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읍에서는 해마다 가을 축제가 열린다.
공예품 전시회가 열리는가 하면, 특별시장도 서고, 연예행사도 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벼룩시장인데 거기서는 골동품에서 분재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싸게 살 수 있다.
벼룩시장에서 빡빡이 들어찬 사람들 틈을 빠져나가려고 진땀을 빼고 있는데
어떤 부인이 마술이라도 부린 듯 앞길이 탁 트인 가운데 경쾌하게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 부인 뒤에 바싹 가까이 가서야 비로소 그 비결을 알았다.
부인은 내가 본 것 중에서 가장 흉칙하게 생긴 선인장을 들고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었다.
<손발이 안움직인다 ㄷㄷ>
새로 산 여성잡지의 표지를 흘끗 보니 유독 흥미를 끄는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를 둔 남편이 남에게 밝히지 못하는 두려움'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들쳐 볼 것도 없이 직접 남편의 생각을 떠보기로 하고
“당신,내가 직장에 다니는 데 대해 속으로 제일 걱정되는 게 뭐죠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얼른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야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면 어쩌나 하는거지.”
<현대판 자린고비>
어머니의 65회 생신날 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박물관 구경을 갔는데 거기서는 65세 이상의 노인과 학생들에게는 할인요금을 받고 있었다.
부모님 두 분이 다 젊어 보이는 편이라서 의심이 갔는지 매표원은 두 분의 운전면허증을 보자고 했다.
나는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들어간 터라 학생표를 달라고 했더니 그 매표원은 내게 학생증을 보자고 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한 입장객이 재미있다는 듯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일도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군요. 부모는 자기가 늙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자식은 또 자기가 젊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 말입니다.”
<헬스장 뒤태녀들>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들놈은 귀가 찢어지게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록 음악을 듣는 버릇이 있다.
하루는 차고 쪽에서 탕 탕 탕 하고 귀에 익은 북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들 녀석이 집 안으로 들어오길래 “음악 좀 작게 틀어라 !”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들놈이 “라디오 소리가 아니라 세탁하는 소리라구요 !” 하고 대꾸를 하고는 가버렸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여전히 들려 왔다.
화가 치민 나는 차고로 달려가 보았다.
탈수기 속에서 아들놈의 운동화짝이 탕 탕 탕 소리를 내면서 돌아가고 있었다.
<지랄들하네>
새로운 디저트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요리책들을 들춰보고 있는데 아주 재미있는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섹스보다 더 좋은 케이크'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케이크를 구워서 그중 두 개를 옆집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맛을 보라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케이크의 이름을 일러주고 웃으면서 “정말 그런지 직접 시험해 보세요” 하고. 말했다.
그 다음날 아침 이웃집 침실 창문에는 이런 쪽지가 나붙어 있었다.
“케이크 좀 더 보내 줘요. 아직 잘모르겠으니.”
<흔한 발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