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항공여행중 나는 한 친구가 가르쳐준 대로 비행공포증을 잊는 방법을 시험해 보았다.
스튜어디스에게 잡지 한 권과 종이 몇 장, 연필 한 자루를 달라고 해서 잡지 기사의 단어 하나 하나를 종이에 베끼기 시작했다.
지루한 일이었으나 두려움을 잊는 데는 그만이었다.
몇 개의 기사를 베끼고 나자 그 스튜어디스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손님의 절약 정신에 탄복했습니다. 그 잡지를 그냥 갖고 가세요. 저희 회사에서 기증하겠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조그마한 농가에서 열 한 남매 가운데 한 아이로 태어나셨다.
문자그대로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는 가정인지라 아이들의 생일까지 신경쓸 형편이 못되었다.
우리 어머니의 생일은 기록되지 않았고 따라서 어머니는 정확한 나이를 모르셨다.
연로해지신 어머니는 우리 내외와 함께 살러 오셨는데 우리는 어머니가 한번도 생일잔치상을 받아보지 못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파티용 뿔 피리, 모자,양초 따위를 마련했고 아이들은 선물을 준비했다.

모든 준비를 조용히 끝낸 다음 어머니께 아래층으로 내려 오시라고 했다.
“놀라셨지요 ! 생일 축하 합니다 !” 우리들은 환성을 질렀다.
어머니는 생일상 앞에 앉아 기쁨을 못 이기고 눈물을 흘리셨다.
일흔이나 되어서 처음으로 생일상을 받으신 것이었다.
그 이후 우리는 적당한 때라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생일잔치를 열어 드렸다.
어떤 때는 일 년에 두 번이나 열어 드렸다.
그럴 때 어머니는 은근한 어조로 항의하시곤 했다.
"벌써 올해 생일상을 받았잖니.”
“그렇지만 어머니, 이제까지 못받으신 것을 다 메꾸어 드려야지요.”
우리는 이렇게 말씀드리곤 했으나 실행을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아흔 살에 돌아가셨고 우리는 생일잔치를 25번밖에 열어드리지 못했다





레스토랑에서 난생 처음으로 경로우대카드를 사용하려고 계산대로 가면서 자신이 할인카드를 가질 만큼 나이가 많다는 사실에

기분이 언짢았다.
그래서 나이 예순의 할망구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를 혼자 중얼거리자 계산대 여직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이란 기분에 달렸지요.”
“그래 바로 그거예요,아가씨.” 내가 맞장구쳤다.
“아직 나는 아주 젊은 기분이거든.”
그러자 그 여직원은 계산대 뒤에서 풍선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나는 웃으면서 받아들고 보통 때보다 더 가벼운 걸음걸이로 걸어나왔다.





얼마전 우체국에 갔다가 그곳 게시판에서 별난 벽보 하나를 보았다 :
“우체국 주차장에서 잃어버린 작은 왕뱀을 찾습니다. 우리집 애완동물로 사람을 해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찾아 주시면 후사하겠습니다."
바로 그 아래에 누군가 몹시 무서워 벌벌 떨며 쓴 글이 보였는데 그 내용인즉 :

“왕뱀 주인께, 왕뱀을 찾은 다음엔 찾았다는 공고를 꼭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부부가 대학생이었을 때 일 : 
우리는 자그마한 아파트 방에다 놋쇠 제품과 대나무로 장식하고 심지어 기름 입힌 종이우산까지 가져다 놓는 등 온통 동양정취가

물씬 풍기도록 꾸며 놓곤 타이에서 온 이웃 젊은 부부에게 방 구경을 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킬킬 웃어대는 바람에 우리는 당황했다.
그 타이사람 부부가 자기네 아파트 방문을 열고 자기들이 꾸민 실내장식을 구경시켜 주었을 때 가서야 그들이 웃어댄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방은 하나에서 열까지 아주 옛날 미국풍으로 꾸며져 있었으니까. 





내 친구에겐 눈이 나쁜데도 남들이 보기 싫어할까 봐 안경을 안 쓰는 누이동생이 있다.
그것 때문에 얼마 전에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
어린이와 약물오용에 관한 TV특집프로에서 자녀를 잘 살펴 보라는 말을 듣고 그 여자는 두 딸애의 방을 뒤져 보기로 했다.
그런데 글쎄 한 서랍에서 노란 알약이 나오는 게 아닌가 !
뭔가 글씨가 적혀 있었으나 자기 눈으로는 읽을 수가 없었다.
옷장에서도 또 다른 알약이 나왔다.
그 여자는 걱정이 되어 근처 약국에 달려가 마음을 조리며 물었다.
“이 약이 무슨 약인지 알 수 있을까요 ?”
약제사는 약을 보고 그 여자를,그리고 다시 약을 들여다 보더니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
"부인,놀라게 해 드리고 싶진 않지만 이 노란 알약은…’’ 하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새알 초컬 릿이군요. 그리고 이것은 입 안의 냄새를

없애 주는 박하입니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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