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인 남편은 공연이나 레슨 때문에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일이 잦다.
그러나 나는 항상 그이의 귀가시간에 맞추어 다정한 대화와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두려고 애쓴다.
그래서 어느 날 밤,한살짜리 아들과 종일 씨름을 한 끝에 지쳐 그냥 허름한 옷을 입은 채 소파에서 졸고 있다가 남편에게 그런 꼴을

보인 나는 몹시 당황했다.
“여보,당신 이쁘구려.” 남편이 쾌활하게 나를 불렀다.
“난 이쁘지 않아요” 하품을 참으면서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난 지금 ‘완전한 여자’라기보다 ‘완전히 엉망’이란 기분이예요. 까만 색 네글리제를 입고선 삼페인잔을 손에 들고 당신을 문에서 맞이해야

하는 것인데.”
“그런 말 하지 마” 남편은 나를 포옹하면서 말했다.
“그건 내게 당신 곁을 방금 떠난 놈팽이가 누굴까 하는 의심만 들게 할거야.” 





어느 날 차를 몰고 출근하던 남편은 사람들이 왜 모두 자기를 손가락질하며 웃는지 까닭을 몰랐다.
회사에 도착해 차를 주차시키자 한 동료가 다가와 등을 치며 킬킬웃었다.
“이보게,친구,어제 밤에 재미봤구먼.”
어리둥절해진 남편은 차에서 내려 한바퀴 둘러보았다.
차의 안테나에는 브라자가 하나 걸려 있었다.
남편이 집 차고에서 차를 뺄 때, 날씨가 좋은 날 내가 차고에 걸어두는 빨래줄 아래로 지나가면서 차의 안테나가 그걸 낚은 것이었다. 





내 친구는 보이스카우트 단원들과 함께 2주일간 미국 서부지방을 여행했다.
하루는 그들이 은행에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는데, 지갑을 잃어버린 한 소년이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소년은 수표와 대조할 신분증이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그걸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
젊고 예쁜 여자 출납계원이 신분증을 꼭 확인해야 되겠다고 고집하자 소년은 앞으로 기대면서 출납계원의 귀에 무엇인가 속삭였다.
그러자 그 여자는 소년에게 창구 뒤로 오라고 손짓했다.
키가 커서 창구 뒤를 넘겨볼 수 있었던 내 친구는 소년이 얼굴을 붉히며 셔츠를 끌어올리고 혁대를 끌러,팬티에 꼼꼼히 박혀 있는

자기 이름을 보여주는 장면을 목격했다.
출납계원은 두말없이 현금을 내주었다.





여동생이 하루는 전화를 걸어,'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만 적혀 있고 발신인 이름이 없는 카드 한 장과 함께 장미 12송이가

자기 앞으로 배달되었다고 얘기했다.
독신인 여동생의 머리에 우선 떠오른 사람들은 옛 남자친구나 새로 사권 남자들이었다.
아니면 엄마나 아빠일까 ? 혹은 직장동료 가운데 누구일까 ? 머리속으로 한번 쭉 훑어보았다.

결국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는데 그 친구의 말이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재니트, 혹시 네가 꽃을 보내지 않았니 ?" 동생이 물었다.
“그래, 보냈어.”
“왜 ?”
“저 번에 만나 이야기했을 때 네가 너무 침울한 것 같았어. 그래서 네가 하루를 널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생각하며 보냈으면 해서 보냈지.”





여러 달째 교제를 해 오면서 샘의 마음이 진정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샘은 유난히 수줍은 사람이어서 프로포즈를 할 용기가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럴 즈음 그이 어머니가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그 자리에는 그이네 집안이 모두 참석했고 시골에서 오신 아저씨 내외분도 계셨다.
다음날 샘은 자기 숙부 내외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참 좋으신 분들이던데요” 했다.
그러자 그이는 “숙부와 숙모도 당신이 아주 맘에 든다고 하시던 걸. 우리가 언제 결혼할거냐고 묻기까지 하시더라구.”
그리고는 잠시 있다,“그럼 언제라고 대답해 드릴까 ?” 했다.





몇 해 전 일이다.
사촌누이 캐서린이 양초를 잔뜩 꽂은 생일케이크를 들고 큰 어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큰어머니는 “얘, 그게 뭐냐 ?” 하셨다.
“어머님 생신이잖아요. 오늘로 아흔 세 살이 되신거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라. 내 나이가 그렇게 많을 리가 없다 !”
“어이구, 어머님. 저도 벌써 일흔이 넘었는걸요.” 캐서린이 말했다.
그 말에 큰어머니는, “홍, 그거야 네 사정이지” 하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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