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어떤 대학 캠퍼스의 배수관 공사를 맡아 한 적이 있었다.
굴착 작업을 하다 보니 배수관을 부설해야 할 방향으로 동력선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용되지 않는 버려진 케이블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학교 전기실에 전화를 해서

누가 현장에 나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전기기술자 한 사람이 와서 케이블을 보더니 쓰지 않는 것이라면서 "그냥 잘라 버려요"하고 말했다.
"잘라도 위험하지 않겠어요?"
"확실해요."
"그럼,당신이 좀 잘라 주시겠어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로 확실친 않은데요."






어느 날 저녁 내가 일하는 식료품가게에 10대 청년 하나가 들어오더니 맥주를 달라고 했다.
나이를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더니,그 청년은 마구 욕지거리를 해댔고 나가 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더니 그는 자기 친구가 경찰로 근무한다며 "브루스는 날 체포하지 않을걸"하고

큰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캐브럴경위를 말하는거요?"  내가물었다.
"그래. 그 친구를 브루스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친구는 나밖에 없어 ! 당신은 그를 캐브럴경위라고 불러야 한다구"

그가 시부렁거렸다.
내가 대꾸했다. "천만에. 난 보통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내는 내가 회사에 가서 먹을 점심을 매일 싸 주겠다고 했다.
결혼 후 회사에 출근하는 첫날,나는 직원들이 점심을 넣어두는 캐비넷을 열고 점심 전에 먹는 간식이 든 봉투를 꺼냈다.
그 속에 든 데니시 빵(과일이나 너츠등을 넣은 파이 모양의 빵)은 맛이 좋았다.
그 빵을 먹으면서 역시 결혼이란 참 좋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점심 봉투를 뜯어 보니 참깨를 뿌린 빵으로 만든 로스트비프샌드위치가 있었는데 얇게 저민 고기 위에는 노란 겨자도

뿌려져 있었다.
나는 그것도 맛있게 먹어 치웠다.
그 샌드위치를 거의 다 먹었을 때, 내 등뒤에서 누가 볼 멘 소리를 했다.
"아니, 어떤 녀석이 내가 가져온 데니시 빵과 로스트비프샌드위치를 훔쳐 먹고, 대신 버터 빵하고 땅콩버터샌드위치를

남겨 놓았지?"






나는 대기업 사장의 비서 노릇을 하고 있는데 사장은 하도 정신없이 바빠서 그의 그날그날 의 일과를

거의 내가 도맡아서 챙겨주고 있다.
하루는 유난히도 바쁜 날이었는데 지방 출장 때문에 공항으로 데려다 줄 회사전용 헬리콥터가 이미 대기하고 있는데도

사장은 사무실 문을 꼭 닫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나타나더니 가방을 집어 들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회사 간부직원들이 서로 앞을 다투어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하고 있을 때 내가 큰소리로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비행기표는 가방 속에 들어 있습니다."
그때 막 문 밖으로 나가던 사장이 뒤돌아보면서 내게 소리쳤다.
"내가 지금 가려는 곳이 어디지?"






큰 쇼핑센터에 자리를 빌어 미술품전시회를 하면서 처음으로 작품 하나를 팔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
내가 빌린 진열장소에 들러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 무척 흡족하긴 했으나,모두들 아무 것도 사지 않고

그냥 돌아서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쌍의 부부가 몇 번인가 되돌아와 어떤 그림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더니 드디어 그것을 사겠다고 했다.
'이제 비로소 개시를 하게 됐구나! 내 작품을 평가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그림을 사들고 나가면서 여자가 남자에게 하는 말이 나를 아연케 했다.
"할머니의 결혼사진을 이 그림틀에 넣으면 근사하겠죠?" 






조류 가게에서 일하면서 나는 틈틈이 손님이 데리고 오는 새들의 깃털이나 발톱을 다듬어 주곤 한다.
한번은 어떤 부인이 자기가 기르는 앵무새 한 마리를 들고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일을 하다가 잡고 있던 앵무새를 놓치는 바람에 그 새가 내 손가락을 매우 세게 쪼았다.
하도 아파서 크게 소리를 지를뻔 했지만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상소리가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바로 이때 우리 가게에서 기르는 목소리기 아주 큰 앵무새가 듣기 민망한 상소리를 마구 지껄여댔다.
기겁을 한 내가 그여자 손님에게 사과의 말을 하려고 하자 그 여자가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

"저 새가 당신의 입에서 나오려던 말을 대신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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