼직한 새 모이 두 봉지를 사려고 그 북새통과 얼어붙는 추위를 무릅썼던 것이다.
<쇼핑의 행복>
트럭 운전사인 오빠는 트럭을 몰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게 얼마나 힘든 노릇인지도 모르는
다른 운전사들이 새치기를 해대는 바람에 죽을 맛이라고 툴툴거리며 돌아올 때가 많다.
그러나 하루는 일을 끝내고 들어오더니 아주 유쾌한 듯이 떠들어댔다.
“만사가 그렇게 술술 굴러갈 줄은 몰랐다구. 단 한번도 새치기를 안 당했거든. 암만 봐도 사람들이 일부러 나를 피해 가는 것 같더라니까.”
이튿날 아침 그 이유가 밝혀졌다.
오빠의 트럭 범퍼에 장난꾸러기 친구가 스티커를 붙였는데,거기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초보 운전.”
<우산장풍.. 존나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