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리비전 프로에 별로 볼 것이 없자 남편은 결국 교양프로를 전문으로 하는 PBS방송에서 자연을 주제로 만든 프로를 보기로 했다.
그 프로를 보고 있으려니까 수놈 귀뚜라미 두 마리가 암놈 하나를 놓고 맹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싸움에서 이긴 수놈이 자기가 차지한 암놈과 교미를 하게 됐다.
그걸 보던 남편이 한숨을 쉬면서 이런 말을 했다.
“텔리비전이란 게 다 저 모양이란 말야. 어디를 트나 섹스와 폭력밖에 없으니 !”
<대륙 공사현장 클라스>
치과의원을 갓 개업한 내 사촌은 숙모가 성서 귀절을 자수하여 대기실 벽에 걸어 놓겠다고 하자 이렇게 만류했다.
“어머니,치과 진료실에는 성서 귀절이 어울리지 않아요.”
그러나 숙모는 좋은 귀절이 있으니 걱정말라고 장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숙모가 골라잡은 귀절은 시편 81편 10절이었다.
“…다만 입을 크게 벌려라,내가 채워주리라.”
<동그라미 그림천재>
이웃 신혼부부가 처음으로 자기 집 마당에서 친지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신랑이 눈에 띄게 불안해했다.
신부가 부엌에서 마당으로 유쾌하게 들락거리고 있는데 신랑은 불을 지피면서 음료는 어떻게 되었느냐, 그릇 준비는 다 됐느냐 하고
신부에게 별의별 질문을 다 했다.
나는 신부가 신랑의 잔소리를 어찌나 잘 받아넘기는지 감탄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하늘이 시커매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랑이 당황하여 “여보,조운 ! 비가오기 시작해요 !”하고 소리지르니까 그 여자가 대답하는 것이었다.
“네, 알았어요. 제가 곧 처리할께요.”
<마우스 내장형 노트북>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남편이 등뒤로 와서는 나를 감싸 안고 말했다.
"난 당신과 결혼했다는 게 정말 행복해.”
나는 그 양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알아듣지도 못한채 중얼거렸다.
“좋아요,여보.”
나중에 남편은 내가 자기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는 몹시 실망하면서 화를 냈다.
나는 앙갚음을 하려고 남편에게 물었다.
"그럼, 좋아요. 내가 당신에게 한 말 중에서 제일 멋진 것이 뭐였지요 ?”
“그야 당신이 목사 앞에서 한 말 있잖아. 나를 남편으로 섬기겠냐는 물음에 ‘네’ 했지.”
남편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맞으면 무조건 죽는 총알>
이사간 동네에서 처음으로 조깅하러 나섰는데 저쪽에서 다른 외톨박이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날씨가 좋군요 !” 내가 소리를 질렀다.
그가 미처 대꾸를 하기도 전에 우리는 서로 지나쳤다.
이튿날 나는 다시 나섰고, 같은 사람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우리가 빠른 속도로 지나치는데, 그 사람이 고함을 질렀다.
“정말 그렇구만요 !”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